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진짜 사나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샘 해밍턴.
2000년대 들어 외국인스타들의 활약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각광을 받은 외국인스타들은 주로 뛰어난 외모를 앞세웠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다니엘 헤니와 <달콤한 스파이>의 데니스 오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깎아놓은 듯한 외모로 주목받았지만 생명력이 길진 않았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국어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예능에는 출연할 수 없고 드라마에서 맡을 수 있는 캐릭터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았지만 지금은 외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KBS에서는 아예 ‘미녀 외국인’을 앞세운 <미녀들의 수다>를 기획해 대성공을 거뒀다. 뛰어난 외모에 탄탄한 한국어 실력까지 갖춘 글로벌 미녀 십수 명을 포진시키니 시청률은 수직 상승했다. 당시 인기를 얻은 구잘 에바 라리사 등은 배우로 활동했고 사유리 크리스티나 브로닌 등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했다. 이 외에도 자밀라 사오리 등은 앨범을 발표하고 가수로 나섰다.
2006년 시작된 <미녀들의 수다>는 4년 동안 방송되는 내내 ‘성 상품화’ 논란에 시달렸다. 세계 각국의 문화와 시선을 살펴본다는 호평과 함께 여성들의 외모를 앞세워 대중의 시선을 현혹시킨다는 혹평이 끊이지 않았다.
MBC <파이널 어드벤처>와 SBS <정글의 법칙>에서 두각을 보이는 줄리엔 강(왼쪽)과 리키 김.
외국인 멤버들은 자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라 할 수 있다. 팬 미팅 및 콘서트 무대에서 자유롭게 자국 팬들과 의사소통하며 국경을 허물고 현지화 전략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외국인 멤버들은 한국에서는 개별 활동이 미미한 편이다. 여전히 언어의 장벽이 남아 있고 평균 나이가 어려 전 연령층에 어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장애물을 모두 제치고 최근 전면에 등장한 이들이 샘 해밍턴, 사유리, 줄리엔 강, 리키 김 등이다. 네 사람 모두 한국어 구사에 능하고, 솔직하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샘 해밍턴을 제외하면 외모 또한 준수하다.
샘 해밍턴은 외국인의 시선에서 본 한국 군대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사랑받고 있다. 사유리 역시 특유의 직설화법이 매력적이다. 신체 조건이 훌륭한 줄리엔 강과 리키 김은 SBS <정글의 법칙>와 MBC <파이널 어드벤처> 등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일선의 PD들이 외국인스타들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몸값이 싸다는 점이다. 전문 연예기획사에 속한 국내 연예인들은 일단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르게 몸값이 상승한다. 일단 ‘떴다’는 평가를 받으면 제작진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개런티를 감수해야 한다.
4차원 매력을 맘껏 발산하고 있는 사유리.
외국인이기 때문에 감정 표현이 보다 자유롭다는 것도 그들이 가진 장점이다.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유리의 맛 평가는 무조건 “맛있다”고 하는 기존 맛집 프로그램의 틀을 흔들었다. 돼지 위를 먹고 단호하게 “맛이 없어요. 별로”라고 말하고 곱창전골을 시식한 후 “맛있는 지우개를 먹고 있는 것 같아요. 맛이 2% 부족한데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대리만족을 느낀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샘 해밍턴 역시 <진짜 사나이>에서 고된 군사 훈련을 받으며 끊임없이 질문한다. ‘무조건 깐다’는 군대에서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샘 해밍턴은 의무 복무해야 하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군 생활 중 한번쯤은 목까지 끌어올렸을 질문을 대신해주고 있다.
<진짜 사나이>를 연출하는 김민종 PD는 “주어진 일과표대로 움직일 뿐 주어진 설정이나 대본은 없다. 외국인이 한국의 군대 문화를 접했을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된장내 날수록 인기
외국인 스타가 되기 위한 일종의 공식이 있다. 일단 한국말을 잘해야 한다. 한국인은 ‘한국화된 외국인’을 선호한다. 로버트 할리는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외국인으로 눈길을 끌었고, 이다도시는 한국인보다 더 빨리 말하는 아줌마 수다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MBC 김유곤 PD는 “샘 해밍턴은 외국인이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다. 된장 냄새나는 외국인에게서 호감을 느끼는 것이다. 너무 이질적이면 대중적 인기를 얻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인종적 편향성도 있었다. 여성의 경우 피부색과 상관없이 일단 외모가 뛰어나면 각광을 받았다. 반면 남성은 백인이 대세였다. 동남아인들이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유곤 PD는 “프로그램에 따라 선호하는 외국인스타의 스타일도 달라진다.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출연 기준 또한 바뀌고 있다. 확실한 건 예능 역시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