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작전>의 한 장면. | ||
주식시장은 올 1분기(1∼3월)까지 1000∼1200포인트(p) 선에서 움직여 주요 증권사들의 예상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4월부터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급등하면서 증권사들의 주식 전망을 서서히 빗겨가기 시작했다. 4월 코스피지수 최고치가 1377.82p를 기록해 주요 증권사들의 예측 최고치인 1310p 선을 넘어선 것이다. 전 세계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면서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며 주식과 채권을 거둬들인 결과 국내 증시는 예상과 달리 급등했다.
지난 연말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았던 상반기 증시 전망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은 크게 엇나간 지수 전망으로 스타일을 구겼다. 지난 연말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 최고치로 1200p 선을 제시했던 것. 이는 13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400p 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을 비교할 때 이는 최악의 결과가 돼 버렸다.
키움증권과 맥을 같이했던 SK·우리·메리츠 3개 증권사도 1300~1350p를 최고치로 제시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상반기 각국 경기부양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국내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코스피지수가 750~800p 선 근처까지 내려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세장에서 약세장 전환을 가장 빨리 외쳤던 HMC투자증권은 다가올 하반기 증시도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연초부터 올해 증시 및 지수 전망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공석이 된 투자전략 부문의 애널리스트를 뽑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불안정한 증시에서 전망을 내놓기에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해외 증권사들이 지난해 연말에 낸 2009년 증시 전망 역시 국내 주요 증권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인터넷 경제 논객으로 한때 추앙받았던 ‘미네르바’가 전망했던 2009년 다우지수 5000p, 코스피지수 500p 수준에 가까울 정도다. 참고로 현재 다우지수는 8500p선을 넘나들고 있다.
UBS는 올해 코스피지수를 1250p 선으로 내다 봤으며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역시 이러한 예상 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기업의 수익 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국내 증시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시장의 기업 이익 전망치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면서 한국의 주식 비중을 축소할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이 상반기 증시 예측에 실패했던 주요 원인은 기업실적 전망을 너무 비관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과 달리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대형주들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수출 중심의 정보기술(IT), 자동차 관련주들은 환율효과에 힘입어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내놓았다.
실적이 발표되던 지난 4월 코스피지수는 1400p 선에 근접했으며 5월에는 1430p까지 올랐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내세웠던 2009년 최고치인 1300p 선을 껑충 뛰어넘은 것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만을 예상해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 내내 최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기본 전제가 무너진 탓이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주요 증권사들의 증시 관련 기본 전제가 ‘엇나간’ 것을 알아채고 투자에 나섰겠지만 대부분의 개미들은 급등하는 증시를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하반기 증시 전망을 내놓았다. 그런데 증권사들의 하반기 전망이 상반기에 이어 다시 한번 엇박자를 낼 경우 이를 만들어낸 애널리스트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1∼2년 단위로 계약하는 고액 연봉자이기 때문에 엇나간 전망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증권사들의 하반기 지수 전망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상반기 전망과 같은 실수를 연발하지 않기 위해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승부수를 던진 듯하다는 얘기다.
실제 하반기 증시 전망을 구체적으로 보면 코스피지수 최고치가 1800p 선, 최저치가 1000p 선으로 그 차이가 만만치 않다. 우선 굿모닝신한증권을 비롯, SK증권 메리츠증권 동양종금증권 등이 경기 회복 가시화와 수출 회복, 자금 유입에 따른 ‘유동성 효과’ 등을 이유로 하반기 지수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KB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 전망치 상단을 1800p로 지목해 가장 공격적인 지수전망치를 내놓았다.
반면 삼성증권과 한화증권, NH투자증권은 3분기보다 4분기로 갈수록 지수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증권은 국내 상황에 따라 지수가 1000p 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 증시가 ‘천수답’이다 보니 글로벌 경제에 민감하고, 외국인 매매 동향에 따라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 역시 다반사다. 물론 증시 참여자들은 투자의 판단은 본인이 하므로 주요 증권사의 전망치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원금을 손해 볼 경우 증권사가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증시전망에서 주요 기본 전제 요건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자금시장 동향 및 투자 주체들의 매매 동향을 예의주시해 투자판단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