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떡쌈시대 사장-이호경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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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치열한 경쟁에서 ‘간택’되려면 맛은 기본이어야 하고, 거기에 특별한 무언가를 더 보태야 한다. ‘떡쌈시대’를 운영하고 있는 이호경 에프알푸드시스템㈜ 사장(41)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간파, 야채가 아닌 ‘떡피’와 국내산 돼지고기로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 찾아오는 고깃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상추와 깻잎과 같은 야채가 아닌, 얇은 떡피에 고기를 싸먹는 음식점. 이곳이 바로 이호경 사장이 운영하는 고깃집 ‘떡쌈시대’(www.ttokssam.co.kr)다. 독특한 아이디어에 찾아왔다가 맛에 반해 꾸준히 찾고 있는 손님이 많다고. 서울 종로에 위치한 4층 건물 396㎡(120평) 규모의 직영점 매출은 연간 2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 달에 1억 6000만 원이 넘는 규모다.
떡피는 이호경 사장이 지난 2005년 자신이 직접 개발해 만든 아이디어 상품인데 사실은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였다고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인 그는 1999년 외환위기 때 직장생활을 접고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내 사업에 대한 꿈이 있잖아요. 경험이 없었지만 열정과 노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9000만 원을 가지고 신촌에 ‘꿈터’라는 고깃집을 열었다. 당시 대학가에는 1인분 2000~3000원의 저가형 고깃집이 대세였지만 그는 오히려 반대 전략을 펼쳤다. 분위기 있는 곳에서 제대로 된 고기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매장을 고급스러운 카페처럼 꾸미고 품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 가격을 7000~8000원으로 책정했다. 대신 손님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맛과 서비스에 최선을 다했다.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손님들이 줄을 잇기 시작한 것. 개업 한 달 만에 83㎡(25평)의 점포에서 하루 150만~25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자신감이 붙자, 그는 2001년 서울의 중심인 종로로 진출했다. 매장 규모도 215㎡(65평)로 두 배 이상 넓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결과는 참담했다. 매출이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하루 매출이 6만 5000원까지 떨어졌다.
“초심을 잃은 결과였죠. 손님을 돈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메뉴 개발에 게을렀고, 고객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단 한발 물러서기로 했습니다.”
▲ ▲ 떡쌈김치삼겹살. | ||
“당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삼겹살집에 무슨 떡피냐’ ‘망할 것’이라는 등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죠. 하지만 저는 50%의 가능성만 있어도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시도했죠.”
삼겹살에 싸먹을 수 있는 적당한 크기와 반죽의 떡피가 만들어지면서 상호도 ‘떡쌈시대’로 바꿨다. 점포 개선 작업에도 돌입했다. 고객 편의를 고려해 40개에 가까웠던 테이블 수를 절반 정도인 25개로 줄였다. 재개업을 하면서 전단지 한 장 돌리지 않았지만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6만 5000원을 기록했던 일 매출은 한 달 만에 180만 원을 넘어섰다. 입소문이 나면서 두 달째부터는 일 매출이 400만 원을 넘어섰다.
그의 성공으로 이내 비슷한 메뉴를 갖춘 후발업체들이 등장했지만 코코넛 가루, 콩가루를 뿌린 떡피, 호박떡피, 쑥떡피 등 떡피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해산물을 삼겹살에 싸먹는 ‘해물롤삼겹’ 등 신 메뉴를 꾸준히 출시하는 등의 노력으로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수많은 외식업체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손님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손님이 원하는 밥상을 차려놓고 오게끔 만들어야죠.”
그 역시 프랜차이즈 사업 6년째를 맞아 변화를 추구했다. 최근 새로운 떡쌈시대를 내놓은 것.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3층 건물에 기존 고깃집과 차별화를 선언한 ‘떡쌈시대로(爐)’를 열었다. 떡쌈시대로는 고깃집에 없던 샐러드 바를 도입하고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부위별로 먹을 수 있는 ‘콤보’ 메뉴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먹을거리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한다.
또 젊은 층을 위한 곳, 가족 단위 손님을 위한 식사 공간을 나눠 인테리어와 음악 등 분위기도 달리하고 있다. 기존 떡쌈시대와의 공통점은 박리다매 전략이다. 품질과 서비스 질을 높여 이윤은 적게 남기되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해 큰 수익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어 본사의 견실화를 위해 물류수익이나 개설수익에 의존하지 않고 직영체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제2 브랜드인 국수·덮밥전문점 ‘다물’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다물은 생계형 창업을 지향, 33㎡(10평) 내외의 매장으로 소스와 같은 핵심재료만 본사에서 공급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가 직접 구입이 가능하다. 떡삼시대로 성공시대를 연 이호경 사장의 눈은 지금 ‘바다 건너’를 바라보고 있다.
“현재 떡쌈시대 가맹점 수는 110여 곳, 지난해 프랜차이즈 본사 매출 10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렇지만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요. 일본의 경우 유명 고기 프랜차이즈점이 해외에 진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거든요. 우리도 세계적인 외식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메뉴개발 등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