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위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강만수 특보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강 특보의 ‘친정’인 기획재정부는 물론 경제계까지 술렁거렸다. 강 특보의 발언이 한국 경제를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보는 시각을 바로잡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만 정부가 내세워왔던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 주장에는 찬물을 끼얹은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재정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야인생활’을 하던 강 특보가 대통령 경제특보로 임명되면서 세간에서 걱정해왔던 경제 수장들 간 충돌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재정부 내에서는 강 특보의 발언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적잖다. 경제를 걱정한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강 특보가 말한 ‘출구전략을 쓰면 재정효과가 없어져 불황이 오고, 쓰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것은 경제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 그대로다. 이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있다는 말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문제는 ‘짧은 W(이중침체)’가 오느냐, 아니면 ‘긴 W’가 오느냐다. 당연히 올 수 있는 문제를 더블딥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도 “경제는 심리라고들 하지 않나. 많은 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도 몰리고, 국내 소비도 살아나고 있다. 심리가 긍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긍정적 심리를 유지하면서도 너무 과열되지 않도록 경제 위험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데 더블딥이 불가피하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곳곳에서 불만과 혼란 분위기가 감지되자 당장 한나라당과 재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강 특보의 발언이 있던 날 과천청사 재정부 7층 국정감사장에서 여당 의원들이 윤증현 장관의 말을 빌려 강 특보의 발언을 잠재우려 한 것도 이러한 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여당 의원들은 “강 특보의 더블딥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고 잇달아 물었고, 윤 장관은 “더블딥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더블딥 우려가 있으니 경제운용을 정교하게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하는 등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날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두 분이 친하지 않느냐. 완전히 다른 말을 하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데, 전·현직 장관이 만나서 이야기해 보지 않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날에는 사공일 무역협회장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들을 만나 “더블딥 가능성은 충분하나 주요 20개국(G20) 중심의 국제적 정책공조를 통해 피할 수 있다고 본다”며 봉합에 나섰다. 그는 “최근 세계적으로 실업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민간소비나 투자에서는 긍정적 사인이 있다. 이 신호가 지속된다면 더블딥이 없을 것이나 그렇지 못하다면 일부 더블딥 현상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G20 중심의 국제 정책 공조로 피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마틴 펠드스타인이나 폴 크루그먼 등 세계적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 특보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었다. 강 특보가 재정부 장관을 할 때도 이런 식으로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해서 얼마나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느냐. 그 때문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놓고도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솔직히 그나마 현직 재정부 장관이 아니었으니까 다행이지, 만약 장관이었다면 바로 그날 증시가 고꾸라지고, 환율은 춤을 추는 혼란이 벌어질 뻔했다. 여기에 정부 경제정책 당국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고 일갈했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