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수사를 일단락한 국가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일 송 교수의 입국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놨다. 방대한 정보와 증거로 송 교수를 꼼짝없이 두 손 들게 만든 국정원이지만 그가 왜 이 시기에 남한행을 감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당시 DJ정부 일각에서는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를 감안해 적당한 선에서 과거사를 털어내고 그의 귀국을 허용하자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강한 반대의사를 내비친 쪽이 국정원 대공수사 파트였다. 오랜 기간 송두율 교수와 해외 친북세력의 연계고리를 찾기 위해 조사해온 이들은 “송두율을 그대로 우리 땅에 들여놓으면 국정원은 그날로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핵심부의 유화 분위기나 국정원 상층부의 온정적 여론도 먹혀들지 않았다.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임동원씨는 국정원 내에서 벌어진 이런 갈등이 어느 정도 사실이었음을 밝혔다. 임 전 원장은 퇴임 이후 “당시 임 원장께서 (송 교수로부터) 간단한 경위서만 받으려 하다가 내부 저항에 부닥쳐 철회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물음에 “맞다.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DJ정부 시기에 몇 차례 송두율 교수의 귀향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고 한다.
아무튼 DJ정부 때도 이뤄지지 못한 송두율 교수의 입국에 대해 정보 관계자는 “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켜 남북 해빙무드를 극적으로 고조시키고도 송두율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던 DJ정부와 임동원 국정원장 등은 대북 문제에서만큼은 프로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자칫하다가 판도라의 상자 같은 송 교수의 과거 행적이 터져나올 경우 대북정책 추진은 물론 DJ정부의 통치 근간을 흔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계산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평가는 참여정부와 소위 ‘코드’가 맞는다는 점을 과시하며 ‘송두율 입국’에 팔을 걷어붙였던 노무현 정부의 일부 주류 인사들이 대북 접근에서만큼은 아직 아마추어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반면교사는 아닐지 곰곰히 따져볼 일이다.
진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