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상반기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도 조정론의 배경이다. 증시는 항상 실물 경제를 앞서면서 변동성을 추구하는데 ‘현재의 주가가 실물경제보다 너무 앞선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 무엇보다 하반기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 회복되지 않는 고용시장, 실물경제의 양극화 등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걸림돌들이 하나둘씩 증시에 악재로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잠복하고 있는 신종플루라는 악재도 버티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는 ‘9월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9월 효과란 통계적으로 한 해 중 9월에 증시의 상승률이 낮았음을 뜻하는 말로, 이달 들어 증시에서 부정적 면들의 다양한 변수들이 돌출하고 있어 9월 효과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 배당주 투자와 가치투자 관련 기사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일반화된 ‘1월 효과’(January effect)와 ‘서머랠리’(Summer Rally)가 증시 상승을 기대한 긍정적인 용어인 반면 9월 효과는 부정적이다. 1월 효과는 새해를 맞아 주식 분석가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1월의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머랠리 역시 매년 6~7월에 나타나는 강세장을 의미한다. 이는 펀드매니저들이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가을 장세를 기대하고 미리 주식을 사놓기 때문에 여름철에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것을 일컫는다.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07년까지 코스피지수의 평균 상승률은 1.10%였지만 9월 평균 상승률은 마이너스(-)0.91%로 가장 낮았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상황을 봐도 9월 상승률은 -2.6%로, 역시 월별 최저 기록이었다.
9월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8월 휴가에서 복귀한 투자자들이 시장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거나 ‘연말에 나타날 강세를 대비해 투자금을 아껴두기 때문’ 같은 설명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문제는 국내 증시에서 이달 들어 변동성을 키울 만한 변수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보다 증시의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른 게 아니냐는 부담감을 비롯해 10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앞둔 프로그램 매매 동향의 불안정성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상승 장세를 이끌었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대표적인 변수다. 동양증권과 현대증권은 경기 회복 속도가 이전보다 둔화되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고, 대신증권은 소비 회복 지연 우려를 지적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화가 많이 공급됐음에도 아시아 설비가 과잉 상태고 각국의 원자재 투기규제로 비용인플레이션을 막고 있다”며 “뒤집어 말하면 중국 설비가동이 본격화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높아지거나 원자재 투기를 막지 못하면 강세장이 막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긍정론자들은 “과거 9월에 증시가 크게 하락했을 때는 경기의 하강 전망과 맞물렸다”며 “최근에는 회복세의 지속 가능성이 큰 만큼 9월 효과가 나타나면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우선 증시 과열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추이를 볼 때 아직까지 버블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주가가 경기 회복이라는 실체에 근거해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3배로 선진시장 평균인 14.6배보다 훨씬 낮아 밸류에이션 매력이 큰 편이다.
국내 증시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많이 줄어든 점도 과열 우려를 덜고 있다. 지난 8월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5억 1000만여 주, 6조 8000억여 원 수준으로 전월에 비해 다소 늘어났지만 증시의 상승세가 본격화됐던 4월의 7억 3000만여 주, 7조 7000억여 원에 비해서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개인들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도 6월 4조 원대를 넘어선 이후 3개월 가까이 3조~4조 원대에 머물며 정체된 흐름을 보여 과열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장기 투자 성격을 갖는 미국 및 영국계 자금이 4월부터 순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외국인 주식매매 회전율은 지난해 9월 16.58%에서 지난달 8.75%로 낮아졌다. 매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단타 매매가 줄었다는 의미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이전 고점인 2100p선보다 여전히 하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 버블은 아니다”라며 “낙관과 비관이 만만치 않게 논쟁하는 상황에서는 버블이 끼지 않으며 오히려 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이 난무할 때 버블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업 영업실적 전망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최근의 상승에도 주가 수준이 높지 않다”며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가 돌출하지만 않는다면 9월 증시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긍정론자들은 “올해의 계절적 영향이 여느 해와 다름없는 수준이라면 9월에 증시가 조정을 보일 경우 강세장에 마지막으로 동참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