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대학생 A 씨는 4월 말이면 군대에 간다. 지난해 연말 휴학계를 내고 나니 그에게는 약 5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혈기가 넘쳐흐르는 시기라서 입대 전에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차분하게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4개월간의 아르바이트였다. 같은 과 선배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무역업체에서 허드렛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원한 것이다.
그의 급여는 시간당 5000원에 중식 제공으로 하루 4만 5000원 정도였다. 한 달 20일을 일한다고 계산하니 월수입이 90만 원 정도고 교통비와 식비를 제외해도 75만 원은 너끈히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결국 4개월의 노력 끝에 최근 A 씨가 모은 돈은 300만 원이나 되었다. 그는 이 돈을 2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었다. 이렇게 돈 모으는 재미를 알고 나니 그는 군에 가서도 돈을 모아야겠다고 결심했다.
A 씨는 그동안 ‘군에서 사병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서 전역 후 학비에 보태거나 배낭여행을 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선배들 얘기론 사병 월급을 제대할 때까지 모으면 180만 원가량 된다고 한다. 여기에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합치면 원금만 거의 500만 원, 그동안에 불어나는 이자까지 감안한다면 전역해서 복학할 때의 등록금으로도 충분할 듯했다.
집에서 부모가 학자금을 준다면 이 종자돈을 착실하게 불려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큰 보탬이 될 거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필자는 한 사관학교의 생도 임관 전 교육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다들 이제 며칠 후면 대한민국 국군 장교로 임관된다는 생각에 들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필자는 이들이 생도생활 4년간 경제적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사했다.
대답은 극과 극이었다. 4년 동안 생도에게 지급되는 급여를 모두 모아서 1000만 원에 가까운 목돈을 만든 생도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집에서 용돈을 타다가 쓰기에 바빴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충고했다.“지금 임관하는 동기들은 모두들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지만 10년, 20년 후에는 다른 위치에 서 있을 것이다. 승진하고 진급하는 사회적인 위치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경제적인 위치다.
처음부터 착실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서 내 집 마련하고 저축해서 안락한 노후를 준비한 동기가 있는 반면 직장생활 10년이 지나도 셋방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동기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경제적인 성공과 자립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경제적인 기반을 탄탄히 다져 놓아야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B 씨는 잠깐의 판단착오로 군 생활 동안 어렵고 힘들게 모은 돈을 반 토막 냈다. 대학 재학 중 특기병으로 입대해 착실히 돈을 모으던 그는 해외파병에 지원하여 선발됐다. 해외복무 덕에 그는 제대할 때 1000만 원가량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나머지 군 생활에서 모은 돈을 모두 합하니 이자를 포함해서 1200만 원이나 되었다.
돈은 다 똑같다고 하지만 B 씨에게 이 돈은 진짜 전쟁터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벌어들인 소중한 것이었다.이 귀한 돈을 어떤 금융상품에 넣을까 고민하던 B 씨는 주변사람들과 상의도 하지 않고 펀드에 가입했다. 물론 펀드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가 펀드열풍에 휘둘려 ‘묻지도 따져보지도 않고’ 덜컥 가입을 했다는 점이다. 사전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했던 B 씨는 증권사 창구에 가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을 선택했다.
졸업 전에 대형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에 인턴사원으로 근무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고 치밀한 B 씨였지만 잠깐의 선택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올지는 몰랐던 셈이다.결국 펀드가 지난해 하반기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자 그는 필자한테 달려와서 상담을 요청했다. 살펴보니 그의 펀드는 주식형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주식형은 주가 폭락시에는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사실 혼합형이라면 초보자가 가입해도 문제가 없지만 순수 주식형은 정말 많은 고민을 해보고 전문가와 상담한 후에 가입을 해도 늦지 않다. 게다가 그의 펀드는 폭락하는 시점에 만기가 돌아왔다. 결국 필자는 40% 가까이 손해를 보더라도 환매한 후에 3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도록 조언했다.
필자는 그러면서 B 씨에게 몇 가지 재테크 주의사항을 일러 주었다. 첫 번째 돈의 가치를 생각하고 결정하라. 쉽게 번 돈이라면 과감한 투자를 해도 된다.하지만 B 씨의 경우처럼 자신의 노력과 목숨을 내걸고 번 소중한 돈이라면 안정성이 우선이다. 두 번째 환금성을 확인해라. 주식에 투자해서 두 배로 주가가 올랐다고 해도 거래량이 적거나 거의 없다면 이익이 실현된 것이 아니다.
토지에 투자해서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그 토지를 매각한 후에 실질적인 이익이 생기는 것이지 지금은 그냥 오른 것뿐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세 번째는 마음을 다스리라는 것이다. 고정이자의 정기예금에 가입했다면 그냥 잊어버려도 된다. 이 경우 수익률 때문에 노심초사할 일도 없다. 반면 수익성이 큰 상품일수록 위험성도 크다.
매일 매일 수익성을 체크해야 하는 상품에 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마음 다스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진다고 조바심을 내다가 바로 팔아버리고 마음고생을 한다면 오히려 병원비가 더 들어갈지도 모른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항상 한 발 떨어진 자세로 자신의 투자 상황을 점검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B 씨는 올해 신입사원이지만 자신만의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부모에게서 독립, 즉 경제적 자립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차분하고 착실하게 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다만 충분한 검토와 상담을 한 후에 말이다. 남들은 ‘가서 썩는 게 군대생활’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 기간을 자신을 다시 한 번 담금질하는 계기로 삼는 건전한 젊은이들이 더 많이 있다. 이 담금질의 시간에 올바른 경제적 생각과 습관, 그리고 적더라도 종자돈을 마련한다면 그 청년의 미래는 더 창창할 것이다.
한치호 재테크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