결국 경찰의 선택은 ‘불구속 기소의견 검찰송치’였다. 경찰은 고소사건의 수사를 마치면 이를 검찰에 송치한다. ‘기소의견’ 검찰송치면 경찰 수사과정에서 고소인에게 혐의가 있다고 드러났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불기소 의견’ 검찰송치가 이뤄지면 수사 결과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국 박시후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성폭행 혐의가 있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의미다. 다만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어 구속 기소가 아닌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2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성폭행으로 고소당한 박시후를 준강간 및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의견 검찰 송치했으며 박시후의 후배 연예인 김 아무개 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역시 기소 의견 검찰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기소의견 검찰송치를 공식 발표하며 당사자 진술, CCTV 영상, 관계자 카카오톡 내용,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수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 첫 성관계 당시 A양은 저항 불능의 만취 상태였나?
첫 번째 혐의는 준강간이다. 준강간이란 여성이 심신 상실이나 저항 불능 상태에 있을 때, 그것을 이용하여 간음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경찰 수사 초기에는 박시후나 후배 김 씨가 피해자 A양에게 약물을 투여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렇지만 A양에게 국과수 감정결과 특정 약물이 검출되진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당시 A양은 술에 만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A양이 만취해 저항 불능 상태였으며 박시후가 이를 이용해서 간음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태봉 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은 “두 차례의 성관계 중 첫 번째는 준강간 혐의를 적용했다”라며 “피해자 진술이 일관됐고 피해여성이 업혀 들어가는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대체로 고소인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시후 측에서 공개한 A양과 김 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전문에도 당시 A양이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종종 나온다.
A양은 자신이 급격히 술에 취했던 당시 상황에 의혹을 느껴 경찰서를 찾아 약물 검사를 받았다. 결국 약물 검사에선 별다른 약물이 검출되진 않았지만 경찰은 이런 행동 역시 당시 A양이 약물에 취했다고 느낄 만큼 저항 불능의 상태였음을 입증하는 행동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시후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이를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박시후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푸르메는 공식입장을 통해 “MBC는 ‘경찰은 A씨가 고소장을 내기 전 지구대에 먼저 전화해 약물 검사를 받으려 했던 점으로 볼 때 금전적인 이익을 노리고 고소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라며 “그러나 저희 변호인은 고소인이 처음부터 약물을 거론한 것 자체가 추후 합의금을 노리고자 무리한 고소를 감행하기 위한 구실을 만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고소 직후 바로 거액의 합의금 얘기가 나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는 정황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 부분은 박시후 측의 의구심과 정황일 뿐이다. 이를 검찰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시후 측의 주장에 따르면 A양은 경찰에서 사건 당일 2월 14일 1시 10분부터 청담자이 아파트를 나오기 2시간 전인 2월 15일 13시 경까지 정신을 잃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박시후 측에서 확인할 결과 A양이 15일 오전 시간대에 A양의 엄마, 친한 언니인 B양, 성명불상의 남자 등과 총 38회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이 가운데 고소인의 발신은 무려 24회에 이른다고 밝혔다.
박시후 측이 제기한 A양 카카오톡 사용 내역은 15일 오전의 것으로 첫 번째 성관계가 이뤄진 15일 새벽 시간에 A양이 정신을 잃지 않았음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다만 15일 오전에 누군가와 카카오톡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두 번째 성관계 관련 혐의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왜 두 번째 성관계 이후 박시후 집에 2~3시간 머물렀나?
두 번째 혐의는 강간치상이고 이는 2월 15일 정오 무렵 두 번째 성관계와 관련된 혐의다. 강간치상은 강간이나 준강간 등을 범하여 사람을 다치게 한 범죄를 의미한다. 서부경찰서 형사과 윤 과장은 “두 번째 성관계에는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강간치상 혐의는 성관계 과정에서 피해여성이 몸을 다친 혐의가 인정돼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후 측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두 번째 성관계다. 만약 박시후 측의 주장처럼 A양이 15일 13시까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며 정신을 차리기 전에 성관계를 가졌다면 이 부분 역시 준강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그렇지만 박시후 측은 카카오톡 사용 내역을 바탕으로 A양이 15일 오전에 정신을 차렸음을 입증했다. 결국 15일 정오 무렵으로 보이는 두 번째 성관계 당시에는 A양이 이미 정신을 차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양이 당시 정황을 경찰에서 어떻게 진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두 번째 성관계에 대해선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이 강간당하는 과정에서 A양이 몸을 다친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서부경찰서 측은 “박시후 측이 A양의 15일 오전 카카오톡 내역을 보내왔지만 이미 A양이 경찰 조사에서 밝힌 사실”이라며 “게다가 사건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시후 측은 A양이 ‘2월 14일 1시 10분부터 청담자이 아파트를 나오기 2시간 전인 2월 15일 13시 경까지 정신을 잃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미 A양의 진술을 통해 15일 오전 누군가와 카카오톡을 주고 받았음을 알고 있었다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
경찰은 15일 정오 무렵의 두 번째 성관계를 A양이 심신 상실이나 저항 불능 상태에서 당한 준강간은 아니며 강간 과정에서 몸을 다쳐 강간치상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시후 측은 “A양의 주장대로 의사에 반하여 2차례 성관계를 하였다면 그 이후에 바로 지인들에게 구조요청을 했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A양은 성관계 후 2~3시간을 청담자이 아파트에 머물렀다가 오후 2시 40분이 되어서야 나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부분은 검찰 수사 과정은 물론이고 검찰이 기소를 할 경우 재판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부경찰서 형사과 윤 과장 역시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사건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면서 “검찰 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대립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