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양 사장(작은사진)이 포스코건설로 자리 이동하면서 포스코는 이구택 회장(사진)-윤석만 사장 2인 체제로 재편됐다. | ||
정준양 사장의 포스코건설 사장 인사 발표가 난 것은 지난 11월 18일. 한수양 전 사장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사장직을 내놓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였던 동시에 이구택 회장이 포스코건설 사장 공석 사태에 대비해 머리 속에 미리부터 정 사장 카드를 품어왔다는 평가도 받게 됐다.
정준양 사장의 포스코건설행으로 정 사장이 맡고 있던 포스코 생산기술부문장직은 허남석 포스코 광양제철소장(부사장)이 물려받게 됐다. 이로써 포스코는 이구택 회장과 윤석만 홍보·마케팅부문장(사장) 그리고 정 사장이 이뤄온 3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이구택-윤석만 2인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포스코 측은 “정 사장의 포스코 상임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혀 포스코 경영에 여전히 정 사장이 관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재계 인사들은 정준양 사장이 포스코 대표이사 직함을 떼고 포스코의 10분의 1 규모 수준인 포스코건설로 가게 된 것이 포스코 내 권력지형 변화로 이어질지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가 지분 89.52%를 보유한 자회사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3조 4685억 원에 영업이익 2471억 원, 당기순이익 2058억 원을 벌어들인 알짜 자회사지만 매출액 22조 2066억 원에 영업이익 4조 3082억 원, 당기순이익 3조 6794억 원의 포스코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동안 정준양 사장은 윤석만 사장과 더불어 포스코에 이구택 체제를 구축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면서 그룹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지난 2003년 이 회장 취임 당시 홍보담당 전무였던 윤 사장은 2004년 마케팅 및 홍보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2006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다. 이 회장이 취임하던 해에 상무로 승진한 정 사장은 2004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장(전무)에 오르고 2006년 부사장을 거쳐 2007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 시대 ‘조타수’로 불려온 두 사람은 훗날 ‘포스트 이구택’ 자리를 놓고 경쟁할 라이벌로 관측돼왔다. 정 사장의 이번 자회사 이동이 그룹 내 윤 사장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위기의 포스코건설 구원투수로 정 사장 카드를 뽑아든 이구택 회장의 신임으로 정 사장이 더욱 승승장구하게 될지는 미지수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부사장은 박태준 명예회장의 대표적 측근인사다. 지난 1988년 입사하던 해에 박태준 당시 회장 보좌역(이사보)을 시작으로 박 명예회장의 정치행보까지 줄곧 함께했다. 1990년 박 명예회장이 민자당 최고위원이 되면서 최고위원 보좌역을 맡았고 1997년 11월부터 1999년 3월까지 박태준 당시 자민련 총재의 비서실 차장을 지냈다. 1999년 포스코개발 국내영업실 영업업무관장(전무)으로 컴백해 2001년 포스코건설 부사장직에 올랐다.
조 부사장은 이구택 회장 취임 이후 윤석만 사장과 정준양 사장이 승진을 거듭하며 포스코의 핵심포스트를 장악하는 동안 부사장직에서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조 부사장보다 부사장 승진이 1년 늦은 한수양 전 사장은 이 회장 체제 출범 이후인 2004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장(부사장)에서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대조를 이룬다.
이구택 회장 취임 이후 정준양 윤석만 사장 등의 승승장구가 조 부사장 같은 박 명예회장 인맥과 곧잘 비교돼왔으며 이는 이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건설을 조 부사장이 아닌 정 사장이 이끌게 되자 박태준-이구택 전·현직 회장 인맥 파워를 비교하는 시선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 관계자는 “조 부사장은 포스코건설에서 비중이 큰 송도개발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며 “플랜트부문 등 포스코건설 전반을 두루 관장하기 위해 정 사장이 투입된 것”이라 밝혔다. ‘정치적’으로 해석할 내용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늘 그래왔듯 ‘포스코 사람들은 모두 박태준 인맥인데 같은 인맥끼리 다툴 게 뭐 있느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내부 변화로 박 명예회장 인맥이 거론될 때마다 이 회장과 박 명예회장 간의 역학관계는 계속해서 주목받을 전망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