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춘 이사장 | ||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 방송을 통해 “연기금을 전문가에게 위탁하면 1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주식투자를 독려하는 발언 이후 국민연금은 그 달에만 1조 9654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금액은 지난 2007년 초부터 8월 말까지 8개월간의 매수액인 1조 4667억 원보다 많은 것. 이 과정에서 ‘정부의 요청을 받은 박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당시 내부에서는 주식투자 확대에 대해 반대가 우세했다. 하지만 그러한 의견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최근 박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주요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철저히 깨지는 동안 국민연금은 안정성 위주로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중심 운용을 하다 보니 다행스러운 성과가 나왔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이에 대한 국민연금 안팎의 반응은 차갑다. 주식 비중이 줄어든 것은 박 이사장이 잘해서가 아니라 주가가 폭락해 전체 금액이 감소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기금운용본부가 그동안 수차례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자고 했을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막상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그런 식으로 말한다”며 박 이사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전언이다.
주식투자 손실과는 별도로 금융당국에서는 국민연금의 증권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통법 시행으로 국민연금은 더 이상 ‘5%룰’ 면제를 적용받지 않게 됐지만 그 전에도 ‘10%룰’(임원·주요주주의 주식소유 상황 보고)은 지켜야 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자통법 시행 전까지 효성 한진 오리온 등 14개 기업에 대해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단 한 번도 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국민연금은 자통법 시행 직전 이들 기업에 대한 지분을 일부 매각, 10% 아래로 낮춘 것으로 알려져 이를 감추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위반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 매입과 매수시기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통법 시행 초기여서 착오가 있는 것 같다. 금융당국과 협의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