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충동왕족발 신신자 사장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족발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사진은 왕족발 양념족발 냉채족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상권에 목 좋은 점포를 택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최적의 장소일지라도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망할 수 있어요. 위치의 장점보다 고객을 우선하는 운영자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더욱 중요합니다.”
최근 재래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경쟁력 높이기 강의를 했다는 신신자 사장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을 강조했다. 14년 동안의 현장 경험에서 나온 진리다.
신 사장은 1996년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165㎡(50평) 규모의 족발전문 가맹점으로 창업시장에 처음 발을 담갔다. 남편의 건설회사가 부도를 막지 못해 전 재산을 날리면서 가게를 열게 된 것. 사업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점포가 대로변에 위치해 눈에 잘 띄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손님이 없는 겁니다. 알고 보니 사람들이 이면도로 쪽 먹자골목으로 몰리더라고요. 장사 초보여서 점포를 잘못 선택한 것이었죠.”
2~3개월간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손님이 스스로 찾아오는 가게를 만들자’라는 마음을 먹고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는 무조건 ‘예스(Yes)’를 외치고 나아가 손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 서비스를 펼쳤다. 음식이 맛있고 서비스까지 좋은 곳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마이너스였던 월매출은 4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불과 몇 개월 만에 전국 가맹점 중 선두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모두가 어렵다는 외환위기 때는 오히려 더 장사가 잘됐다. 다른 곳은 양을 줄일 때 그는 반대로 양을 늘리는 등 손님을 그야말로 ‘왕 대접’ 한 것이 주효했던 것. 매출 외에도 본사의 주목을 받게 된 사건은 또 있었다.
“영도로 이사를 간 단골손님이 저희 점포에 주문을 해 왔어요. 한 시간 거리인 영도까지 배달 가기가 벅차서 가까운 다른 점포에 배달을 부탁했죠. 그런데 그 점포가 약속을 어긴 겁니다. 손님의 항의 전화를 받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다음날 아침 장대비 속에서 제가 직접 배달을 갔죠.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돈도 받지 않았어요.”
감동한 손님이 본사에 제보를 하면서 그의 점포는 매출보다 서비스로 주목받는 곳이 됐다. 그렇게 남다른 경영을 펼쳐온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본사 사장이 회사 인수를 제의해온 것. 본사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이었다. 마침 남편의 부도로 잃었던 대전의 건물을 되찾은 시기였다.
2001년 1월, 인수자금이 마련되자 그는 망설임 없이 가맹점 80여 개의 프랜차이즈 본사를 인수했다. 물류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은 다시 안정화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년 뒤 복병이 등장했다. 3명의 지사장이 뭉쳐 유사상호의 족발전문점을 차린 것. 가맹점 3분의 1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타격이 컸다.
“브랜드는 흉내 낼 수 있어도 제품을 흉내 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맛이 다르다는 불만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환불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빠져나갔던 가맹점과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오더군요.”
현재 가맹점 수는 170여 개. 인수 당시 4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08년 138억 원을 넘어섰다. 그해 10월에는 보다 안정적이고 청결한 식자재 공급을 위해 충북 청원군에 4만 2900㎡(약 1만 3000평)의 부지를 확보, 150억 원을 들여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 설비를 갖춘 8250㎡(약 2500평) 규모의 가공공장과 물류센터를 완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족발 회사가 굳이 큰 돈 들여 공장을 세울 필요가 있느냐고 만류했지만 신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맛과 품질의 향상을 도모해 족발 시장의 수준을 높여보자는 것이 그의 각오였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이미지가 더욱 확고해졌기 때문이란다.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편의점용 족발(미니족, 머리고기, 모둠세트)을 출시, 현재 바이더웨이와 GS25 두 곳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곧 홈쇼핑에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0년 새해부터는 가맹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란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33㎡(10평) 내외의 소형 점포로 수도권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인데 올 한 해 30개 점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신 메뉴도 개발했다. 바로 수출용 비빔밥을 만들어낸 것. 족발 회사에서 비빔밥을 출시하는 것이 다소 생뚱맞게 생각될 수 있지만 그는 일찌감치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건강에 좋은 웰빙 음식에 관심을 가져왔단다. 3년 동안의 연구개발을 통해 완성된 비빔밥은 조리가 아닌 독특한 포장법을 통해 장기간 고유의 맛이 유지되도록 했다고.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조만간 수출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신 사장은 매주 월요일 오전 7시에 열리는 임원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종업원도 넓은 범주에서 고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모범을 보여야만 고객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 시작된 장충동왕족발의 고객감동 서비스는 가맹점으로도 확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될 것입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