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40여 명이 참여하는 국회 한류연구회가 지난 4월 29일 창립총회 및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한류 확산을 통한 국가이미지 제고와 공공외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무 심는 사람들,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국회 고도제한 완화연구회, 한류연구회, 한국적 제3의길, 바다와 경제 국회포럼,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 만들기….’
모두 19대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원연구단체들이다. 과거에는 예산연구, 경제분석, 환경운동과 같이 딱딱하고 포괄적인 주제들로 단체를 구성했다면 지금은 경제민주화, 탈핵, 다문화, 생활정치 등으로 세분화된 것이 특징이다.
자연스레 숫자도 많아졌다. 1994년 14대 국회 때 처음 도입된 의원연구단체는 18개로 시작해 19대 국회에 이르러 68개로 4배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구성원만 바꿔 18대 국회에 이어 활동하고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재정·경제 의원연구단체가 가장 많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가 이슈인 만큼 경제민주화와복지국가연구회, 국회경제민주화포럼, 국회지속가능경제연구회, 국회경제사회정책포럼 등이 운영되고 있다. 연구목적은 들여다보면 대동소이하다. 이미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민주당에서는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가 왕성하게 활동 중이어서 중복되는 면도 없지 않다.
환경 분야는 여야의 시각 차이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민주당 의원이 주축인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모임’, 국회신재생에너지정책연구포럼 등은 탈핵과 대체에너지를 다루고 있다면 새누리당 의원이 주축인 국회미래에너지연구회, 에너지미래전략포럼은 지구온난화 및 효율적 에너지 사용에 관해 다룬다.
지난해 8월 열린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 간담회. 이 모임은 최우수 연구단체로 선정됐다.
의원연구단체는 한 의원이 최대 3개 단체까지 활동할 수 있는데 대부분 복수 연구단체에 소속돼 있다. 새누리당 소속 한 보좌관은 “우리 의원의 경우 지역구 관리를 제외하고도 2개의 상임위와 상임위 내 특위 1개, 거기다 의원연구단체 3개를 꽉 채워 활동 중이다. 우선순위를 따졌을 때 아무래도 연구단체 활동이 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연말에 제출하는 활동보고서는 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 없이 대표의원이나 연구책임의원들의 보좌진들에게 떠맡겨지기 일쑤다. 지난해 발간된 보고서는 총 74건, 단체 하나당 1.1권을 발간한 셈이다. 이 보고서는 연말 국회사무처 제출용으로 재활용됨은 물론이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회사무처는 매년 최우수 연구단체 2곳에 각 1000만 원, 우수 연구단체 12곳에는 각 5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하며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의정연수과 관계자는 “연구단체 시상은 구성의원들의 입법 활동과 연구 활동, 그리고 연말에 제출하는 보고서 세 항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국회경제정책포럼(대표의원 정희수),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대표의원 이미경)이 최우수 단체로 선정됐다. 이미경 의원실 관계자는 “구성의원들이 입법 활동을 열심히 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면서 “상금 1000만 원은 의원들끼리 나누지 않고 세미나와 특별 연구활동을 위해 쓰인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의 또 다른 관심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의원연구단체 참여 여부다. 최근 연구소 설립을 공식화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안 의원은 의원연구단체 활동을 통해 원내 입지도 넓혀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소속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관련 모임이나 국가재정연구포럼과 같이 대표성이 있는 곳과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독자세력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 의원과 함께 활동하다간 자칫 당내에서 불편한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그나마 김한길 대표가 이끌고 있는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정도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구성 의원 대부분 안철수 의원과 가깝게 지내는 분들”이라며 “새롭게 의원연구단체를 구성한다고 해도 당장 함께할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새로운 의원을 영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당을 떠난 입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장벽만은 여전한 셈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공청회 한번에 2천만원? 헉!
‘국회경제정책포럼’과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 지난해 가장 우수한 연구실적을 낸 국회의원 연구단체로 선정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국회사무처 의정연수과 관계자는 “의원연구단체 지원예산은 보통 간담회나 토론회, 공청회 등을 열 때 지원된다. 포스터나 현수막, 자료집 등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안다”라며 “개별 의원들에게 수당처럼 지급하지는 않는다”라고 전했다.
68개 단체 중 10개 단체는 2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사용했다. 그중 가장 많은 금액을 쓴 연구단체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국회혁신교육포럼으로 지난해 2550만여 원을 썼다.
안민석 의원실 측은 “지난해 12월 혁신교육지원법 제정과 관련한 전국 단위 공청회가 있었다”며 “현수막과 포스터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 행사 당일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는 데에만 380만 원 정도가 들어갔고, 홍보를 위해 전국적으로 60개 현수막을 걸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혁신교육포럼이 지난해 7월 창립총회와 12월 공청회 사이에 활동한 자료나 언론 보도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 포럼은 매년 12개 단체에 수여되는 우수 연구단체에도 들지 못했다.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돈이 남아서 국고로 귀속시키기도 했다”며 특별히 낭비한 것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음으로 많은 금액을 쓴 연구단체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법정 구속)이 대표로 있는 국회기후변화포럼으로 약 2330만 원을 사용했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의 경우 국회 내 사단법인이자 지정기부금단체로도 신고돼 있어 국회 지원과 별도 기부금을 받기도 하다.
국회기후변화포럼 이정환 사무처장은 “국회기후변화포럼은 지난 2007년 설립된 이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환경 분야 거버넌스(민관협치) 단체”라며 “다른 포럼들이 1년에 3~4회 토론회나 세미나를 한다면 우리는 거의 매월 행사가 있다. 간담회 때는 최대한 돈을 아끼려고 하지만 지난해 대단위 설문조사와 대학생 아카데미 운영, 녹색기후상 제정 등 활동을 했다. 국회 지원만으로는 꾸려가기가 빠듯해 모자란 부분은 회원들에게 기부를 받아 충당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많이 쓴 곳은 ‘일치를 위한 연구포럼’으로 약 2250만 원이었다. 단체명만 들어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곤 민주당 의원실 측은 “정치문화운동의 일종으로 보시면 된다”며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은 국제 네트워크 성격을 띠고 있어 그에 따른 번역비용, 포럼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치학교 운영비, 그리고 정치언어 순화 캠페인과 관련한 각종 용역에 돈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올해 5월 현재까지 가장 많은 비용은 쓴 곳은 국가재정연구포럼이었다. 의원연구단체 가운데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재정연구포럼은 지난해 1800만여 원, 올해는 1200만여 원을 사용했다.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실 측은 “지난해의 경우 토론회 및 세미나가 2번, 간담회가 2번 있었다. 그 사이 작은 모임들도 많았다”라며 “책자와 초청장, 그리고 토론과 발제를 위해 참석한 분들의 거마비 등에 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물론 돈을 많이 썼다고 해서 모두 낭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원연구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세미나와 공청회 등은 일단 비용을 청구하면 실비 정산이 되고, 배정된 예산을 다 쓸 경우 추가로 예산지원을 신청할 수도 있어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미래한국헌법연구회(대표의원 이상민)는 국회 예산을 한푼도 쓰지 않기도 했다. 등록만 되어 있고 사실상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현재 미래한국헌법연구회 홈페이지는 클릭하면 불법다운로드 사이트로 연결되는 등 사실상 방치돼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벌거벗은 여야, 까놓고 ‘톡’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의원회관 내 남녀 목욕탕 앞에 ‘목욕탕을 자주 이용하는 의원들끼리 저녁식사를 하면서 덕담도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자’며 공고를 낸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들의 첫 모임은 지난 2월 말경으로 새누리당 최다선인 정몽준 의원과 이병석 국회부의장, 5선의 친이계 정의화 의원 등 20여 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민주당 역시 박병석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원혜영·김영환·김재윤 의원 등 10여 명의 중진급 의원이 함께했다. 건배사로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를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2월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정부조직개편 등을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던 시점인데 이 같은 모임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라며 “중진 의원들은 자주 만날 수 없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만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2월 모임 이후 별도 만남을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중진들 활동이 뜸한 사이 새누리당 여성 비례대표들이 목욕당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여야 의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삭막해지지 않나. 가끔씩 이런 모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