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기 신당준비위 대표가 지난 7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준비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투톱의 권한과 향후 정국운영에서의 역할, 중앙당의 기구 및 역할 축소 등을 감안하면 원내 대표의 권한이나 위상이 명목상 지위에 불과한 대표를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으로 당 대표를 당원 직선으로 선출토록 돼 있는 데다 신당이 당분간 의정활동보다 총선을 포함한 정국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의 위상은 여전히 원내 대표를 누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영순위’는 역시 김원기 고문이다. 김 고문은 이미 신당준비위의 대표를 맡고 있을 정도로 당내 신망이 두텁다. 8개월여에 걸친 신당 추진 과정에서 김 고문이 아니었다면 신주류 강경파와 온건파, 중도파를 두루 아우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인식을 신당 추진세력들이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의 교분도 여전히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고문측의 핵심 측근은 “노 대통령 취임 초 김 고문이 소외됐다는 설이 있었지만 두 분간의 신뢰관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도 노 대통령이 시간이 나면 수시로 김 고문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이 민주당 틀 내에 국한되지 않고 결국 범개혁세력 통합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고문의 통합적이고 온건·합리주의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모임인 ‘통합연대’의 이부영, 김부겸 의원 등은 김 고문과 교분이 깊었다. 정치권 주변부에서 신당을 추진중인 ‘신당연대’나 김원웅 유시민 의원의 개혁당 등 진보성향의 정치세력과 연합하는 과정에서도 온건·합리파인 김 고문의 성향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성향의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도 김 고문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 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신주류 내 온건파와 중도파들은 신당 대표로 김 고문을 옹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만약 신주류 강경파가 당 대표로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연배가 많고 온건한 자신들이 신당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전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당 추진이 확정되면서 김 고문의 통합적 온건·합리적 리더십이 평가를 받고 있지만 추진 과정에서는 상당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둘러’라는 별명답게 김 고문은 번번이 신당 창당의 호기를 놓쳤고 신당 추진의 전략적 변화도 주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김 고문의 연배나 정치경력이 ‘범개혁세력 결집’이라는 신당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 고문은 신당이 출범하면 상임고문으로 후견인 역할을 맡고 보다 젊고 개혁적인 리더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신주류 강경파의 한 의원은 “신당의 대표로 누가 적합하냐에 관해 최근 여러 차례 여론조사가 실시됐는데 강금실 법무장관이나 정동영 의원 등이 늘 김 고문을 두 배 이상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신당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신당에서 김 고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안팎의 주목을 받는 인사는 역시 정동영 의원이다. 정 의원은 이미 노 대통령에 의해 차기 대권 후보로 지목된 데다 그간 세계 정치지도자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에 노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지도자 수업을 착실히 쌓아왔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당원들은 물론 개혁세력의 지지도 두터운 편. 50대 대통령 시대에 개혁신당 대표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당장 정 의원 본인은 신당 대표로 나서길 주저하고 있다. 지나치게 빨리 리더 그룹에 나선다는 것은 차기 대권 도전을 감안할 때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여야 관계나 신당 창당에 따른 민주당 분당 사태 등을 감안하면 신당 대표는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다. 차기 총선에서 신당의 성적표도 부담이다. 신당이 민주당에 이어 제3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당 대표는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4년 후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 의원으로서는 당장 먹기에 곶감이 달다고 선뜻 대표로 나서기에는 지나친 부담인 셈이다.
▲ 여권신당 원내 대표(원내총무)로 김근태 의원(오른쪽)이 유력한 가운데 이부영 의원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신당이 범개혁세력 통합신당으로 확대될 경우 순수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되고 당 대표는 말 그대로 ‘얼굴마담’이 되면서, 특정 정파에 소속되지 않은 사회적 명망가가 대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신당파, 통합연대, 신당연대, 개혁당 등이 연합하고 여기에 시민 사회단체 인사들 동참하면 제 세력을 아우르기 위해 영입인사 중 정치 경력이 없는 명망가가 추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 대표의 위상이 하락하면 투톱체제의 다른 한 축인 원내 대표를 향한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정당의 원내 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직선으로 선출되는 데다 원내 전략과 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등 사실상 당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김근태 고문이 원내대표 영순위로 거론돼 왔다. 김 고문의 개혁적 이미지나 당내 위상 등을 감안한 관측이었다. 김 고문 역시 원내 대표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김 고문측 인사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김 고문은 조직 관리나 정치자금 관리 등을 담당해야 할 당 대표보다는 원내 전략과 정책개발을 담당해야 할 원내 대표가 훨씬 적합하다”며 “특히 김 고문이 원내 대표를 맡으면 원내정당 이미지가 확고하게 구축되고 여야간에도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등 한국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의 이 같은 장점은 신당이 범개혁통합신당으로 확대 개편되더라도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신당연대나 개혁당 등에서도 김 고문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내 대표 권한이 강화되면서 김원기 고문이나 정동영 의원이 경쟁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의원의 경우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당과 정부의 책임 있는 직책을 맡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초대 원내 대표는 대단히 매력적인 자리다.
이미 한나라당에서 원내총무를 맡았던 통합연대의 이부영 의원도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범개혁세력통합신당에서 참여 정파들에 대한 배려는 불가피한데 이 의원은 선수나 경력상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개혁당의 김원웅 의원도 거론될 수 있지만 진보적 색채와 ‘외골수’ 이미지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신주류 내 강경파 인사들 중 이해찬 신기남 천정배 의원이나 온건파의 이상수, 임채정 의원 등도 도전에 나설 수 있다.
이해찬 의원은 교육부 장관 재직 당시 평판으로 대통령직인수위나 현 정부에 참여하지 못해 정치적 재도약의 발판이 필요한 상태다. 천정배 의원은 신당 창당 일등공신이자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내심 원내 대표를 노리고 있다. 이상수 의원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낙마할 경우 보궐선거 출마를 고려중인데 지명도 제고 등을 위해 원내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