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에게 하는 아부는 좀 더 세심한 ‘기술’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취미를 파악한 후 해야 성공률이 높다. 언론사에 근무하는 P 씨(여·28)는 입사 몇 달 만에 사랑받는 후배가 됐다. 그의 아부 기술도 기본적으로는 칭찬에 근거하고 있지만 분야가 좀 남달랐다. 상사가 무엇을 잘하느냐보다 ‘무엇을 잘하고 싶은지’부터 파악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늘 하는 업무를 가지고 칭찬하는 것보다는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을 칭찬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제 선배는 직장인 밴드에서 보컬을 할 정도로 노래를 좋아하죠. 이럴 때는 일보다는 노래를 추켜세우는 것이 나아요. 이미 일로는 상당한 경력과 실력을 자랑하는 선배한테 글이 좋다고 칭찬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윗사람에게만 아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원만한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아랫사람에게도 적절한 아부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능력 있는 신입사원들도 많고 그들에게 새롭게 배워야 할 업무기술도 많다. 위아래 두루두루 내 편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진정한 ‘아부의 달인’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L 씨(33)는 얼마 전 신입사원을 맞이했다. 과중한 업무에 새로 들어온 후배들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고.
그러나 ‘신입’들이 잦은 실수에 개인주의적인 성향까지 보이자 L 씨의 기대는 초반에 무너졌다.“처음에는 답답했죠. 매번 야단치는 것도 쇠귀에 경 읽기 같고…. 팀 분위기는 무거워져서 어색함만 남더라고요. 그러다 처음부터 잘하는 신입이 어디 있겠나 싶어서 방법을 바꿨죠. 질책과 동시에 작은 일에도 칭찬을 해주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태도가 달라졌어요.”
L 씨는 이후 신입들이 작은 일이라도 성과를 올리거나 지시 내용을 잘 처리했을 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전에는 서로 감정이 안 좋아서 칭찬에 인색했지만 지금은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칭찬을 해준다. 여자 후배들의 경우 옷차림이 조금 과하다 싶으면 대놓고 지적하기보다는 차분한 스타일이 더 우아해 보이고 잘 어울린다고 조언해주는 식이다.
업무 특성상 여성 동료가 많은 은행원 K 씨(31)의 말이다.“흔히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칭찬은 ‘예쁘다’라고 하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만 한다는 인식만 심어주니까 조심해야 해요. ‘오늘은 헤어스타일이 어떻다’ 혹은 ‘블라우스가 잘 어울린다’, ‘얼굴이 환한데 화장품 좋은 거 쓰나보다’ 식으로 다르게 하는 것이 좋죠.
사실 좀 귀찮고 한 사람씩 살펴본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듣는 사람은 확실히 반응이 달라요. 커피 한 잔이라도 더 얻어먹게 된다니까요.”아부를 하는 대상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지만 공통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아부 뒤에 곧바로 부탁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지난 시간 공들여 해왔던 금쪽같은 나의 아부들은 그 진실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부의 효과는 천천히 나타나는 법, 조급하게 그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신의를 잃어버리는 지름길이다.
미국 텍사스대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CEO에게 아부하거나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일수록 이사회의 일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부하는 행동을 보인 구직자들의 취업률도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20%나 높았다. 결국 아부가 개인적인 성공에 미치는 긍정적인 작용은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 또한 “심리적으로 위기감을 느낄 때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대의 비위를 맞추거나 기분 좋게 하는 아부는 그동안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트렌드는 적절한 아부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진심어린 아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다영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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