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정윤철 감독 페이스북, <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일요신문]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상영관을 독차지하는 일부 영화들에 독설을 날렸다.
정윤철 감독은 1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얼마 전 <아이언맨3>가 1300개의 극장을 잡으며 슈퍼 갑의 위세를 떨치더니 이번에는 중급 예산의 한국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마저 나보란 듯 지난 주말 1300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했다”며 한두편의 소수 영화가 상영관을 사로잡고 있는 모습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은밀하게..>따위(?)가 1300개를 가지면 장차 <미스터고>나 <설국열차>처럼 수백 억이 들어간 대작들은 과연 몇 개의 극장을 먹어치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될 성 싶은 대작들은 아예 한달쯤 전세를 내서 대한민국 전체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어떨까”라며 비난했다.
또한 정 감독은 “작품성과는 별도로 한국영화 <은밀하게>가 흥행되는 건 환영하지만 사람에겐 도리가 있고 상인에겐 상도가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제작사와 배급사들은 극장들이 돈이 멀어 마구잡이로 상영관을 확대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은밀하게 충분히 위대했을 영화를 이렇게 떠들썩하고 파렴치하게 세상에 내놓은 것에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 이다”라며 강조했다.
특히 정 감독은 한두편의 영화가 극장가를 독식하는 바람에 다른 영화들은 상영관을 빼앗기거나 교차 상영 신세로 전락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같은 한국영화에게 독식당하는 것은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 첫날인 지난 5일 937개관에서 개봉하고 지난 8일에는 1341개관까지 스크린을 독식했다. 이에 비해 6일 개봉한 <마이 라띠마>는 전국 29개 상영관을 배급받았다.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무서운 이야기2>는 전국 280개 개봉관에서 상영됐다.
영화 관계자들은 요즘은 영화 만드는 일보다 배급사로부터 상영관을 받는 일이 더 힘들다며 입을 모은다. 제작사와 배급사 입장에서는 돈벌이가 되는 영화에 집중적으로 상영관을 배치해 수익을 올리는 일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 특히 대형 배급사들이 영화 투자에 뛰어들어 수입을 올리는 등 영화 생태계가 바뀌면서 이 같은 현상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윤철 감독의 독한 쓴소리가 관객들에게는 '시원한' 단소리로 들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