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노풍’이 다시 불 수 있을지 여부가 17대총선의 최대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부산자갈치시장 모습과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부산 유세 장면을 합성한 것. | ||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 과반수를 획득해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새로 창당될 신당 중심세력의 선거 구호 핵심은 지역주의 정당을 뛰어넘어 정치개혁을 이뤄내는 것이다.
과연 17대 총선은 어떤 흐름과 구도로 치러질까. 정가의 각종 전망을 종합해 보면 총선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지난 대선처럼 일진광풍의 ‘노무현 바람’이 또 다시 불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시험무대는 역시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PK(부산·경남)지역.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장인 권철현 의원은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신당연대 조성래 공동대표는 “청와대 인사들은 정치적으로 신인이지만 깨끗하고 참신하고 도덕적으로 검증을 거쳐 대항력이 있다. 연말쯤 장·차관급 명망가 영입 계획을 갖고 있다”며 친노세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노풍’이 제대로 불게 되면 한국 정치 사상 최초로 지역주의 구도가 깨지면서 정치적 다양성을 만들 공간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노심’에도 불구하고 노풍 점화가 실패로 끝난다면 노 대통령의 향후 정국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둘째 ‘세대교체’ 바람의 폭과 강도도 예의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최근 소장파 의원들이 ‘노인당’을 탈피하자며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5·6공 세력의 용퇴와 서울 강남 및 영남 지역의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정외과)는 이에 대해 “이번 선거의 화두는 세대교체가 될 가능성이 많다.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60대 용퇴론’은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남권의 상당수 중진들이 자천 타천으로 정계를 떠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수도권의 ‘민심’을 핵심 변수로 들 수 있다. 수도권은 전체 의원의 43%를 뽑는 막강한 여론의 바로미터지역이다. 역대 총선에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 수도권 의석을 나눠 갖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2개의 여당’이라는 독특한 구도 아래 치르게 됐다. 민주당 신당 창당 과정에서 일어난 여권의 분열상이 어떻게 표심으로 연결될지 관심을 모은다.
한나라당 이정현 전략기획팀장은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팽팽한 접전을 벌였던 지역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자기들끼리 호남 대 개혁세력으로 양분되면서 여권의 득표에 감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호남사람들이 수도권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이었지만 신당 창당 과정에서 감정의 큰 앙금이 남았기 때문에 호남사람들이 개혁세력들을 지지할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부산·경남(PK)권]
부산·경남은 17대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수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친노세력들의 약진이 만만치 않아 내심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미지보다 후보들의 ‘실력’으로 결판이 날 것”이라며 낙관적인 예측을 했다.
여권으로서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이곳에서 총선의 승부를 걸어야 한다. 신주류의 한 관계자는 “신당 창당 논의과정에서 중도파들이 급격하게 신주류쪽으로 쏠릴 경우 신당의 파괴력도 상당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신당 바람’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지역은 세대교체 바람이 한나라당의 중진들을 어느 정도 ‘밀어낼’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뒤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인 경남에서조차 “한나라당도 바뀌어야 산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 비등점이 세대교체의 바람으로 나타날 경우 폭발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중·동 이해성 깃발 올릴까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부산 진출 친노세력의 대표주자로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 하지만 지역구 의원인 한나라당 정의화 수석 부총무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정 부총무측은 “재선을 하는 동안 지역구 관리를 탄탄하게 해왔다. 누가 와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꿈의 3선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 전 수석은 자신의 출생지인 중·동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부산지역 친노 그룹에선 이 전 수석이 진구 갑의 김병호 의원에게 도전장을 낼 것을 권유하고 있다. MBC 베이징 특파원 출신의 이 전 수석과 KBS 보도국장 출신인 김 의원 간에 맞대결이 벌어질 경우 친노세력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고 흥행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 부산 서구 한나라 공천 3파전
한나라당 재선인 정문화 의원의 텃밭에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올 태세여서 복잡한 싸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최근 사면복권된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을 영입해 ‘노풍’에 맞불작전을 벌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전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박찬종 전 의원도 이곳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라 현역인 정문화 의원과 함께 치열한 공천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세 명 중 한 명이 공천을 받더라도 상대 후보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노심을 등에 업고 적당한 시기에 청와대나 내각의 거물 인사가 부산 출마 대열에 대거 합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 경남고 출신인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이 이곳에서 표밭갈이를 할 전망이다.
- 남해 하동 박희태 VS 김두관
4선인 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 텃밭에 역시 남해군수 출신인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김 장관은 한나라당의 명분 없는 해임안 표결처리를 두고 거대야당의 횡포라며 거침없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김 장관의 대야 강경발언 배경을 ‘총선 출마를 위한 몸풀기’로 보는 시각이 강해 그의 이곳 출마는 기정사실화돼 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리틀 노무현’에게 여권의 대대적인 지원과 관심이 쏠릴 경우 자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장 비하 발언’ 파문으로 여론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측근은 “개혁신당 바람을 일으키려면 (김 장관은) 부산이나 창원 등 대도시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만약 우리 지역에 출마한다 해도 크게 부담은 없다”며 담담한 모습이다.
- 거제 김현철 VS 김기춘
거제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출마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현철씨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천 내락설’까지 나온 상태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노풍’을 잡기 위해서 일정 부분 YS의 후광을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당위원장인 김기춘 의원은 “아직 공천과 관련해 어떤 것도 결정된 사실이 없으며 예정대로 거제에서 출마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당내에서도 현철씨 영입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앞으로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 전망이다. 현철씨는 YS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TK)권]
TK지역은 친노세력의 활동이 PK 지역만큼 활발하지 못하다. 전통적으로 보수성이 강한 데다 정치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폐쇄성으로 친노그룹의 고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유니버시아드대회를 훌륭히 치르는 등 정권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어 여론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대구 동구 신당 총대 멘 이강철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 내정자의 출마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내정자는 대구 지하철 사고와 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을 거치면서 지역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다는 여론이 퍼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의 J기자는 “보수적이고 지역 정서가 강해 부산만큼 친노세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강신성일 의원이 ‘지역구 현역’으로 버티고 있지만 ‘도전’의 물결이 거세다. 이강철 내정자 외에 전국구인 박창달 의원(한나라당), 서훈 전 의원도 가세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 신망이 높은 임대윤 동구청장도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어서 전·현직 의원과 단체장, 그리고 친노세력 대표주자의 한판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하지만 분구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될 듯하다.
- 달성 박근혜 VS 손희정
박근혜 의원(한나라당)이 터를 닦아온 지역구에 같은 당 전국구인 손희정 의원이 도전하고 있어 여성끼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은 원래 각별한 사이였다. 손 의원은 박 의원보다 14세나 많지만 지난 16대 총선 때 박 의원의 추천으로 전국구 후보 21번을 받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6월 두 사람 간에 ‘지구당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지난해 9월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박 의원이 대선 직전 당으로 복귀한 뒤 자신의 전 지역구에서 ‘다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싸움이 시작된 것.
최근 손 의원의 남편 하영태 달성상공회의소 소장이 ‘대신’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손 의원측은 ‘불순 세력의 음모’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 충남 논산·금산 지역구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은 자민련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왼쪽)과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 안희정씨 | ||
보수성향이 강한 충청 지역에서도 일대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부활’을 외치는 자민련과 다수의 현역 의원을 보유한 한나라당, 그리고 행정수도 이전 등의 공약으로 뒷심을 받고 있는 민주당 신당이 치열한 3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 논산 금산 이인제 VS 안희정
전국 지역구 중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적 명운을 건 이인제 자민련 총재권한대행과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의 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노무현-이인제 대결의 ‘제2라운드’로 여기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근래 들어 이 권한대행의 당내 입지는 불안한 상태다. 김종필 총재가 이 권한대행 대신 심대평 충남지사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려 한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난국을 돌파하고 충청 호남권 대표 인사로 다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뒤따른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지역 대표성이나 이름값으로 볼 때 이인제 권한대행의 압승 아니겠는가”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 총선 때 새 정치 바람이 불 것”이라며 ‘이변’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더라도 부담 없고 이기면 월척을 낚는 셈”이라고 밝혔다.
- 부여 김종필 지역구 10선?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최다선 의원 기록 보유자는 9선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총재 두 사람뿐이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김 총재는 헌정 사상 최초의 10선 의원이 된다.
김 총재가 내심 지역구에서 이 기록을 세우기를 바란다는 게 주변의 전언. 이럴 경우 김학원 의원의 거취도 궁금해진다. 지난 총선 때 김 총재는 김 의원에게 자신의 지역구인 부여 지구당을 물려준 바 있다. 정가 일각에선 충청 호남권에서 지지세가 두터운 자민련 소속 심대평 충남지사가 당 재건을 위해 부여 지역구에 출마하고 도지사 보궐 선거에 김학원 의원이 나서는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 광주 동구 신·구주류 여성대결
민주당 내 여성 신·구주류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 구주류 인사인 김경천 의원이 지역구 수성을 자신하는 가운데 개혁성향의 이윤정 전 시의원이 도전장을 던진 것.
현지에선 이영일 전 의원과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내 신·구주류 여성의 격돌이 예상되는 보기 드문 구도 탓인지 이 전 의원과 김 전 고검장의 출마설은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 목포 김홍일 의원 거취는?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 등 여러 인사들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지만 현 지역구 의원인 김홍일 의원의 거취문제에 온통 시선이 쏠려 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상징성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남인들의 정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표 지역’이기 때문이다.
DJ에 대한 향수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이 지역 정서에 깊이 배어 있어 김 의원이 출마할 경우 당선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주요 변수는 김 의원의 건강상태라는 지적이다. 호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회 의원회관 주변에선 김 의원이 건강상태를 고려해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얼마 전 팔에 골절상을 입고도 목포에 내려갈 만큼 지역구에 애착이 많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한편 정대철 대표의 측근인 민영삼 부대변인 등 몇몇 당내 인사들도 이 지역 출마를 준비중인데, 만약 김홍일 의원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신·구주류간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고흥 고창·부안 ‘낙선운동’ 결과는?
내년 총선에서 호남지역 중 가장 시끌벅적할 지역구로 꼽힌다. 친노무현 세력 인사들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공언한 박상천 의원(고흥)과 정균환 의원(고창·부안)의 ‘텃밭’인 탓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과 정 의원 모두 지역에서의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에 수성이 무난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낙선운동이 거세질 경우 박 의원과 정 의원에 도전하는 인사들의 입지는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고흥에선 개혁당 소속 장철우 변호사가 지역 민심을 다지고 있다. 장 변호사의 경우는 친노세력의 목소리와 어느 정도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인사다.
그러나 고창·부안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 지역에선 신건 전 국정원장과 진념 전 경제부총리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정 의원에게 친노세력의 공세가 집중될 경우 개혁인사가 아닌 전직 관료들이 오히려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현지에선 민주당에 대한 지역 정서 등을 고려할 때 ‘당 사수파’인 박 의원과 정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이 거세질 경우 오히려 두 의원의 입지를 굳혀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