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부 부처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경기 상황에 대해 정부와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의 예측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 이러한 주장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의 이론은 그럴듯하다.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이혼율이 줄어든다.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난 가장이 늘어나고, 이는 가정불화로 이어져 이혼에 이른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경우에도 경기 악화로 빚이 쌓이면서 채무 문제 등을 감안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는 논리다.
실제로 통계상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보면 2002년 7.6건(경제성장률 7.2%)이었던 이혼율은 ‘카드 사태’가 터진 2003년에 8.7건(경제성장률 2.8%)으로 치솟았다. 이후 경제 사정이 나아지자 이혼율은 2004년 7.2명(경제성장률 4.6%)으로 떨어진데 이어 2005년 6.6건(경제성장률 4.0%), 2006년 6.3건(경제성장률 5.2%), 2007년 6.2건(경제성장률 5.1%), 2008년 5.8건(경제성장률 2.8%)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경제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자 1000명당 이혼건수는 2009년에 6.0건(경제성장률 0.3%)으로 다시 상승했다.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이혼율은 2010년에 5.6건(경제성장률 6.3%)으로 하락했고, 2011년(경제성장률 3.7%)과 2012년(경제성장률 2.0%)에는 5.4건에 머물렀다.
이러한 이혼율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올 2월 우리나라 총 이혼건수는 8500건으로 1월(9400건)보다 900건이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9년도에 월별 이혼건수가 1만∼1만 1000건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2000건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치(0.2%)보다 훨씬 높은 0.9%를 기록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 사정이 정부의 엄살만큼 나빠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이혼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앞서의 정부 부처 관계자는 “이혼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경제 사정이 아직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이혼 종류나 이혼 사유는 경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향후 이혼율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 아무래도 정부가 긴장을 해야 할 것이다. 올해가 이혼율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분수령이 되는 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부부간에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는 증가 중이다. 이혼 사유로 ‘경제문제’를 든 경우는 2002년에 전체 이혼 건수의 13.6%였으나 카드 사태가 벌어진 2003년에는 16.4%로 급등했다. 이후 하락하던 경제문제 이혼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4.2%로 늘어난 데 이어 2009년에 14.4%까지 증가했다. 다행히 2010년 경제문제 이혼 비율은 12.0%로 떨어졌다. 하지만 2011년에 12.3%, 2012년에 12.7%를 기록,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이혼의 종류도 경제문제를 둘러싼 부부간 갈등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부부가 이혼을 결정하면서 재산·양육권 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면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이 때문에 경제 사정이 나쁘면 재판 이혼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재판 이혼 비중은 2007년 15.2%에 그치는 등 2000년대 들어 대부분 15%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8년에는 22.1%로 늘어난데 이어 2009년에는 23.8%, 2010년 24.8%까지 늘어났다.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24.4%와 23.9%로 다소 줄어든 모습을 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지기 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