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서울모터쇼의 화두는 단연 ‘친환경’이다. 모터쇼에 참여한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친환경 차량을 선보였다. 이번 모터쇼에 전시된 149대의 자동차 중 친환경 차량은 31대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는 7월 시판 예정인 이 차는 현대차가 내건 친환경 슬로건 ‘블루 드라이브’ 전략을 실현해줄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세계시장 흐름을 반영하듯 현대차는 부스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총 5대의 친환경 차량을 전시했다. 이밖에 기아차의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도요타 프리우스, 혼다 인사이트 등도 눈길을 끌었다.
친환경 차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모터쇼는 국내차가 수입차를 질적·양적인 면에서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BMW 등 수입차 업체의 절반 이상이 불참한 탓이기도 하다. 모터쇼 시작 전부터 ‘반쪽 쇼’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 실제로 모터쇼를 지켜본 많은 언론 관계자들과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시장이 휑한 것 같다”며 모터쇼 흥행을 우려하기도 했다.
2009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업체 중 현대·기아차는 거의 독무대라고 할 정도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차량 9대 중 현대·기아차가 5대를 차지했을 정도. 오히려 현대차와 기아차가 벌이는 ‘형제간 경쟁’에 관전 포인트를 맞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여기서는 아우 격인 기아차가 ‘형님’ 현대차를 상대로 근소한 차이로 ‘판정승’을 거뒀다는 게 모터쇼를 지켜본 이들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특히 기아차의 쏘렌토 후속 XM과 콘셉트카 VG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어려운 회사 여건 속에서도 쌍용차는 콘셉트카 C200을 선보였고 르노삼성은 뉴SM3와 콘셉트카 EMX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수입차 중에서는 렉서스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는 평가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IS250C가 높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보석’이라고도 불리는 IS250C를 직접 타보기 위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렉서스는 차별화된 부스로도 호평을 받았다. GM의 구원투수로 불리는 시보레 볼트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차도 차지만 모터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볼거리다. 그중에서도 여성 홍보모델은 ‘모터쇼의 꽃’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모델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대신 차의 정보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해주는 ‘인포우미’를 전시장에 배치한 업체들도 있었지만 아직 생소해서인지 활약은 미미해 보였다.
여성 홍보모델의 노출 수위도 낮아져 많은 전시장 곳곳에서 남성 관람객들의 ‘원성’이 들렸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 관람객은 “전시 차도 줄어든 마당에 홍보모델마저 줄어들어 볼 게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반면에 한 여성 관람객은 “자동차 모터쇼에 왜 야한 옷차림의 모델이 필요한가. 가족들과 함께 오기 민망했는데 잘 된 것 같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