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이었던 서울지역 총선 향배가 여권의 분열로 인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는 세대교체 등을 통한 ‘물갈이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데다 새 인물에 대한 갈증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로부터 촉발된 ‘구 정치인 용퇴론’도 이 같은 여론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시민단체마저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등 물갈이에 대한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해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물갈이 요구가 바로 세대교체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유권자들이 정치 신인들인 386 후보들에 대해 아직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 그런 까닭에 이번 총선에서는 나이보다는 도덕성과 전문성이 선량을 뽑는 주요 선택 기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의 분당으로 ‘제2의 여당’도 출현할 예정이어서 종래의 여야 개념을 뛰어넘는 복잡한 선거전이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 내부의 소장·중진 간 세대교체 논란이 또 다른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17대 총선의 향배는 그 누구도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요신문>은 지난호에서 영·호남과 충청지역의 화제 지역구를 살펴본 데 이어 이번호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과 강원 제주 지역의 열전 현장을 미리 점검해본다.
[서울]
지역 내 45개 선거구에서 3백80명가량이 출마채비를 하고 있어 평균 8.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데 이어 대선에서도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앞선 곳이다. 전통적으로 현 민주당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17대 총선에서는 이런 희망 섞인 전망이 계속될지 의문이다. 민주당 신당 창당 과정에서 일어난 여권의 분열이 어떻게 표로 연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민주당이 자체 분열로 호남 대 개혁세력으로 양분되면서 여권의 득표에 감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신당 창당 과정에서 신·구주류 간의 감정의 앙금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과연 지역 내 호남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의 한강이남은 동·서로 나뉘어 당내 예선전 승자가 곧바로 당선될 확률이 많았던 지역이다. 동쪽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였고 서쪽은 민주당이 호남 표(평균 35%)를 바탕으로 독식하다시피하고 있다. 따라서 당내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호남 표가 신당으로 분산될 경우 민주당과 신당 모두 어려운 선거를 치르는 한편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 종로 노 대통령 옛 지역구
이 지역은 노무현 대통령의 옛 지역구이자 대선 출마자들이 청와대 입성의 ‘징검다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친노 세력들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의 출마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하지만 정동영 의원측은 “지금까지 한번도 지역구에서 마음이 떠난 적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유인태 수석도 전임 지구당위원장으로서 종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반면 ‘현역’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거물급 후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느긋한 상황. 박 의원은 지난해 8·8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뒤 착실하게 지역구를 다지고 있다. 또한 대변인으로서 당내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쌓은 상태. 박 의원측은 “종로 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떤 후보가 오더라도 깨끗하게 승부해보고 싶다. 다만 정동영 의원의 경우 전주 덕진구에서 2대째 전국 최다득표를 올리고 있는데 그런 지역구민들의 뜻을 버리고 굳이 종로에 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재판 끝에 당선 무효가 된 정인봉 전 의원도 설욕전을 노리고 있지만 사면복권이 전제돼야 하는 상황이다. 조성우 신당연대 상임대표, 김경환 자민련 지구당위원장, 이선희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 정흥진 전 종로구청장도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 친창 고흥길 의원 대 친노 허운나 의원 | ||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지역구는 ‘철새’ 논란에 따라 정치신인들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 그 중 김원길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민주당 사고지구당으로 남아 있는 강북 갑의 경우 수많은 후보들로 들끓고 있다.
먼저 오영식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8월 초 서울 수유동의 한 아파트를 구입한 뒤 본격적인 지역 다지기 활동에 들어갔다. 김태랑 민주당 최고위원도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곳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노사모 회장이었던 영화배우 문성근씨와 명계남씨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유광언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 등 이 지역을 놓고 무려 13명의 이름이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원길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며 현재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보좌관인 윤후덕씨 출마설도 나온다.
- 강서갑 신·구주류 한판 대결
서울에는 민주당 신·구주류의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곳이 강서 갑으로 신주류 핵심인 신기남 의원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구주류 조재환 의원(비례대표)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7월 초 조 의원은 신기남 의원이 한때 사용했던 서울 화곡동 강서구청 옆 사무실에 입주했다. 8월 중순에는 아예 집까지 옮겼고 요즘은 거의 1주일 내내 이 지역에서 살고 있다. 그는 35%에 달하는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신 의원을 ‘저격’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상태. 조 의원은 당내 경선에 대비해 전통적인 민주당 표심을 자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 의원측은 “별로 신경을 안 쓴다. 1주일에 3~4번 지역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다만 박계동 전 의원의 출마설도 나오고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도현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 남성우 전 새마을운동본부 교수, 백철 자민련 지구당위원장, 임삼진 전 녹색연합 사무차장도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경기]
인천·경기권이 전국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 2백27개 지역구 중 인천에 11개, 경기지역에 41개가 몰려 있다. 선거구 수도 적지 않지만 민심을 종잡을 수 없다는 점이 더욱 각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영·호남에 비해 지역색이 덜하면서도 서울 충청 강원 지역과 접해 있어 복합적 여론이 요동치는 탓이다.
2000년 총선에서는 인천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우세했고 경기지역은 민주당에 표를 더 많이 줬다. 지난 대선에서는 인천·경기 지역이 노무현 후보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과연 내년 총선에서 요동치는 인천·지역의 민심은 어느 정파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 인천 부평 갑 이 지역 최대 격전장
이 지역은 인천에서 최대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직전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겨온 박상규 의원이 지역구 의원직을 꿰차고 있는 가운데 같은 당 조진형 전 의원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당 지구당위원장직을 지키고 있는 조 전 의원이 관리해 온 지구당 내 조직을 활용해 당내 공천 경선에서 현역 의원인 박 의원과 진땀 승부를 연출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인천 부평 갑의) 우리 당 후보는 본선에서 한바탕 땀을 더 빼야할 것”이라 전망한다. 전국구인 민주당 박상희 의원이 이 지역 출마를 위해 준비중이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석 청와대 비서관의 출마설도 끊이지 않는다. 전·현직 의원과 대통령 측근까지 가세할 부평 갑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 지역으로 조명받을 전망이다. 송종식 민주당 지구당 선대위원장, 홍미영 전 시의원, 문병호 변호사, 홍영표 개혁당 위원장, 한상욱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이 뛰고 있다.
▲ 양정규 의원 | ||
이 지역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남경필 현 지역구 의원(한나라당)을 대적할 거물급 인사가 누가 될 것인가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35세의 나이로 금배지를 단 남 의원은 지난 6월 당 운영위원 선출에서 경기지역 1위를 차지해 만만치 않은 뒷심을 보여줬다. 최근엔 원희룡 의원과 더불어 당내 물갈이를 주장하는 소장파 중심에 서서 당내 대표적인 개혁성향 의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이런 남 의원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물갈이를 외치는 남 의원이 오히려 총선에서 물갈이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남 의원의 총선 상대로 전문성과 경륜을 겸비한 여러 거물급 인사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눈에 띈다. 정가에 나도는 출마설에 대해 최근 김 부총리는 불출마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친 노무현’ 성향 인사들로 꾸려질 여권 신당에서 남 의원의 상대로 김 부총리를 집요하게 설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부총리 고향이 수원이고 그의 노모가 아직 수원에 살고 있다는 점 역시 김 부총리 출마설에 계속 불을 붙이고 있다.
그밖에도 남 의원 지역구에는 임창열 전 경기지사와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출마설도 나도는 중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남 의원은 당내 거물급 중진들과 한판 신경전을 벌이고 난 뒤 총선에서도 당밖 거물급 인사들과 격전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공우 민주당 지구당위원장, 이철원 개혁당 위원장, 김환진 자민련 위원장, 손민 민국당 위원장, 한동근 민주노동당 지구당창당준비위원장 등이 뛰고 있다.
- 부천 소사 노 사단 vs 김문수 2회전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현역 의원을 맡고 있는 이 지역에선 최고의 ‘대 노무현’ 저격수로 떠오른 김문수 의원의 상대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가에선 노 대통령 측근인 원혜영 부천시장과 김만수 전 청와대 부대변인 중 한 명이 김 의원과 상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만수씨는 원 시장이 부천 오정 지역구 의원일 때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우선 원 시장측은 “부천 지역 여론이 좋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국회의원을 지낸 오정 지역구에선 이미 김만수씨가 표밭을 누비는 중이다. 이 때문에 교통정리가 불가피할 것이며 오정 지역구를 양보할 나머지 한 사람이 김문수 의원과 맞붙을 것으로 정가에선 보고 있다. 원 시장과 김씨 중 누가 김문수 의원과 대적하게 될까. 그리고 이들은 과연 노무현 대통령의 눈엣가시와도 같은 김 의원을 꺾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조영상 민주당 지구당위원장, 심일선 신당연대 공동대표도 뛰고 있다.
- 성남 분당 갑 친노 vs 친창 성대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성남 분당 갑은 경기 지역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구 중 하나로 꼽힐 전망이다. 현재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이 지역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전국구 허운나 의원이 도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현역 의원들끼리 성(性)대결을 펼치는 보기 드문 구도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남녀 의원 간의 격돌이란 점 이외에도 이들의 대결은 ‘친노파 대 친창파’란 수식어까지 달고 다닐 전망이다. 고 의원은 지난 97년 대선부터 2002년 대선까지 이회창 전 총재의 핵심참모로 활약해 왔다. 허 의원 역시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 때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곁을 지켜온 대표적 친노파 인사다. 이들 두 의원 간의 대결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빙 승부를 연출한 노무현-이회창 대결 못지 않은 화제를 뿌릴 전망이다.
김용준 개혁당 위원장, 김현중 민주노동당 위원장, 강대기 전 도의원, 정원섭 전 도의원도 뛰고 있다.
[강원·제주]
강원 지역은 한나라당에서 영남 다음으로 수성에 자신감을 보이는 곳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도 강원 지역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나라당 공천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탓에 당 내부 공천 경쟁이 영남권 못지 않게 치열한 지역이다.
제주 지역은 지난 15대, 16대 총선에 출마한 인사들이 대부분 그대로 재등장할 조짐이다. 새 얼굴이라면 최근 〈느낌표〉(MBC-TV)에 출연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김재윤 탐라대 교수(서귀포·남제주) 정도가 눈에 띈다.
- 강릉 한나라당 공천 대격돌
강원 지역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구는 바로 강릉이다. 이 지역은 현재 최돈웅 의원이 지키고 있지만 당내 도전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가장 큰 라이벌로는 심기섭 강릉시장이 거론된다. 현재 시장 3선을 기록중인 심 시장이 지역 인사들의 지지세를 발판 삼아 중앙 정치무대 진출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돈다.
여기에 이회창 전 총재 측근 인사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 전 총재 보좌역을 지낸 김해수 당 부대변인이 올 초부터 지역 민심을 다지는 중이며 이 전 총재 밑에서 특보를 지낸 이호영씨도 출사표를 준비하고 있다. 현 지역구 의원과 지역 단체장, 그리고 이회창 전 총재의 젊은 측근들이 ‘안방 대격돌’을 벌일 전망이다. 최욱철 전 의원과 한의사 노승현씨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 북제주 양정규 아성 깨질까
지역구 현역인 양정규 의원의 수성 여부가 관심사다. 지난 7대부터 시작해 제주 지역에서만 6선에 성공한 양 의원에 대해 뚜렷한 경쟁자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60세 용퇴론’과 ‘5·6공 세력 청산론’에 대한 대처가 관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양 의원이 ‘7선 고지’를 밟기 위해서는 우선 당내 반발 여론을 잠재우는 것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행담 예비역준장, 홍성제 민주당 위원장, 김우남 도의회 부의장, 공인회계사 김용철씨가 준비하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