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도 부업을 놓아본 적이 없는 주부 H 씨(여·47)는 하숙을 운영하고 있다. 하숙이라고 하면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가정처럼 편안하게 식사를 제공받고 빨래 같은 기본적인 생활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대부분 생각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그렇지 않다. 대학생이나 직장인 같은 성인들은 하숙보다는 원룸 형태에서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자녀를 특목고나 재수학원을 보낸 부모들이 하숙을 시키는 것이 요즘 추세다. 특히 외국어고등학교 주변에는 하숙이 많이 있다. 강남 일대 재수학원 근처에도 월 120만 원 정도에 재수생들을 관리해주는 하숙집들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기숙학원에 보내는 걸 꺼려하는 부모들이 선호하는 형태라고 한다. 이런 형태의 대규모 하숙은 사실 부업이라기보다는 본업에 가깝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재수생활까지 관리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H 씨도 이런 추세를 정확하게 읽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옆 동에 월세 집을 구해서 학생 다섯 명을 받았다. 주부 20년차가 넘었으니 H 씨의 살림 실력은 ‘달인’ 수준이다. 아이들도 다 커 신경 쓸 일도 없을뿐더러 아침식사만 챙겨주면 하숙생들도 별 문제가 없다. 다만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신의 가정을 챙기고 바로 아이들의 등교를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하고 근면하지 못하면 이 일은 할 수가 없다. 게다가 늦게까지 자습하는 학생들을 매일 픽업해줘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그녀는 “대충 한 달 경비를 제외하고도 부업으로는 꽤나 짭짤하다”면서도 수입이 밝혀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자칫하면 학생들을 상대로 큰 돈벌이나 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다행히 H 씨 자녀도 같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긴다고 한다. H 씨처럼 부업으로 하숙을 하려면 부지런하고 근면해야 하며 하숙생들도 내 아이처럼 생활을 관리할 자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L 씨(42)는 부업이 본업이 되어 버린 경우다. 생명보험사의 재무설계사가 본업인 그는 소위 말하는 외국계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판매 혹은 직접판매)을 부업으로 하고 있었다. 남는 시간이 아까워서 조금이라도 활용하고 싶었던 그의 바람과 적성에 맞는 부업이었단다. 부업 경력이 3년이 넘어가면서 본업인 재무설계사 수입보다 부업의 수입이 더 많아지게 되자 그는 결국 본업을 그만두고 부업으로 전업을 했다.
L 씨는 지금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스토리작가 보조라는 부업을 하고 있다. 만화를 연재하는 데 필요한 각종 스토리나 소재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한다. 하루하루를 정말 바쁘게 살아가는 L 씨에게 월수입을 묻노라면 “억대 연봉을 받는 봉급쟁이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말한다. 앞에서 H 씨도 그랬지만 L 씨 또한 자신의 수입을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자신들의 영역이 침범당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앞의 두 사례를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우선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쉬는 시간을 아껴가면서 부업을 하고 자신에게 투자를 했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간의 낭비가 생기지 않도록 조절을 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두 달 하고 그만두지 않고 수년간 꾸준히, 성실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야 쉽지, 사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들 챙기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H 씨는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꾸준히 성실하게 했다. 부업으로 네트워크 마케팅을 3년 넘게 한 L 씨도 마찬가지다. 사실 필자는 재테크나 부업으로서 네트워크 마케팅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례를 소개한 것은 L 씨가 성실함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만이 부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업을 하려면 ‘부’(副)자를 잘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부’로 있는 한 ‘주’(主)보다 중요하지 않다. 그만큼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부업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럼 안하느니만 못하다. 농구에서 주전 다섯 명도 중요하지만 주전을 받쳐주는 ‘식스맨’이 튼실해야 진정한 강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본업과 부업을 동시에 잘하려면 답은 명확하다. 필자가 부지런함과 성실함, 꾸준함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치호 ㈜한원인포 대표 one1019@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