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메밀의 단점은 면이 빨리 불어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방에서 나온 메밀 면을 곧바로 물에 희석하지 않은, 슬러시로 살짝 얼린 원액 육수와 함께 테이블로 내어야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조금의 실수도 없어야만 맛있는 메밀국수 전문점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죠.”
제대로 된 메밀국수를 설명하는 주웅택 사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 전 일본과 우리나라의 메밀국수로 유명한 점포들을 셀 수 없이 방문, 수많은 시도 끝에 우리 입맛에 맞는 육수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상사에서 무역과 유통 관련 업무를 맡아 일본을 자주 왕래하던 그는 일본의 대를 잇는 점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준비는 1994년 퇴사 후 8개월 동안 진행됐다. 그리고 1995년 4월,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부근에 66㎡(20평) 규모의 메밀국수 전문점을 열었다.
점포 규모도 작고, 메뉴 역시 메밀국수와 우동 두 가지였지만 음식 맛을 제대로 내는 곳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하루 매출이 60만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내 한계에 부딪혔다. 면류만 취급하다보니 ‘밥과 정식’이라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넘어서지 못해 매출이 정체에 빠진 것.
▲ 메밀국수 우동 등 면류만 취급하던 행촌소바는 밥 메뉴가 포함된 세트상품을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 ||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손님이 아주 적극적으로 요청을 해 오더라고요. 결국 아내와 함께 육수와 소스 등 요리법을 전수하는 방법으로 경기도 분당에 첫 가맹점을 개설했습니다. 이후에는 가맹점 문의가 쇄도했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매뉴얼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제대로 된 맛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육수와 소스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주는 독립가맹점 형태의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예비 창업자가 반드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야 출점이 가능하도록 했다. 운영자가 주방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직원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었다. 소스와 장류를 포함한 모든 메뉴의 조리법은 정확한 수치로 매뉴얼화해 일정한 맛을 쉽게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메밀 등 모든 면은 일반 면을 사용하지 않고 별도 주문공정에 따라 만들어진 특수한 면만을 사용하도록 해 자신이 직접 공급에 나섰다.
“대부분의 메밀 전문점들은 원액을 물에 희석시켜 사용합니다. 그러나 육수를 희석하게 되면 고유의 깊은 맛과 향이 사라져 제대로 된 메밀국수 맛을 볼 수 없어요. 저희 매장에서는 가쓰오부시 멸치 다시마 감초 계피 생강 등 수십 가지의 식자재를 넣은 육수를 매일 직접 우려내고 있습니다. 100인분 메밀 육수를 만드는 데 멸치만 4㎏이 들어가죠. 또 살짝 얼린 슬러시 형태로 육수를 내놓기 때문에 시원한 맛이 더욱 살아나고요. 볶음우동 알밥 돈가스 등에 사용되는 다른 소스도 모두 저희가 개발한 차별화된 제품들입니다.”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1996년에는 20곳, 1997년 18곳 등 별다른 광고 없이 꾸준히 가맹점을 개설해 현재 전국에 행촌소바 간판을 내건 점포가 90여 곳에 이른다. 운영 중이던 직영점은 재개발 등으로 점포를 철수, 강북구 창동으로 옮겼다. 주택가 이면도로에 위치한 50㎡(15평) 규모의 작은 점포지만 7년째 일 평균 매출 100만 원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단다. 2003년에는 활어회와 주류까지 취급하는 ‘행촌다미’라는 제2 브랜드를 론칭했다. 경기도 산본과 부산에 두 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주 사장은 앞으로 소자본 창업자들을 위해 소스와 육수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창업비용을 대폭 줄인 ‘미니 행촌소바’를 개점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스와 육수를 직접 만들게 되면 이를 위해 수십 가지 재료를 보관하는 공간과 조리 공간 등 넓은 주방이 필요한데, 소스와 육수를 공급받게 되면 이러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점포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 33㎡(10평) 내외의 작은 점포에는 일본에서 보편화된 서서 먹는 공간도 만들 예정이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조리에 드는 시간적 물질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신속히 먹을 수 있는 점포가 될 것”이라는 게 주 사장의 설명이다.
미니 행촌소바는 8월 중순경 인천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또 여름철에 비해 매출이 다소 취약한 겨울철을 위해 특제 순두부 소스를 개발, 행촌만의 특별한 순두부도 추가할 계획이다.
주웅택 사장은 “소비자들의 입맛은 갈수록 까다롭고 그 욕구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며 “따라서 음식점 운영자는 세심한 여성적 기질을 발휘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음식은 공산품처럼 반품 가능한 것이 아닌 데다, 맛을 보고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면 다시는 찾지 않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수하는 음식점을 만들고 싶다면 유행을 좇기보다는 판매하는 모든 메뉴가 맛있는 음식점을 만들고 그 맛을 꾸준히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