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아도 비싸요~ 2005년 분양 당시 1억 7500만 원이던 잠실 리센츠는 현재 4억 원을 웃돌고 있다. _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소형 아파트는 중대형에 비해 매수자금과 유지비가 적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마디로 실질적인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전셋값이 급등하면 이 같은 소형주택의 인기는 더욱 치솟는다. 세입자들이 늘면 소형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늘고, 결과적으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수요가 많은 강남에선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중대형 아파트 일색인 서울 강남, 잠실 일대에는 33㎡(10평) 규모의 ‘꼬마 아파트’가 있다.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맞추기 위해 지어진 물량이다. 2004년 강남권 저밀도지구 재건축 중 한 곳인 개나리 2차에서 36㎡(11평)형 178가구 공급을 시작으로 잠실주공 2단지 39㎡(12평)형 868가구 등 대략 2500여 가구가 공급됐다. 2004년 꼬마 아파트가 첫 분양할 당시만 해도 업계에선 중대형 일색인 강남시장에서 이 아파트가 정착하기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꼬마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3.3㎡당 1500만 원 안팎으로 높은 데다 33㎡(10평)대 수요층이 탄탄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꼬마 아파트가 공급된 지 4~5년이 지난 현재 이 같은 우려는 쑥 들어간 상태다. 단순히 가격만 살펴보면 당시 꼬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최고의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 분양 당시 1억 7500만 원 선이었던 잠실 리센츠(2단지 재건축) 42㎡(12.7평)형의 현재 시세는 4억 3000만~4억 4000만 원에 달한다. 분양가 대비 두 배 넘게 오른 셈이다. 임대도 비싸다. 전셋값이 2억 원을 돌파했고, 월세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150만 원이 넘는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삼성동 힐스테이트 46㎡형의 시세는 4억 4000만 원이다. 연초보다 50%나 뛰었다. 같은 기간 109㎡형은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22% 올랐다. 개나리 2차를 재건축한 역삼동 역삼아이파크 33㎡(10평)형의 현 시세도 분양가 1억 5000만 원의 두 배가 넘는 4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꼬마 아파트는 한마디로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반전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강남지역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금천구 독산동 주공 14단지 56㎡형은 최근 1000만 원이 올랐고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힐스테이트 79㎡형도 최근 두 달간 1500만 원이 올라 4억 8000만 원을 웃돌고 있다. 경기 하남시 창우동 부영 66㎡형도 올 상반기에만 3000만 원이 올라 2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소형 아파트는 인기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8월 3억 원 이하 저가 중소형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7월과 비교해 4.9% 포인트 상승한 94.72%를 기록했다. 지난 8월 1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노원구 중계동 삼성아파트 85㎡(24평)형이 첫 회 유찰 후 두 번째 입찰에서 14명이 몰리면서 감정가 2억 7500만 원의 141.45%인 3억 8899만 원에 낙찰됐다.
결국 법원에서 불허가 판결이 나와 재경매되지만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 작은 사진은 삼성동 힐스테이트로 시세가 연초보다 50%나 뛰었다. _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집 크기가 클수록 단위면적당 분양가를 비싸게 받을 수 있는 데다 분양성적까지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2007년까지 이어졌다. 요즘 입주하는 아파트는 대개 2007년께 분양한 아파트다. 입주 물량 중 전용면적 85㎡ 초과 비율은 2004년 16.4%에서 올해 32.0%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한 서울지역 아파트 109만 가구 가운데 33~66㎡ 규모의 소형 아파트는 8만 가구로 8%가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소형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매매 급등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소형 주택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2019년까지 기숙사형 원룸형 등 서민형 소형 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 주차장 완화구역을 지정해 소형 주택을 건립하는 요건도 대폭 완화하도록 했고 청약절차와 입주자 모집 절차도 최대한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책적 지원이 잇따르자 건설사들도 미니 주택 공급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소형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 루미니’를 선보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올 하반기 래미안의 소형 아파트인 ‘미니 래미안’(가칭)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건설 측은 개발사업부 안에 1~2인용 아파트 개발을 전담할 직원을 배치하고, 일본 등지에서 해외 사례를 모았다. 동부건설도 이르면 연말께 역세권에 1~2인용 소형 센트레빌 주택단지를 선보이기 위해 상품을 개발 중이다. 금호건설도 소형 주택 브랜드인 ‘쁘띠 메종’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소형 주택 중심의 트렌드 변화가 자칫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는 공급부족으로 소형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중대형을 요구하는 수요자들이 여전하기 때문에 자칫 대형 주택 품귀현상을 불러와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진섭 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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