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사덕 원내총무 등과 숙의 하고 있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최 대표의 ‘총선프로젝트팀’은 당내 공천 및 물갈이 방안에서부터 총선 승리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대책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 안팎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팀에선 당헌에 규정된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하고 물갈이 공천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묘안을 짜는 데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9월3일 여의도연구소장에 선임된 윤여준 의원이다. 윤 의원은 당내 중진들로부터는 ‘저승사자’로 불리고, 최 대표 주변에선 ‘제갈공명’으로 불린다.
한나라당에선 최 대표의 총선프로젝트팀을 사실상 윤 의원이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의원과 최 대표의 인연은 6공시절인 88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최 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으면서 윤 의원을 정무비서관으로 발탁, 수년 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최 대표와 윤 의원은 반짝이는 아이디어, 실행력, 화끈한 스타일 등에서 상당히 닮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배짱이 맞는 셈이다.
지난 2000년 총선 때 이회창 전 총재 곁에서 공천작업을 주도했던 윤 의원은 올해 대표경선 당시 다시 최 대표 곁으로 돌아왔다. 당내에서는 윤 의원을 최 대표의 거의 유일한 측근의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윤 의원은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으면서 최 대표에게 다양한 전제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지원을 대폭 늘려주고, 3명뿐인 박사급 연구원을 최소한 2배 이상으로 확대해줄 것을 우선 요구했다.
또 정책위산하로 돼 있는 연구소를 대표 산하로 격상해 독립시켰다. 이는 여의도연구소에 대해 당내 누구도 견제와 간섭을 못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됐다.
최 대표 총선프로젝트팀의 가장 핵심은 여론조사기법을 이용한 공천물갈이를 시도한다는 데 있다. 최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여론조사 기법이야말로 가장 객관적인 방법”이라며 “이를 통해 누구도 꼼짝할 수 없는 안을 만들어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윤여준 의원과 한나라당사. 윤 의원이 ‘총선팀’을 총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이들의 총선프로젝트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각 지역구별로 어떠한 정치개혁을 원하는지, 어떠한 색깔의 인물을 선호하는지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수차례에 걸쳐 우선 실시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각 지역구별로 적합한 인물의 성격을 추출해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작업을 철저히 언론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만약에 있을수 있는 현역의원들의 반발을 무마시킬 계획이다.
여론조사 결과 영남과 수도권, 충청권 등지의 인물 호감도와 정치관 등이 어느 정도 차이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새 인물을 원하는 욕구는 거의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조사기법을 통해 물갈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방향을 설정한 뒤 당내 경선을 통해 물갈이를 시도한다는 게 1차적인 프로젝트로 알려져있다.
최 대표의 총선프로젝트가 여론조사기법을 최대한 응용한다는 점에서 과거 김현철씨의 공천방식과 상당히 닮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최 대표는 김현철씨의 96년 총선 공천을 성공한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
현철씨는 철저히 여론조사에 의해 신인을 발굴하고 공천, 실제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신한국당은 열세였던 수도권에서도 과감히 신인을 발굴해 총선승리를 견인했다.
여의도연구소는 이 같은 총선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미 구체적으로 인선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의 총선프로젝트 성공이 여론조사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전문가의 충원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최 대표측 한 관계자는 “과거 총선 때 조직관리에 ‘실탄’을 지급했다면, 앞으론 여론조사에 자금을 좀더 투입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사고지구당 9곳에 대한 조직책 선정을 하면서도 여론조사 방식을 상당히 원용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여론조사는 지지도나 인지도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지역민의 심층적인 의식을 대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역대 선거에서 유권자의 의식변화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알아내야 한다”면서 “그래야 내년 총선의 유권자 요구과 성향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총선프로젝트팀에는 이미 이아무개씨 등 2명이 비공식적으로 가세, 활동을 주도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들은 또 정형근, 권철현 의원 등 일부 재선의원들과 연계를 하면서 총선대비책을 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선의원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면서 한편으로 최 대표를 지원, 당내 정풍운동을 주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 대표의 총선계획이 성공하려면 중진들의 ‘반격’을 효과적으로 제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결국 물갈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 초·재선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며, 보다 구체적으론 초선들의 바람잡이보다 재선들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게 최 대표측의 ‘계산’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최 대표의 총선프로젝트는 추석 이후 어느 정도 윤곽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중진들의 반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한나라당은 한바탕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김영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