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떨어진 ‘배터리’ 때문에…
LG화학의 체면이 요즘 말이 아니다. 한때 재계에서 회자됐던 ‘LG그룹을 먹여 살릴 것’이라던 평가도 지금은 온데간데없다. 현 상황에서 주가가 55만 원을 넘던 2011년을 그리워하는 것은 사치다. 주가가 25만 원마저 붕괴되면서 2010년 초 수준으로 ‘역주행’했다. 시가총액부문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라이벌인 SK이노베이션에 역전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벌인 특허분쟁에서는 먼저 소송을 제기하고도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 잇달아 패소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19일 발표한 LG화학의 1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매출액 5조 7206억 원에 영업이익은 4089억 원, 순이익은 340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0.6% 감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5%, 10.6% 줄어들었다. 석 달 전만 해도 58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했으니 1800억 원가량이 어긋난 것이다.
이런 LG화학을 바라보는 증권가 시선을 싸늘하다. 목표주가를 연초 대비 10% 이상 낮춰 잡는 증권사가 적지 않다. 25만 원마저 깨진 주가는 지난 19일에야 25만 1000원으로 마감하며 겨우 25만 원 위로 올라서긴 했으나 ‘화학 대장주’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해 초중반 LG화학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LG전자를 대신해 그룹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1분기 실적 중 눈에 띄는 점은 전지부문 실적이 1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석유화학부문과 정보전자소재부문 실적에 비해 현저히 나쁘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벌인 2차전지 특허분쟁에서 잇달아 패배하는 쓴맛을 봤다. LG화학이 먼저 소송을 제기한 터라 패배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2011년 12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안전성 강화 분리막’ 기술을 베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세라믹 코팅 분리막 기술’을 바탕으로 했다면서 특허청에 LG화학의 분리막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8월 특허심판원이 ‘선행 기술과 큰 차이가 없다’며 LG화학의 특허를 무효로 판정,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LG화학은 즉각 특허심판원의 심결 취소 청구소송을 특허법원에 제기했으나 지난 11일 특허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LG화학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으나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 모두 패한 결과가 대법원에서 뒤집어질지 의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설사 대법원까지 간다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LG화학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송도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LG화학이 2011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송은 이번 심결과 별개의 것”이라며 이번 심결이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 “그때 가봐야 아는 것 아니냐”고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또 “LG화학의 안전성 강화 분리막 특허는 미국 등 해외 특허청과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며 “해외에서 인정받은 특허가 오히려 국내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운해 했다.
LG화학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와 대비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올 하반기부터 업황이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 다른 관계자는 “무엇보다 세계 경기 회복 여부가 관건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화학업종은 중국 경기에 민감하다”며 “중국 경제 성장이 7%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올 한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LG전자가 끝없이 추락할 때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LG전자에 친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앉히는 승부수를 띄웠다. 2년이 지난 지금, 구 회장의 결단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며 주가도 최근 하락장에서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전자와 화학의 경우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며 “그렇지만 LG화학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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