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회장과 본사 전경. | ||
이재현 회장이 CJ GLS 주식 83만 4000주(지분율 14.52%)를 산은캐피탈에 매각한 것은 지난 8일. 주당 3만 6000원으로 산정됐으며 총 매각가격은 약 300억 원이다. 이 회장의 이번 지분 거래의 1차 목적은 그룹 지주사인 CJ㈜를 CJ GLS의 최대주주로 만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종전까지 CJ GLS 지분 43.28%를 보유해 이 회사 최대주주였으나 이번 거래를 통해 지분율이 28.76%로 낮아지며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 대신 이 회사 지분 36.52%를 갖고 있는 CJ㈜가 새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지난 2007년 9월 지주회사제 전환 작업에 들어간 CJ는 현행법상 지주사 설립 유예기한(2년)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CJ㈜가 CJ GLS의 최대주주가 돼서 그룹 지주사로서 이 회사를 지배할 수 있게끔 이 회장 스스로 자신의 지분율을 내려놓은 셈이다. 지주회사 자격을 갖추려면 그룹 지주사가 비상장 자회사 지분 40% 이상,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 충족을 위해 CJ㈜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CJ GLS 주식 공개매수를 위해 103억 원을 투자해서 지분율을 41.52%까지 끌어올릴 것’이라 밝혔다.
이재현 회장의 지분 중 일부를 CJ㈜가 인수해 지분율 40% 이상으로 높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는 도덕적 논란을 부를 여지가 있다. CJ GLS는 지난해 매출액 6300억 원, 영업이익 73억 원을 올렸지만 당기순손실 58억 원을 기록한 적자 법인이다. 비상장 법인이라 주가산정 기준도 애매하다. 이 회장 명의 CJ GLS 주식을 금융업체인 산은캐피탈이 사들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매입주체가 CJ 계열사였다면 “주당 3만 6000원으로 산정한 근거가 뭐냐”는 등의 논란에 부딪쳤을 수도 있는 셈. 이외에도 CJ㈜는 CJ미디어가 보유해온 엠넷미디어 주식 729만여 주(지분율 15.07%) 전량을 매입,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등 지주회사제 전환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300억 원이란 만만치 않은 실탄을 확보하게 된 이 회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향하고 있다. 재벌 총수가 일시에 거액을 마련했을 경우 흔히들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자회사 지분 매입 용도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 회장의 경우는 다르다. 이 회장은 현재 지주사 CJ㈜ 지분 42.01%를 확보하고 있어 지주회사 체제를 통한 그룹 전체 장악에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굳이 목돈을 들여 자회사 지분을 더 사들일 필요는 없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재계 일각에선 최근 들어 CJ그룹이 인수 추진 중인 온미디어에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 투자를 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오리온그룹 계열인 온미디어는 케이블방송사(SO·System Operator) 4개와 가입자 57만 명을 확보한 복수케이블방송사(MSO·Multiple SO)인 동시에 투니버스 온스타일 OCN 스토리온 등 케이블 채널 10개를 보유한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Multiple Program Provider)다. 온미디어 지분 40%가량을 갖고 있는 오리온 측은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이 회사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CJ가 온미디어를 인수한다면 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CJ그룹 계열 MSO인 CJ헬로비젼은 14개 SO와 252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역시 CJ 계열 MPP인 CJ미디어는 채널CGV Mnet TvN 챔프 등 12개 케이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진 22개 SO, 7개 PP, 가입자 353만 명을 보유한 태광그룹의 티브로드가 케이블TV업계 최강자로 군림해왔지만 CJ가 온미디어를 인수할 경우 업계 판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온미디어 인수 주체로는 CJ헬로비젼의 최대주주인 CJ오쇼핑이 나설 전망이다. 그런데 재계와 증권업계 일각에선 300억 원 실탄을 축적한 이재현 회장이 개인적으로 온미디어 지분 사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CJ의 미디어 계열사들과 온미디어의 결합 시너지가 향후 주가 상승요인이 될 것이란 판단에 투자 차원에서 온미디어 주식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증권사들이 ‘CJ오쇼핑의 온미디어 단독인수가 가져다줄 재무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낸 점 역시 이 회장의 지분 인수 참여설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300억 원은 온미디어 주식 772만여 주(지분율 6.54%)를 사들일 수 있는 금액이다(7월 15일 종가 3885원 기준). 그러나 CJ 측은 “(이 회장이) 주식 매각대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도 “온미디어 지분 매입에 (이 회장이) 참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한편 지분 매각 이후에도 이 회장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CJ GLS 지분 28.76%가 향후 어찌 될지도 관심사다. CJ㈜가 CJ GLS 지분율을 40% 이상으로 높이게 되면 지주사 CJ㈜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CJ GLS 지분을 더 이상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까닭에서다. 이번 주식 매각대금 300억 원에 이어 향후 매각 가능성이 높은 주식 잔여분까지 이 회장과 CJ GLS 주식을 향한 재계의 관심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