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모습. 국회의원들이 저조한 출석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대정부질문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지난 4월 25일 열린 본회의 개의 시에는 270명의 의원이 출석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본회의 대정부 질의질문을 속개할 당시 박병석 부의장이 확인한 출석 의원은 59명에 불과했다. 박 부의장은 출석을 부른 뒤 “이상 호명해 드린 의원님들은 지역구와 상임위 활동에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신 분들이라는 것을 속기록에 남기도록 하겠다”며 “의사국에서는 이 명단을 꼭 기록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날 출석에 응한 국회의원 59명의 정확한 명단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회의가 속개되기 전의 일이라 영상 기록이나 속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속개한 이후 재적 의원 78명의 명단은 국회회의록에 기록되어 있다. 이 또한 회의가 속개하기 전 자리를 지켰던 의원 수와 차이를 보였다.
박 부의장은 “당시 본회의는 새 정부를 상대로 한 첫 대정부질문이 있던 날이었다”며 “국회의원 5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본회의를 열 수 있는데 약속된 2시가 넘어도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날은 개회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여서 속기록에는 기록될 수 없었다. 대신 그런 과정은 또 다른 기록물이나 언론을 통해 뜻이 전달돼 압박을 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19대 국회 본회의 출석률을 살펴보면 명목상 출석한 의원은 언제나 200명 이상을 웃돌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의원은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개의 시 재석의원과 산회 시 재석의원의 차이가 큰 데에는 ‘대출(대신 출석)’은 안 통해도 ‘메뚜기(잠깐 참석)’는 가능한 출석 시스템에 그 이유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런 맹점을 이용해 출석 확인만 하고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 개인적 용무를 보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대정부질문이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여겨지는 것도 의원들의 출석률이 저조했던 이유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대정부질문 제도가 필요하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이에 박 부의장은 “국회의 대정부질문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의 잘못에 대해 철저하게 추궁하고 바로 잡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정부질문은 의원들이 국정 전반을 이해하고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의정활동의 기본인 출석과 관련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도마 위에 오르자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른바 ‘출석체크법’까지 만들고자 나섰다.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기 중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 회의에 절반 이상 출석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국회의원을 징계하는, 고육책인 셈이다. 지난 4월 22일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은 “국회의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회기 중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에 50% 이상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 징계할 수 있도록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일부 일하지 않는 의원을 일하게 하기 위해 ‘회의장에서 자리를 지키게 만들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센서’ 같은 시스템적인 부분도 생각해 봤다”며 “시스템 개선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부분이라 번번이 좌초된다. 결국 의원들의 모범이 필요한데 개선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모니터하는 법률소비자연맹은 “미국이나 유럽은 국회 본회의 출석률이 80~90%에 달한다. 의원들의 출석률 등 의정활동과 관련된 정보들을 총선 전에 발표해 국민들이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기습 출석체크 약발 안먹혀 ‘대일 규탄 결의안’ 표류 텅텅 빈 국회 본회의장을 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기습 출석체크를 한 다음날인 4월 26일에는 평소보다 많은 의원들이 본회의 개의 시 자리를 지켰다. 이날은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외교통일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일본 각료 등의 야수쿠니 신사 참배 및 침략전쟁 부인 망언 규탄 결의안’이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전날의 출석체크라는 응급처방은 통하지 않았다. 점심식사가 끝난 뒤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 결국 ‘대일 규탄 결의안’은 26일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결의안이 국회에 묶여있는 사이 28일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주권 회복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포함한 다수의 참석자들이 일왕 부부 앞에서 ‘천황폐하만세, 만세, 만세’를 외쳤다. 거침없이 이어지는 아베 정권의 극우 행보에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언론들도 우려를 나타내는 가운데 국회의 대일 규탄 결의안은 29일 맥이 빠질 대로 빠져 버린 상황에서 통과됐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