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여선생과 제자>의 한 장면.
지난 5일 서울의 한 사립대 남녀 대학생들과 여자 강사 정 아무개 씨가 술자리를 가졌다. 그들은 정 씨를 중심으로 공연팀을 구성해 공연을 준비 중에 있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정 씨는 조 아무개 씨(23)를 비롯해 남학생들에게 자신을 집에까지 데려다 줄 것을 요구했다. 정 씨를 바래다주던 조 씨는 정 씨에게 “준비 중인 공연에서 빠지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정 씨는 화를 내며 조 씨의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조 씨를 폭행했다. 조 씨는 “정 씨가 뺨을 다섯 차례 때렸다. 그뿐만 아니라 핸드폰으로 정수리 부분을 가격한 다음, 발로 배까지 찼다”고 주장했다.
조 씨에 대한 성희롱도 행해졌다. 현장을 목격한 조 씨의 친구는 “여 강사가 감정이 격해져 조 씨를 마구 때리니, 그가 무릎 꿇고 사과를 했다. 그러자 정 씨는 그에게 ‘잘못한 거 알고 사과하려면 옷을 벗어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정 씨는 “나도 조 씨가 어깨를 가방으로 툭툭 치는 등 위협을 느껴 무서웠다”며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것은 교육 차원이었을 뿐 옷을 벗으라는 식의 막말은 하지 않았다”고 조 씨의 성희롱 주장을 부인했다.
한편 정 씨가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남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막말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씨의 수업을 들은 한 수강생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씨가 학생들과 술자리를 자주 가진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옆에 있는 학생에게 뽀뽀를 하고 만지는 등 불필요한 접촉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사 정 씨는 “술자리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내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이들도 좋아서 했겠지 싫었으면 술자리에 앉아 있었겠느냐”고 설명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대학 측에서는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고소장이 접수된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도 “고소인과 피고소인, 목격자 등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씨와 마찬가지로 대학 내에서 남학생들에 대한 성추행 사례가 더 있었다. 대학교 2학년이었던 A 씨는 지난해 11월 친구들과 함께 여자 선배 4명과 동아리방에서 술을 마시게 됐다. 여자 선배들은 술자리 게임 등을 하며 A 씨에게 독한 술을 계속 권했고, A 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취해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A 씨는 깜짝 놀랐다. 그의 윗도리와 바지가 벗겨져 나체로 자고 있었던 것. 옷을 찾아 입으려던 A 씨는 자신의 몸에 낙서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성기 부분에도 매직으로 낙서가 돼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없고 옆에는 여자 선배들만이 잠을 자고 있었다. 여자 선배들이 술에 취해 잠든 그의 옷을 벗기고 성기에 낙서를 하는 장난을 친 것이다. A 씨는 화가 나 그 길로 경찰서에 가 여자 선배들을 성추행으로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의 반응은 더 황당했다. 경찰은 “학교 선후배 간에 장난친 것 가지고 무슨 경찰서에 오느냐”며 “남자니까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식으로 대꾸했다. A 씨는 “성별이 바뀌어 만약 남자선배가 여자 후배 옷을 벗기고 몸에 낙서를 했다면 경찰이 이렇게 반응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리운전기사나 택시기사들도 여성들에게 성폭력 피해를 많이 입는다고 한다. 대리운전을 했던 B 씨는 이런 경험담을 털어놨다. 하루는 술에 취한 여성을 태우고 집까지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여성이 뒷좌석에서 B 씨가 있는 운전석 쪽으로 몸을 숙이더니 뒤에서 껴안고, 특정부위를 만지기 시작했다. 몸을 피하려다 핸들이 꺾여 사고가 날 뻔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여성이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후에 갑자기 B 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B 씨는 “당시 차 안에는 블랙박스도 없어 무혐의를 입증할 만한 방법이 전무했다. 결국 경찰서까지 가서 조사를 받은 끝에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남성들 같은 경우는 성범죄 피해를 받았더라도 창피해서 신고하지 않고 감추는 일이 많다. 그래서 발생 건수는 경찰에 신고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남성조차도 성범죄 피해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제도적,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여상사가 치근덕…결국 퇴사
영화 <폭로> 포스터.
지난해 취업포털사이트 ‘커리어’에서 직장인 405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0.5%는 직장생활을 하며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에 성별로는 여성이 72.6%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지만 남성들도 27.4%나 차지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