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비용검증단이 유세차 계약과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현재 대선 평가위와 함께 대선 비용 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문병호 대선비용검증단장(비상대책위 최고위원 겸직)은 “유세차 계약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 비리 문제 등을 포함해 계약 시스템 등 전반적인 문제에 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선 당시 캠프에 참여했던 한 핵심 당직자는 “유세차 계약 비용 규모는 103억 원에 달한다. 전체 대선 비용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큰돈”이라며 “예전처럼 선거에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당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경쟁이 심하다. 각종 비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선 당시 최종 계약을 맺은 업체는 오랫동안 민주당과 거래해 온 A 사를 비롯해 모두 다섯 개의 업체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선 당시 이 다섯 업체가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 당 내 경쟁이 무척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당직자는 “원래 유세차라는 것이 누구든 할 수 있는 거다. 업체 입장에서 오더만 받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 그저 트럭에 LED 광고판 하나 붙여서 래핑하면 끝나 별다른 기술도 필요 없다”며 “이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전문 브로커들이 오더를 따기 위해 캠프 내 당직자나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에 달라붙는다. 업체들의 제의를 받은 캠프 내 인사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업체를 들이밀기 위해 경쟁이 붙는 거다. 이는 지난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한 초선 의원은 부도 위기에 처한 업체를 무리하게 추천하다 경쟁에서 탈락한 후 울분을 토했다는 얘기도 전해져 온다.
그렇다면 업체 선정과정은 어땠을까. 앞서의 당직자는 “캠프 유세본부가 약 10개 업체를 불러들여 프레젠테이션을 하긴 했다. 나름대로 실사도 했었고 브리핑도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유세차 업체라는 게 사실 생산 공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LED 광고판만 조립하면 되는 것 아니냐. 사실 평가할 만한 기준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각 캠프 별로 할당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당직자는 “중앙 업체다 보니, 업체 소속 기사들이 각 지역의 지리를 전혀 모르더라. 당연히 새누리당과 똑같은 돈을 쓰고도 유세차 홍보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며 “또 각 지역에 내려간 유세차가 고장 나면 무조건 서울로 올려 보내서 고쳐야 하는 구조였다. 당연히 각 지역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몇몇 업체는 ‘함량 미달’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결국 부실한 검증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점으로 파악된다. 문병호 검증단장은 “물론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실제 몇몇 업체들은 ‘엉터리’였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에 관한 논란을 인정했다. 앞서의 당직자는 “다섯 곳 중 두 곳의 업체는 정말 문제가 많았다. 당에서는 기사들의 야간근로수당이 지급됐는데 업체들이 이를 가로채 기사들에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 때문에 기사들이 선거 기간 중 태업을 하는 일까지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역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업자와 당내 인사들 사이에 있었다는 리베이트 의혹이다. 위의 당직자는 이에 대해 “대선 당시 유세차를 가동할 수 있는 기간은 23일이었다. 민주당의 계약 단가는 1.5톤 기준으로 대당 약 3000만 원 정도다(참고로 새누리당의 계약 단가는 약 2500만 원). 그런데 사실 유세차 조립의 실제 원가는 그 3분의 1도 안 된다. 선관위 통상거래액 기준으로 따지면 실제 계약 단가는 하자가 없지만, 원가와는 현실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면서 “업체 입장에서는 대목이기 때문에 시장가를 높게 책정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원가와 실제 계약 단가가 큰 차이 탓에 업자와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리베이트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이 같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탈락한 업체들 사이에서는 “당과의 정식 계약 단가와 해당 당직자가 원하는 단가에는 차이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문병호 검증단장은 이에 대해 “거래 과정에서 업자들의 커미션 의혹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있긴 하다”면서도 “추측과 의혹은 있지만,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의혹이 있는 당사자들에게 추궁하기도 어렵고. 정확하게 얼마나 밝힐 수 있을지 애로사항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의혹과 정황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증거를 확보해 이를 밝힐 수 있을지는 확답을 주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한편 민주당은 대선비용검증단의 결과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