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바이트로 목돈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지키고 불리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 ||
대학생 L 씨(20)는 지금 아르바이트만으로 매월 150만 원이란 큰돈을 벌고 있다. 당연히 등록금은 본인이 벌어서 납부하고 있다. 2학년인 그는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20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모아 놓았다. 그의 아르바이트는 다름 아닌 중고생의 학습지도, 바로 과외다.
명문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에서 권유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보람도 느끼고 돈도 벌고 자신의 공부도 챙길 수 있어서 이것보다 더 좋은 아르바이트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시간을 갖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대학생활의 낭만이고 멋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부류는 취업준비를 하는 데 시간을 쏟아 붓고 있지만 L 씨는 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업을 소홀히 할 수도 있지만 그는 낭비 없이 시간을 잘 활용한다. 매주 4일 정도 과외를 하다 보니 일찍 귀가하고 술자리에도 그만큼 덜 참석해서 용돈도 절약되고 건강도 챙기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가 다른 친구들과 서먹한 것도 아니다. 시간이 되는 대로 동문모임이나 서클모임에 열심히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L 씨는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갈 예정이다. 그는 입대 전까지는 3000만 원 정도 모은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는 1차 목표대로 3000만 원을 모아 정기예금에 예치하고 복학 후에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생활을 해서 대학 졸업 때 1억 원을 만드는 장기 목표를 세워 놓았다. L 씨라면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L 씨는 입대 전 모은 돈을 복학할 때까지는 무조건 안전한 예금에 예치할 생각이라고 한다. 단위농협처럼 3000만 원까지는 이자소득세를 절세할 수 있는 기관에다가 말이다. L 씨의 이야기에 어떤 이는 명문대 학생이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고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아르바이트를 어떤 자세로 하고 생활방식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 씨(여·23)는 아르바이트라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해봤다. 대학 졸업 후에 아예 아르바이트를 하던 직장에 취업이 돼 아르바이트 자체로는 성공한 케이스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굴리는 과정에서 실수로 경제적 손실은 물론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다. 2년 넘게 힘들게 모은 돈의 70%나 손실을 보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된 것.
아르바이트로 번 월 100만 원을 적금에 넣고 있던 P 씨에게 남자친구는 핀잔을 줬다. “남들은 펀드다 변액상품이다 해서 수익률을 높이고 있는데 너는 그렇게 해서 언제 목돈을 모으겠느냐”고 말이다. 남자친구의 말에 자존심도 상하고 자세히 들어보면 그럴 듯도 해서 남자친구에게 좋은 상품이나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남자친구는 적립식펀드 가입을 권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저축한 돈과 매월 버는 돈을 펀드에 가입했고 지난해 주식시장 폭락과 함께 원금까지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사실 P 씨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과 취직해서 번 돈을 합쳐 결혼자금으로 쓰려고 했었다. 그러나 큰 손실에 결혼 이야기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남자친구와도 대판 싸우게 됐다. 이후 6개월가량 서먹하게 지낸 이 커플은 최근 헤어지기로 했다.
참 안타까운 이야기다. 사실 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하거나 대화를 하다가 보면 이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커플통장 같은 경우 둘의 사이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헤어지게 되면 그 과정에서 인간이 가지는 가장 치사한 모습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지키고 불리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돈은 그 벌어들인 노력과 용도에 따라서 굴리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아마 P 씨가 하던 방법대로 안전한 적금을 계속했으면 금전적인 손해도, 마음의 상처도 덜 받았을 것이다. 또 재테크에 있어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만으로 쉽게 방법을 결정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귀가 얇은 것에 대한 처절한 대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H 씨(여·24)는 고교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성공한 케이스다.
고졸이라서 월급도 다른 직원들보다 한참이나 적었던 그녀는 반드시 더 공부해서 성공하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유학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빤한 집안 형편에다 월급도 적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러나 보통의 아르바이트로는 유학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H 씨가 택한 방법은 유흥업소에 나가는 것이었다. 남들이 보면 별짓을 다한다고 욕할지 모르겠지만 H 씨 입장에서 집안의 도움 없이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직장생활에도 충실해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조용한 카페를 택했다. 자신에게 덜 부끄러울 거라는 생각에서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그녀는 악착같이 저축을 했다. 두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용돈도 적게 쓰면서 통장의 돈은 늘어만 갔다. 그녀는 1년 6개월 만에 1년치에 해당하는 유학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최소한의 자금만으로 떠나야 하는 유학, 장학금까지 받아야 했기에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유학을 떠났다. 지금 그녀는 유학생활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온다. 아마도 힘들게 준비하고 시작한 공부니 잘할 것이다. 유학 후 돌아오면 그녀의 몸값은 크게 올라가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투자한 그녀의 아르바이트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재테크다.아르바이트로 목돈을 모으려면 우선 목표를 정해야 한다.
물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은 돈을 지키는 방법도 잘 선택해야 한다. 누구나 아르바이트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목돈을 마련하고 불려나가는 것은 실천하기에 따라서 달라진다.
한치호 ㈜한원인포 대표one1019@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