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C가 미쓰비시자동차를 공식 수입 판매하기 시작할 당시 조현호 회장(왼쪽)과 마쓰코 오사무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이 L200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생활을 대부분 뉴욕의 투자회사와 은행 등에서 보냈으며 투자회사 AJIA를 설립한 인물로서 조 회장은 ‘금융맨’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렸다. “캐피털, 보험, 중고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 CXC를 ‘자동차종합서비스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한 조 회장의 포부에 미쓰비시자동차 수입·판매 영업은 사업 기반이자 출발점이 됐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금융과 M&A 전문가임에도 자동차사업을 ‘본업’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런 의미를 띠고 있는 사업을 접었으니 사업 기반과 본업이 흔들린 셈이다.
CXC가 미쓰비시자동차를 공식 수입·판매하기 시작할 당시 수입차업계에서는 CXC와 조현호 회장을 주목했다. 한진가라는 든든한 배경에다 과거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가 미쓰비시자동차를 수입·판매하면서 나름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차 인기가 대단하다”며 “일본차가 한때 인기를 끈 적이 있지만 도요타와 혼다 위주인 데다 이들이 이미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 다른 업체가 들어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스바루코리아의 영업 중단이 대표적인 예다. 다른 관계자는 “인기 모델이 없었던 것도 한 원인”이라며 “인기 주력 모델이 전체 판매를 견인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CXC가 애초에 자동차 수입·판매에 큰 뜻이 없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대우자판이 미쓰비시자동차를 수입·판매했을 당시 많게는 한 해 500대 정도 판매했기 때문이다. 세단으로는 ‘랜서’, SUV로는 ‘아웃랜더’가 미쓰비시의 인기모델로 분류되고 있다. CXC 측은 지난해 900대 판매를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수십 대에 그쳤다. 수입차업계 다른 관계자는 “사업 초기 계획과 달리 CXC 측에서 프로모션이나 판매지원을 열심히 하지 않은 탓도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CXC는 미쓰비시자동차 영업을 잠정 중단했고 전시장을 폐쇄했다. 다만 롯데마트와 제휴한 렌터카사업은 계속 하고 있다.
조현호 회장이 처음부터 금융업과 M&A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수입자동차 영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CXC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심지어 “금융 쪽 M&A에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자동차사업 끈을 놓지 않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사모펀드보다 자동차 관련 기업임을 내세우는 전략이라는 것.
조현호 회장은 지난해 IB(투자은행)업계에 돌풍을 몰고 온 인물이다. 한국종합캐피탈을 인수했으며 비록 그린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아이엠투자증권 인수전에서는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IB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새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는 IB업계에서 조 회장은 큰손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경계 대상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이 관계자는 “조 회장에 대해 미심쩍은 시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진가라는 배경과 동남아 곳곳의 재력가들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가 돌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종합캐피털 인수가 전부였다. 현재 아이엠투자증권에 대한 유력 인수후보지만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알려졌던 것이 번복된 만큼 인수를 장담할 수도 없다. 지금으로선 ‘자동차종합서비스그룹’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1000억” 큰소리 쳐놓고 겨우 200억 가져와
그런데 동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CXC PE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동부와 컨소시엄을 이루고 있었다. 당시 동부에서는 CXC에 대해 “오래전부터 대우일렉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데다 자금 조달 능력도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CXC는 대우일렉 인수에 결국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유진자산운용이 446억 원을 투자했다.
당초 CXC 측이 자신했던 자금은 1000억 원. 그러나 투자금을 너무 한 곳에 의존하는 것이 싫었던 동부가 500억 원만 요구했고 나머지 500억 원은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 투자회사인 SBI에게 요구했다. 1000억 원을 자신했던 CXC는 딱 절반인 500억 원만 조달하기로 했지만 그나마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CXC가 결국 마련한 자금은 200억 원 수준이었다”며 “동부의 대우일렉 인수를 투자자들이 꺼려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고 알려진 바 있다”고 회고했다. 결국 CXC가 빠진 자리를 유진자산운용이 대신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CXC와 조현호 회장이 생소했던 터라 “동부가 뭘 믿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은 CXC와 손을 잡느냐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