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현대레알사전'이 성우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일 방송된 개콘 '현대레알사전' 코너는 영화를 소재로 한 콩트를 선보이면서 출연자 박영진이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코믹하게 정의 내렸다. 이와 함께 성우들이 TV 방영 외화를 더빙하는 흉태를 낸 것이 성우 비하 논란을 일으킨 것.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현대레알사전.’
MBC 소속 성우 정재헌 씨(38)는 4일 개콘 홈페이지 시청 소감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정 씨는 “MBC 성우로 12년째 행복하게 연기하며 살고 있다. '현대레알사전'에 대한 이야기를 뒤늦게 접하고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씨는 개콘에서 개그 소재로 삼은 더빙할 때 음향과 영상의 일치 정도에 대해 “성우들은 한 편의 외화,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녹음하기 위해 수없는 반복을 통해 캐릭터의 표정, 연기를 분석하고 입 길이까지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대본을 연구한다. 물론 미묘하게 입 길이가 차이 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녹음 중 몇 번이고 반복해 그 부분을 맞추기 위해 다시 연기하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장판 영화의 더빙을 할 때 대다수의 연예인은 성우 일을 본업 외의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며 아무런 준비 없이 적당히 녹음하다가 가곤 한다. 그리고 우리 성우들의 수십 배에 달하는 더빙 녹음료를 챙긴다. 하지만 성우들은 0.5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완벽한 입 길이까지 맞추기 위해 수도 없이 같은 장면을 연기한다. 아마 녹음 현장을 보면 이번 같은 개그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정 씨는 더빙 외화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하는 등 “성우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이번 방송을 보고 씁쓸한 맘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정 씨는 이번 논란에 대해 “대본을 쓴 작가, 프로그램을 만든 PD 모두 계시지만 그분들이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테니 박영진이 대표로 사과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지난 3일 성우 구자형 씨 역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외화 더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에 대한 직업적인 모욕“이라며 ”기본을 완전히 부정하는 픽션을 팩트로 개그하다니“라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수현 기자 penpop@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