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옵쇼~ 한경길 대표는 11개의 닭갈비 전문점 외에 3개의 비빔국수 전문점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그중 망향비빔국수 장안점 내부. -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맛만으로 경쟁하는 음식점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이제 맛은 기본이고, 거기에 새로운 가치, 즉 친절한 서비스와 색다른 분위기의 인테리어 등을 더해야 합니다. 나아가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식점이 살아남을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어요.”
기대 이상의 친절한 서비스와 재미를 제공, 닭갈비전문점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경길 사장은 성공하는 음식점의 필요충분조건을 이렇게 말한다. 그는 닭갈비 외에도 20여 개의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 운영 경험이 있으며, 그중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은 점포는 단 한 곳도 없단다.
그는 현재 11개의 닭갈비 전문점(직영점 3개, 가맹점 8개)과 3개의 비빔국수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신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점포의 경우 모두 월평균 순수익이 1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한 사장이 실패를 겪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독한 마음을 먹고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길을 걷던 그가 과감히 사표를 낸 것은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했기 때문이었단다. 앞으로 월급만으로 가정을 이끌어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망설임 없이 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고향인 강원도로 돌아갔다. 생계를 위해 공사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1년간 수많은 실패 경험들을 귀로 듣고 마음에 새겼다. 다음으로 채소 배달을 시작했다.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땀을 흘려가며 1000원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채소 배달일을 정리한 그는 5000만 원의 빚을 얻어 배달형 분식점을 열었다.
“배달 음식이지만 손님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배달 가방을 현관 밖에서 미리 열고, 집으로 들어서면 손님이 음식을 곧바로 볼 수 있도록 했죠. 다음에는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나름의 음식 세팅을 했습니다. 밥을 놓으면 그 옆에 국을 놓고, 반찬도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놓고요.”
특이한 배달 방식에 손님들은 ‘재미있다’ ‘좋다’ ‘식탁에 음식을 다시 놓을 것인데 뭐하는 짓이냐’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꾸준한 태도에 서비스가 남다른 곳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그는 5000만 원의 빚을 1년 만에 모두 청산할 수 있었다. 3년 동안 1억 5000만 원의 자금을 마련하자 그는 더 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1995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나 서울의 중심 상권에 음식점을 여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무엇보다 점포 임대비용이 너무 비쌌다. 임대비용이 싼 곳을 찾던 중 강북구 수유동의 한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역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한 빈대떡집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던 것. 가능성을 엿본 그는 대중적인 아이템인 닭갈비를 택하고 빈대떡집 인근에 66㎡(20평) 규모의 점포를 구했다.
그리고 30여 군데의 닭갈비전문점을 돌아다니며 경쟁력 분석에 나선 끝에 다소 엉뚱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맛은 달랐지만 무뚝뚝한 표정의 점원, 손님이 직접 음식을 요리해서 먹어야 하는 점, 친절하지 않은 서비스 등이 모두 같았던 것. 그는 직접 요리를 해주고, 재미와 친절한 서비스가 있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맛은 가장 경쟁력 있는 점포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만드는 법을 배워오는 방법을 택했다.
“사람들끼리 가장 부담 없이,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연예· 스포츠·영화’잖아요. 그래서 모든 스포츠신문을 구독해 직원들이 읽도록 하고, 쉬는 날에는 영화를 보게 했습니다. 물론 비용은 지원해주고요.”
닭갈비 조리에 걸리는 시간은 고작 8분에 불과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와 간단한 마술 보여주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과도한 친절을 부담스러워하고 어색해하는 손님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다른 음식점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손님들이 다시 발걸음을 돌려오면서 춘천집닭갈비는 한 사장의 눈길을 끌었던 그 빈대떡집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테이블 11개의 작은 점포에서 월평균 순수익 1300만 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쉽게 나온 것은 아니다. 점포를 얻는 데 8000만 원의 빚까지 얻어 잠잘 곳이 없었던 것. 결국 아이들은 부모에게 맡기고 수개월 동안 식당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잠을 청해야 했다. 부부의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나중에는 건물 2층까지 인수, 점포 규모는 148.5㎡(45평)로 넓어졌고 노원구와 건대입구에 직영점을 추가로 개설했다.
“재미있는 연극을 극장에서만 보라는 법은 없죠. 음식점도 하나의 공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손님을 대상으로 직원들이 재미있는 분장을 하고 웃음을 주는 것, 그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연극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재미있는 연극도 보고. 정말 가고 싶은 음식점이지 않겠어요?”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할 터. 다행히 직원 채용에 어려움은 없단다. 기존 직원의 소개를 통해서 들어오는 직원들도 많고, 음식점의 성격을 미리 알고 지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닭갈비전문점이 지난해 조류독감으로 매출에 변화를 겪으면서 그도 다양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다른 프랜차이즈 본사가 진행하는 비빔국수 가맹점을 낸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 비용을 지불하고, 거기에 자신의 강점인 서비스와 분위기 등 다른 가치를 더해서 더 큰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현재 그가 운영하는 비빔국수전문점은 한 점포의 월평균 매출이 1억 원에 달한다고.
최근 다양한 외부환경의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면 요리에 주목하고 있는 그는 이 점포를 바탕으로 사골칼국수를 주 메뉴로 하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