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창조경제 개념을 묻는 질문에 박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옮겨 답했다가 혼쭐이 났다. 최준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내놓은 ‘국민행복 10대 공약’ 가운데 일자리와 관련된 핵심이 바로 ‘창조경제를 통한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 늘리기’였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부처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새롭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이 애매한 데다 이를 명확하게 설명해줄 사람도 없어 정부 출범 2개월이 다 돼 가도록 미래부를 포함한 전 부처가 창조경제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 부처가 중구난방으로 창조경제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정작 핵심 부처인 미래부는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해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각 부처는 업무보고를 하면서 창조경제를 하겠다며 서로 손을 들고 일어나는 판국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창조경제를 서비스 산업 발전 전략으로 내세웠고,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창조 인재, 창조 직업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경북 문경의 오미자산업이 창조경제의 모범이라며 “농식품 산업에 창조경제를 접목하겠다”고 나섰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로 창조경제를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창조경제와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외교부와 통일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신흥 경제권 관련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보고했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에 국가 투자설명회를 추진하는 해외시장을 확대해 창조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과천청사역 앞에 걸린 미래창조과학부 입주 환영 플래카드. 최준필 기자
담당 부처인 미래부의 수장이 창조경제의 개념을 잡지 못하다보니 미래부가 지난 5일부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소속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창조경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개념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에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 일자리,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개념정리를 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창조경제에 대한 ‘무개념’ 상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창의성을 핵심에 둔다는 것이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하던 IT 산업 전략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성장동력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던 신성장동력과 어떠한 점에서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IT산업이나 신성장동력은 구체적인 개념과 플랜이 있어서 정책안을 만들 수 있었는데 창조경제로는 정책안 자체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은 “창조경제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아랫사람들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계속 캐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업무보고마다 창조경제를 끌어다 붙이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국내에서 창조경제 전문가는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한 명 정도인데 창조경제가 뜬 뒤 이 교수를 찾는 곳이 워낙 많아서 이 교수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