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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지분 51%를 가지고 있는 론스타는 그동안 호시탐탐 새 주인을 물색해왔다. 론스타의 최대 목적이 지분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헐값 인수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검찰 기소로 시작된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분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었던 것. 지난 2007년 9월 영국계인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지분 매각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HSBC는 지난해 9월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외환은행 매각은 지난해 법원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 등 헐값 매각 관련 혐의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금융당국이 론스타를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적격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환은행 매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동안 론스타를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사라진 셈이다. 게다가 올해 경기가 나아질 조짐에 외환은행 주가가 반등할 기미를 보였다는 것도 매각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했다.
론스타도 지난 3월 행장을 교체하며 매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각과 경영을 함께 맡아오던 웨커 전 행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아 M&A에만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래리 클레인 신임 행장은 경영을 맡아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외환은행의 실적 개선에 힘 쓸 것이라고 한다. 한 외국계 은행 지점장은 “현재 웨커 전 행장은 국내·외의 은행권 유력인사들과 접촉하며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클레인 역시 M&A에 능통하기로 유명한데 그를 임명한 것은 올해는 반드시 외환은행을 팔겠다는 론스타의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론스타가 지난해 가동한 M&A 태스크포스(TF)팀도 현재 구체적인 매각 방안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론스타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은행권이다. 누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전면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은행법 통과로 5년 내에 민영화하게 돼 있는 산업은행이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예금 기능을 가진 시중 은행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외환은행 인수도 고려사항이며 한국씨티은행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을 발칵 뒤집은 민 행장의 이러한 발언은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이 시중 은행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수신기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절실함에서 나온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산업은행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은행들로는 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기업은행 등이 꼽혀왔는데 한국씨티은행은 미국 본사에서 매각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기업은행은 법 개정 등이 필수적이어서 지금은 외환은행으로 압축된 상태다. 민 행장 발언 후 외환은행 주가가 폭등해 8000원대를 회복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민 행장이) 원론적인 말을 한 것일 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이 선공을 날리자 국내 은행업계 수위를 다투는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밝히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9월 “신한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인수대상이다. 특히 외환은행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던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산업은행이 인수자가 될지 피인수 은행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올해 하반기에 뛰어들 것”이라고 응수했다. 황 회장은 평소 사석에서 민영화된 산업은행의 인수도 자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황 회장이 예전의 ‘검투사’ 이미지처럼 M&A를 밀어붙이기엔 내부 반발이 심할 것이란 말도 들린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MB맨’ 이팔성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지주의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앞으로 모든 금융권의 M&A는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현 정권과 친밀한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이자 박미숙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남편인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신희택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이 바로 그들이다.
우리은행 역시 이팔성 회장의 고려대 법대 선배이자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과 이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 서울경제포럼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백창렬 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향후 벌어질 은행권의 지각변동을 대비해 보험을 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몇몇 저축은행들도 외환은행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조 원에 달하는 매각대금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의 고위 임원은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저축은행들이 힘을 합치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몇몇 은행의 행장들이 모여 이를 논의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다 실패한 바 있는 국민연금공단도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투자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보다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참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측은 “논의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외환은행 M&A를 놓고 벌이는 물밑경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한 연구원은 “아직 재판이 끝난 것도 아닌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장까지 나서서 외환은행 인수를 표명한 것은 지나치다. 경영이 어렵다며 직원들을 해고하고 서민들의 대출은 외면하면서 은행들이 거액이 소요되는 M&A에 나설 경우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진M&A연구소의 김영진 소장도 “지금 아쉬운 쪽은 빨리 팔고 한국을 떠나려는 론스타다.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도 빠진 터라 매각 금액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의 과다 경쟁은 론스타만 도와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