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란 무엇인가. 주식시장에서 일컫는 테마는 산업변동에 대한 예측을 시나리오화해 관련된 종목들을 묶는 작업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테마는 특정한 사회 변화나 기업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이해득실을 판별, 선택과 집중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이 테마주들은 대개 네 부류로 형성된다. 첫 번째는 기업의 미래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기술이나 신성장동력과 관련된 분야. 두 번째는 정부 정책과 관련된 분야. 세 번째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 활동에 관련된 부문, 마지막 네 번째는 대외 변수들의 변화와 관련된 분야다.
2009년 증시에서 가장 대박을 친 테마주는 신종플루, 바이오 관련주다. 올 상반기 남반구에서 시작된 신종플루의 영향은 북반구 증시에서는 불볕더위가 한창인 8월 이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10월 신종플루가 한창 확산될 때에는 이미 관련주의 주가는 두세 배는 기본이고 10배가 넘게 올랐다. 신종플루 외에 2차전지 자전거 발광다이오드(LED) 풍력 4대강 등이 올해 테마주를 형성했다. 관련 종목은 전체 상장 종목의 10%에 육박하는 200여 개에 이른다.
올해 코스닥의 섬유의류업종인 웰크론은 신종플루 테마의 대표 종목으로, 연초 대비 주가가 무려 601.64%(16일 종가 기준)나 올랐다. 신종플루 테마 관련 종목 수익률 1위. 웰크론은 은성코퍼레이션에서 사명을 변경한 기업으로 극세사 섬유제품을 만들어 생산하는 곳이다. 웰크론의 주력제품은 한때 극세사로 만든 타월, 즉 수건 정도였다.
웰크론의 주가가 뜨기 시작한 것은 극세사로 신종플루 방역 마스크 개발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제품이 나오기 전 이미 주가는 연초 600원대에서 8월 말 3000원을 넘어섰다. 정작 마스크는 9월 중순에 가서야 생산됐다. 마스크는 미세 입자뿐만 아니라 침이나 액체 분비물을 94% 이상 차단할 수 있어 식약청으로부터 신종플루 방역용으로 인증 받을 정도로 뛰어난 제품이었다.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웰크론의 주가는 11월 3일 장중 8440원을 기록하며 연중 고점을 찍었다. 당시 연초 대비 주가수익률은 무려 1283.61%. 웰크론을 포함해 신종플루 관련주인 녹십자 대한뉴팜 파루 등 9개 종목의 연초 대비 평균 상승률은 166%로 여러 테마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자전거 테마를 형성한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저 등의 주가도 각각 연초 이후 199.80%, 126.74%를 기록해 테마 중 평균 상승률 2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2차전지 관련주(12종목)로 113.16%의 평균 상승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2차전지 관련주는 대부분의 테마주가 코스닥시장에 집중된 반면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도 포함됐다. LG화학 SK에너지 삼성SDI 제일모직 등이 유가증권시장의 관련주다. 이들 종목들 중 LG화학이 연초대비 208.72% 상승했다. 그 외 종목들도 30∼140% 주가가 올랐다. 2차전지 관련주의 대장주는 신화인터텍으로 연초 이후 주가가 448.91% 올랐다.
주식시장이 급등했지만 지수만큼도 못 오른 부실한 테마들도 있다. 풍력발전과 4대강정비 테마다. 이들 테마주들은 평균 5∼10% 수익률에 그쳤다. 풍력발전 테마주들은 2008년 하반기부터 연초까지 급등세를 이어가다가 하반기에 급락했다. 풍력발전 관련주인 용현BM 평산 스페코는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4대강 테마주 역시 이화공영 동신건설 삼호개발 등 관련주들은 올해 주가수익률이 저조했다.
그렇다면 내년, 대망의 2010년 증시를 이끌 테마는 어떤 게 있을까. 현대증권은 내년을 이끌 테마로 전기자전거, 3차원(3D)산업, 디지털교실 등 신기술 산업을 관심 테마로 선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린홈, 도시형 근거리 전기자동차, 로봇 등을 선별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전기차와 2차전지,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등을 꼽았다.
현대증권은 최근 ‘2010년을 이끌 신 테마열전’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정부주도로 ‘3D콘텐트 종합 육성방안’ 로드맵을 만들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며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소개했다. 관련 기업으로는 케이디씨 현대아이티 아이스테이션 잘만테크 등을 선정했다.
현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3D 입체영상 제작기술 등의 3D콘텐츠 산업에 올해보다 두 배 늘어난 200억 원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한다. 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주도로 3D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문펀드를 내년까지 2000억 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녹색성장 정책에 따라 국내 건설업체도 친환경 주택사업인 그린홈 도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 코펜하겐 기후협약을 계기로 탄소배출권 및 태양광 등 기후변화 관련주들도 내년 증시에서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