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채 회장 | ||
협회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8조에 근거해서 1987년 설립된 방송통신위원회 산하단체다. 통신업체인 KT KTF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텔레콤 LG데이콤 등과 통신기기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주요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협회는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지원하고 업계 목소리를 정부에 건의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보통신 업무 관련 각종 인증과 자격증 검정 등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협회 운영은 회원사들의 회비와 정부보조금 등으로 이뤄진다. 협회 정관 제26조 ‘운영재원’ 항목엔 ‘협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회비, 수수료, 분담금, 보조금 및 출연금 등의 수입으로 충당된다’고 나와 있다. 여기엔 정부보조금도 포함된다. 법률 제68조 4항엔 ‘정부는 협회의 사업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면 예산의 범위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현재 협회 회장직은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맡고 있으며 각 회원사의 대표이사들이 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런데 5월 7일 현재 협회 법인등기부엔 현직 대표이사가 아닌 인사들 이름이 등기임원으로 기재돼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비리혐의로 구속되면서 대표이사직을 내놓았던 남중수 전 KT 사장과 조영주 전 KTF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들. 반면 현 대표이사인 이석채 KT 회장과 권행민 KTF 사장의 이름은 등기부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등기부엔 올 초 삼성전자 부회장에서 상담역으로 물러난 이기태 전 부회장이 이름도 올라 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이미 그분들(남중수 조영주 이기태)은 이사직에서 퇴임한 상태며 이석채 회장과 권행민 사장, 최지성(삼성전자) 사장이 이사로 선임된 상태”라며 “협회에선 등기부 내역 변경 신청을 했는데 아직 처리되지 않은 모양”이라 밝혔다. 협회 홈페이지엔 이석채 회장, 권행민 사장, 그리고 최지성 사장이 각각 KT와 KTF, 삼성전자를 대표해 이사명부에 올라 있다.
그런데 SK텔레콤 대표이사 변경에 따른 협회 이사 교체 내역은 협회 법인등기부에 기재돼 있어 대조를 이룬다. 협회장이었던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 올 1월 1일자로 SK C&C 부회장직으로 승진 이동하면서 새 대표이사가 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협회장직을 물려받았다.
협회 법인등기부에 김신배 부회장은 ‘2009년 1월 28일 (이사직) 퇴임’으로, 정만원 사장은 ‘2009년 1월 28일 (이사) 취임’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이 등기는 2월 6일에 이뤄진 것으로 등기부에 나와 있다. 이에 대해 “협회 대표자(회장)가 바뀌면 사업자등록증 내용도 변경되기 때문에 회장 교체 등기는 빨리 이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남중수 전 사장 구속사태 이후 KT의 새 CEO 선임과정에서 낙하산 논란 등 우여곡절을 겪은 이석채 사장은 이후 정관변경을 통해 ‘회장’으로 격상됐다. KT-KTF 합병성사를 통해 조직 장악 속도를 높여가는 이석채 회장의 KT에서 남중수 조영주 전직 사장들의 이름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의 공증문서인 법인등기부에 아직도 자신의 이름 대신 두 전직 사장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