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포스코 회장 | ||
포스코가 최근 몇 달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포스코 측은 한결같이 “아니다”고 답해왔다. 그러나 포스코의 대형매물 인수 가능성을 바라보는 재계와 금융권의 기대 섞인 시선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구체적 인수 검토 관련 루머도 무수하게 쏟아진다. 반면 지난해 대우 조선해양 인수 실패 이후 포스코는 아직까지 국내 대형매물 인수와 관련된 구체적 관심 표명을 삼가고 있다. 시장의 관측처럼 포스코 내부에선 연일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환청''일 뿐일까.
지난 8월 12일 유가 증권시장본부는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한 포스코의 답변을 요구하는 공시를 냈다. 이날 정준양 회장이 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공장을 방문해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으로부터 사업 현황과 반도체 시장 동향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일이 알려지면서 포스코의 하이닉스 인수설이 대두된 것에 따른 조치였다. 포스코는 즉각 공시를 통해 ''당사는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올 초 김종갑 사장이 포스코를 방문한 데 따른 의례적 답방이었을 뿐이란 입장이다.
포스코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철강사업 키우기도 바쁘다”며 하이닉스 등의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매물 매각 논의가 나올 때마다 포스코가 잠재적 인수후보 영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침체가 여전하고 기업들이 대형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5조 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지닌 포스코의 자금 동원능력이 시장의 기대를 부풀리는 것이다.
하이닉스 인수설 이전부터 제기된 대우건설 새 주인 찾기 논의에서도 포스코는 항상 핵심에 서 있었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포스코가 계속 조율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나 포스코 내에 대우건설 인수 검토를 위한 별도의 팀이 꾸려졌다는 식의 이야기도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매각 대상으로 내놓았을 당시부터 포스코는 “절대 인수 안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데 정준양 회장이 지난 8월 7일 멕시코 탐피코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매물이 나왔으니, 쳐다보고는 있다”고 발언한 것이 시장의 기대를 부풀리기도 했다. 포스코 측은 “대우건설 인수 관련, 별도 조직은 없으며 정 회장 발언 의미를 인수 의사와 연결 짓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포스코의 적극 부인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에 시선을 쏠리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포스코의 최근 투자 내역이다. 지난 두 달간 포스코가 공시한 것만 봐도 포스코가 왜 대형 M&A 단골로 오르내리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포스코는 지난 7~8월 동부메탈과 65대 35 비율의 합작법인 설립 결정에 이어 600억 원을 들여 비철금속 제조업체 대한ST 인수를 알렸고, SK에너지와 청정 석탄에너지사업 추진 양해각서(MOU)체결과 2013년까지 약 1조 원 투자 결정을 발표했다. 해외 투자도 활발했다. 베트남 하노이 프로세상센터(철강재 가공업체) 지분 획득을 통한 경영권 인수, 인도 아연도금강판공장 신설 투자에 이어 중국 랴오닝 오토모티브 프로세상센터를 계열사로 추가했다. 이외에도 포스코는 우크라이나 철광석 솽산, 제철소 및 조선수 인수 추진을 검토 중이다.
이렇다 보니 “다른 데 투자할 돈은 충분한데 왜 대우건설이나 하이닉스는 안 되나”란 회의론이 금융권과 관가에서 흘러나온다. 일각에선 “포스코가 대형 매불들의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관심 없는 척한다”고 보기도 한다. 반면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을 빨리 털어내고 싶은 금융권과 기간산업들을 해외자본에 내주고 싶지 않은 정부 부처에서 포스코와 대형매물 관련 소문을 부채질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포스코의 대형매물 인수전 참여 여부에 정부와의 관계가 영향을 미칠 거라 보는 시선도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얼마 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대우건설과 관련해 “(대우건설이) 빚이 많은 게 흠이지만 인수 메리트는 있다. 정부 역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실적을 내는 대우건설을 해외 자본에 내주기 싫을 것”이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분히 포스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였다. 포스코가 ''오너 없는'' 기업인 데다 올 초 정치권발 인사개입설이 제기됐을 정도로 회장이 바뀔 때마다 외풍 논란을 떨쳐내지 못하는 데 기인한 시각이다. 대우건설 같은 대형 매물이 나올 경우 정부 의중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포스코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구택 전임 회장 시절 제기됐던 “포스코 CEO가 외인주주들 이익 극대화와 내부 조직 장앙에만 치중해선 안 된다”는 비판 잣대를 정준양 회장에게 똑같이 들이대기도 한다. 최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포스코가 올해 신규 선임된 3명 상임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제한했다”며 “이들의 재신임 여부가 정준양 회장 등 기존 이사진에 달려 있어 상임이사가 회장을 견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경제개혁연대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임원 임기 조정은 이사회 운영의 안정성과 회사경영의 연속성 유지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 주장했다. 최근 들어 “사정기관 최고위직을 지낸 유력인사가 포스코에 엽입될 것”이란 소문이 재계에 나돌기도 했다. 이 인사는 정 회장과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근거 없는 소문”이라 못 박았다.
옛 대우 계열사들을 상대로 한 포스코의 M&A 전망에 대한 재계의 갖가지 관측도 끊이지 않는다. 포스코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를 겪었고 올 들어 해운업체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했으나 업계의 반발로 무산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엔 대우인터내셔널(옛 대우무열)에 포스코가 눈독을 들인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캠코) 등이 대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의 연내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회사가 국내 종합상사 중 가장 광범위한 해외 네트워크를 지녔다는 점이 여러 대기업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대우 인터네셔널의 연내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회사가 국내 종합상사 중 가장 광범위한 해외 내트워크를 지녔다는 점이 여러 대기업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생명보험업계 강자인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선 “포스코가 효율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대우 건설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우인터내셔널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 보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