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 교수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100m 스프린터’와 비교했다.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을 바라보며 청와대 대변인을 목표로 전력 질주를 해온 권력의 스프린터가 윤 전 대변인의 본모습이라는 것.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윤 전 대변인이 방송을 통해 한 말과 칼럼을 살펴보면 그가 박 대통령을 향해 늘 곡학아세와 견강부회의 자세를 유지한 것에서 드러난다고. 혹자의 말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윤 전 대변인은 언론을 정치권력으로 가기 위한 도구로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황 교수에 따르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이번 성추문 사건 면면에는 요즘 유행하는 ‘갑을 관계’ 양상이 기본으로 깔려있다고 한다. 윤 전 대변인 사건 이외에도 주미 한국 문화원 직원들에 대한 청와대 수행원들의 갖가지 횡포에 대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황 교수는 “촌놈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미국에 가서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며 전형적인 ‘기업체 멘탈리티(Mentality·사고방식)’로 해석했다. 기업체 본사 임원들이 해외지사로 시찰을 나가 현지 직원들의 극진한 대접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기업체 문화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공식석상에서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곁들여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손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 허태열 비서실장과 이남기 홍보수석의 ‘셀프사과’ 논란에 대한 황 교수의 분석도 흥미롭다. 황 교수는 “그들이 말한 사과의 방점은 결국 ‘앞의 국민이 아닌 뒤의 그분(박근혜 대통령)’에 있다”며 이를 두고 여왕을 섬기며 모시는 신하들의 심리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늘 왕이 말만하면 ‘황공하다, 송구스럽다, 죽여 달라’고 끝을 맺은 역사 드라마 속 장면처럼.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평민의 사고로는 절대 이해할 수없는 ‘여왕의 멘탈리티를 타고난 분’이라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윤창중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그분의 청와대’를 도발한 까닭은 무엇일까. 황 교수는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만의 주장을 펼친 것 자체가 결국 지금까지 겉으로 내보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허구였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봤다. 윤 전 대변인이 맘속으로 박 대통령을 조금이라고 경외했다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압박하는 이런 식의 독자적인 기자회견도 못했을 것이고 아예 인턴 성추행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황 교수는 이러한 윤창중 전 대변인의 태도를 일컬어 ‘반정을 도모하기위해 허수아비 왕을 내세우고, 일이 끝나면 그 왕을 능멸하는 역성혁명가’에 비유했다. 윤 전 대변인에게 있어서 박 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권력욕을 위한 이용 대상이라는 해석이다. 윤 전 대변인의 ‘거짓말 퍼레이드’에 대해서 황 교수는 당장의 급한 불만 끄려는 ‘막가파식 사고방식’과 다를 바 없다고 평했다.
한편 황 교수는 이번 사건의 향후 파장에 대해 “만약 박근혜 정부가 윤창중 전 대변인을 어떻게 해서든 미국에 보내지 못한다면 대중들은 박근혜 정부를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로 낙인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