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는 신세계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 1984년 신세계백화점 2호인 영등포점이 개장된 곳이기 때문. 명동 본점에서 출발한 신세계가 본격적인 점포 확장에 나선 것도 이 무렵부터다. 신세계 ‘제2의 심장’으로 불리며 영등포 상권을 장악해나가던 영등포점은 그러나 1991년 롯데백화점이 인근에 등장하면서 매출액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개선 기미가 안 보이자 그룹 안팎에서는 폐점 논의도 오갔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 8개 점포 중에서 영등포점이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결국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영등포점 영업을 종료하고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에 들어갔다. 또한 영등포점과 나란히 있던 경방필백화점과 20년 위탁경영계약을 맺으며 규모 확대에도 나섰다. 매장면적 1만 2314㎡(약 3724평)인 영등포점과 3만 992㎡(약 9375평)의 경방필백화점을 합쳐 개장하기로 한 것. 둘을 합칠 경우 신세계 영등포점 매장면적은 4만 3306㎡(약 1만 3100평)로 늘어나 3만 3058㎡(약 1만 평)인 롯데백화점(영등포)을 제치게 된다.
신세계는 새롭게 출발할 영등포점이 옛 명성을 되찾는 것은 물론, 롯데백화점(영등포)과 현대백화점(목동)이 양분하고 있는 서남부 상권 공략의 선봉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남부 지역 3년 내 1위’라는 목표도 세웠다.
신세계 측은 “그동안 이 지역 백화점들은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선보일 고객편의시설 최첨단주차시스템 등은 누구나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명품매장도 신세계의 자랑거리다. 우선 20개로 롯데백화점(영등포·1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그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로 꾸몄다고 한다.
신세계는 영등포점 개장과 함께 대대적인 이벤트와 홍보를 실시할 예정이다. 기선제압인 셈이다. 이러한 물량공세는 지난 3월 오픈한 부산 센텀시티의 돌풍에서도 그 효과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신세계는 개장을 앞두고 직원들 교육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니저급은 물론 신입사원, 협력사 사원에 이르기까지 소양교육과 근무요령을 숙지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운지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받는 매너교육을 수강시켰다고 한다.
롯데도 한바탕 격전을 치를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에서도 영등포를 주시하고 있다. 유통명가 체면을 지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롯데는 신세계의 거센 공세에 맞불을 놓는다는 방침이다. 우선 모든 판촉활동을 신세계 영등포점 개장일인 8월말 이후로 미뤘다. 이는 부산 센텀시티의 초반 기세를 잠재우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그룹에서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롯데는 오랫동안 영등포 지역을 장악해오며 축적해온 고객 파일들을 활용해 ‘맞춤 이벤트’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롯데는 신세계가 명품 브랜드 확대를 부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영등포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깎아내리고 있다. 롯데 측은 “자체조사 결과 20~30대 고객의 매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등포가 젊은 층 위주의 상권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영 패션 부문을 확대하고 젊은이들을 위한 카페 공간과 멀티미디어 존을 마련하는 등 신세계와의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올해 10월부터 공사를 시작, 기존 8층에 2층을 더 올려 10층으로 증축하고 건물 외관도 미래지향적 모습으로 바꿀 계획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 영등포점이 지역 상권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단 코엑스에 필적하는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에 입주한다는 것만으로도 흥행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명품매장을 찾아 강남 목동 등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는 이 지역 ‘명품족’을 상당수 흡수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서남부 상권 명품판매에서 독보적이었던 목동 현대백화점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반면 그 영향이 미미해 롯데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영등포에서 역사에 자리 잡은 롯데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젊은 층이 많아 명품 효과도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이 지역은 교통체증이 심해 웬만해서는 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 서남부 상권 전체에 파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