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완패다. 판결 내용을 보면 그 동안 재판 과정에서 고영욱과 변호인이 주장한 부분은 거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영욱은 징역 5년에 신상정보 공개 7년, 그리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발찌) 부착을 명령 받았다.
고영욱은 지난 해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엄청난 물의를 빚었지만 기소조차 못했을 정도로 검찰은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먹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사건이 불거지면서 검찰은 앞선 세 선의 사건 가운데 두 건과 새로 불거진 사건을 더해 고영욱을 기소했고, 비로소 재판이 시작됐다.
지난 해 불거진 세 건의 사건 가운데 한 건은 결국 기소조차 못했으며 두 건은 고소인들이 연이어 소를 취하했다. 이로 인해 검찰이 고영욱의 기소를 포기하는 듯 보였다. 새로운 사건이 불거지면서 고영욱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됐고 이로 인해 비로소 기소가 이뤄져 재판이 시작됐지만 고영욱 측이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낼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였다. 따라서 뜨거운 법정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고영욱 측의 완패였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고영욱 측이 재판 과정에서 주장한 내용은 전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아니 고영욱 측의 거듭된 주장을 재판부는 “피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쳐야하는데 부인하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일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말 그대로 완패다.
@세 건의 혐의 모두 유죄
10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미성년자 성폭행·강제추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된 고영욱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7년 동안의 신상정보 공개와 10년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고영욱의 세 건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우선 첫 번째는 지난 2010년에 있었던 피해자 안 아무개 양에 대한 위력에 의한 두 차례 간음과 한 차례 유사성행위 혐의다. 이에 대해 고영욱 측은 재판에서 “피해자 안 양과의 성관계 구강성교는 인정하지만 상호합의에 의해서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첫 번째 피해자 안 양은 지난 2012년 5월 검찰에 고소장 제출한 뒤 조사 받으면서 피고인이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간음 및 구강성교에 대해 명확히 진술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이 13세에 불과한 피해자에게 술을 권한 뒤 오피스텔에서 범행 저질렀는데 처음 만난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건강한 성인 남성인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 및 구강성교를 했다면 물리력 행사가 없었더라도 위력행사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혐의는 지난 2010년 피해자 강 아무개 양을 한차례 추행한 것이다. 고영욱 측은 “피해자 강 양에게 키스를 시도하다 거부의사 표시하자 즉시 중단했다. 상대방에 대한 연애감정으로 키스를 시도했을 뿐 물리적 행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재판부는 고영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지호 판사는 “두 번째 피해자 강 모 관련 사안은 세부적인 상황은 밝히지 않겠지만 법정에서 일치되는 진술을 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라고 밝혔다.
세 번째는 지난 해 또 다른 피해자 안 아무개 양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다. 이에 대해 고영욱 측은 “태권도를 했다는 얘길 듣고 안 양의 다리 눌러 본 사실은 있지만 대화 과정에서 친밀감 표현한 것에 불구하고 물리적 행사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서도 성 판사는 “피해자 안 양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피고인의 권유에 따라 차에 탔다. 피고인이 대학생이냐고 물어 중학생이라고 대답했고 몸매가 서구적이고 좋다고 하자 피해자는 14살이라고 얘기했다”면서 “피해지가 추행의 방법, 피고인의 옷차림 차 내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피해자가 태권도 했다고 해서 허벅지를 눌러봤다, 가슴이 커보인다고 말했을 뿐 만지지는 않았다 등 피고인 역시 일정 부분 일치되는 진술을 했다. 이 혐의도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재판부는 고영욱이 받고 있는 혐의 세 가지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초범 불구 재범 위험성 놓아”
전자팔지 부착 명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우선 피해자들이 모두 미성년자이며 이 가운데 두 명은 사건 당시 13살에 불과했다는 점을 중시했다. 또한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모두 5차례의 성폭력 범죄 일어났다는 점을 언급하며 세 번째 사건은 이미 2012년 불거진 두 건의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지만 여전히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벌어졌음을 강조했다. 또한 범행수법이 유사하며 우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성 판사는 “성에 대한 인식이 왜곡돼 있으며 자제력도 부족해 보인다”며 “사건을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일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범 위험성 평가척도에서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이 중간으로 평가됐지만 중간 구간에선 가장 높은 쪽에 해당된다고 밝힌 재판부는 전과가 없는 초범임에도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며 전자발찌 10년 착용을 명령했다.
그나마 재판부는 검찰의 7년 구형보다는 형량을 낮췄다. 재판부는 그 이유를 “피고인이 연예인으로서 활동 모두 중단했으며 앞으로 방송 활동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것과 나이와 환경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고영욱은 연예인 최초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됐으며 징역 5년 실형까지 살게 됐다. 연예인이 실형 5년을 선고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