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폐지 종목이 정리매매 기간 상·하한가격 제한폭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 폭락과 급등을 오가는 ‘머니게임’ 양상이 속출하고 있다. | ||
한국거래소는 지난 1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시장조치 현황을 발표했다. 시장조치를 통해 퇴출이 확정된 업체는 모두 코스닥 상장사로 13개사에 달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2년 연속 최근년도 매출액 30억 원 미만 △관리종목 지정 후 자기자본 50% 이상 법인세 비용차감 전 계속사업손실 발생 등에 해당할 경우 상장폐지된다.
이에 따라 포넷과 코스모스피엘씨, 미디어코프, 디에스피, 에프아이투어, 도움, 희훈디앤지(이상 자본전액잠식), 케이디세코(2회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포이보스, 산양전기(2회 연속 자본 잠식률 50% 이상 및 자기자본 10억 원 미만), 이노블루(2회 연속 매출액 30억 원 미달 및 자본전액잠식), 우수씨엔에스(2회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및 2회 연속 자기자본 10억 원 미만), H1바이오(3년 연속 법인세 전 계속사업손실)가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여기에 IC코퍼레이션과 IDH 등 12개사는 감사의견거절 등으로 인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또한 비엔알과 I.S하이텍, 엠엔에프씨 등 18개사는 계속기업불확실성으로 인한 감사의견 비적정과 환율변동 등으로 상장폐지 우려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업체는 7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일로부터 15일 이내 상장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된다. 이 심의 결과에 따라 3일 이내에 실제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달 안에 ‘생사’가 결정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환율 상품인 ‘키코’ 피해로 인해 손실을 입은 기업들은 구제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상장폐지 우려기업 18개사 중에서 환율변동 때문에 지정된 업체는 심텍과 IDH, 사라콤, 태산엘시디, 모보, 에스에이엠티, 엠비성산 7개사. 이들 기업들은 대규모 당기 순손실로 인해 자본 전액이 잠식된 업체들이다. 자본 잠식이 키코 손실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일괄 구제되기는 힘들지만 정부가 키코 피해 업체들의 경우 상장폐지 대상에 해당해도 2년간 유예기간을 주기로 한 상태여서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
이들 업체의 사정은 그렇다고 치고 퇴출 결정이 난 13개사의 주식은 어떻게 될까. 상장폐지 결정이 났다고 해서 당장 거래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10일까지 정리매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정리매매의 기준가는 매수호가와 매도호가를 동시에 받아 일치되는 특정 가격으로 결정된다. 상한가와 하한가 등 가격제한폭은 없고 30분마다 새로운 호가로 거래가 가능하다.
정리매매가 끝나고 퇴출됐는데도 아직 주식을 가진 투자자는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시장 프리보드를 통해 매매를 할 수 있다. 퇴출된 업체가 프리보드에 상장을 지원하면 매매거래가 가능해진다.
투자자라면 이런 위험한 주식은 아예 처음부터 사지 않는 것이 상책일 듯싶다. 증시 전문가들은 “무작정 소문에 휩쓸려 테마주에 투자하기보다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번에 퇴출대상에 오른 종목들 중에는 한때 재벌과 자원개발, 엔터테인먼트 등 투자 열풍을 몰고 왔던 테마주들이 다수 있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미디어코프의 경우 효성그룹 오너 3세인 조현준 부사장이 2006년 말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주가가 두 배나 뛰었다. 재벌가 자제들이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던 ‘재벌테마주’에 이름을 올리며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그러나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자본 전액잠식으로 상장폐지 명단에 오른 포넷의 경우 지난해 자원개발 열풍을 타고 폭등했었다. 당시 고유가로 인해 자원개발이 테마를 형성하자 포넷은 지난해 5월 홍콩소재 그레이스우드와 7552억 원 규모의 가스오일 중개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고 주가는 87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지난 1월 12일 장마감 후 ‘올빼미공시’를 통해 ‘가스오일 중개계약은 물론 8월에 공시했던 32억 원대의 무연탄 판매계약이 철회됐다’고 밝혀 투자자들을 경악케 했다.
H1바이오는 황우석 박사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에이치바이온에 투자하면서 투자자의 눈길을 받았다. 특히 서울대학교가 보유하고 있던 황 박사의 특허를 에이치바이온에 넘기자 H1바이오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그러나 영업손실이 지속되면서 ‘3년 연속 법인세 전 계속사업손실’ 사유로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박스이론(주가는 일정한 틀 안에서 한동안 머문다는 이론)을 창안해낸 미국 월스트리트의 3대 거물 개인투자자인 니콜라스 다비스는 기업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주식시장이 나쁘더라도 수익을 내는 기업에 돈이 몰린다는 것. 그런 그가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자신의 귀’를 꼽았다는 사실을 요즘 같은 장세에 곰곰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의순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