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지난 12월 24일 CJ오쇼핑은 오리온이 보유한 온미디어 지분 37.39%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 55.2%를 4345억 원에 인수했다고 밝혀 미디어 시장 재편을 예고했다. CJ그룹이 인수한 온미디어는 게임채널인 온게임넷, 스타일 채널 온스타일(ON Style), 영화채널 오씨엔(OCN), 슈퍼액션, 캐치온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 주부채널 스토리 온(Story on) 등 10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온미디어를 인수한 CJ그룹 계열 CJ미디어는 케이블TV 최초의 종합오락채널 티브이엔(tvN)과 음악채널 엠넷(Mnet), 영화전문 채널 씨지브이(CGV)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채널 엑스티엠(XTM)과 올리브, 스포츠 채널 엑스포츠(Xports), 만화채널 챔프 등 8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CJ미디어는 총 18개의 채널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단순히 채널 수만 많아지는 것이 아니다. 케이블TV 인기 프로그램 대부분이 CJ미디어와 온미디어 보유 채널인 것. 엠넷의 <슈퍼스타 K>는 8.47%의 시청률을 기록해 지상파방송 못지않은 인기를 과시했고 티브엔의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는 남녀의 심리를 코믹하게 담아 자체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다. 온미디어 온스타일의 <디 에디터스>(THE EDITORS)는 패션 에디터가 되기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케이블TV의 인기 방송으로 꼽힌다.
CJ미디어와 온미디어 속 프로그램의 인기는 매출 점유율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MPP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 CJ미디어와 온미디어의 방송 매출 점유율은 각각 20.8%, 11.1%. CJ미디어는 온미디어 인수를 통해 매출 점유율을 31.9%로 높이며 독보적인 1위에 등극하게 됐다.
기존 14개의 SO를 보유하고 있는 CJ그룹 계열 CJ헬로비전도 온미디어의 SO 4개를 추가, 18개의 SO를 보유하게 됐다. SO 수로만 따지면 일단 15개의 SO를 가지고 있는 티브로드를 제친 셈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SO 가입자 수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콘텐츠를 통해 쇼핑몰의 경쟁력을 높이는 1위 전략을 세웠다”면서 “미국 최대 쇼핑몰은 SO와 PP의 결합(MSP:MSO+MPP)으로 콘텐츠를 홈쇼핑에 녹여내 엄청난 이익을 끌어내고 있는데 이것이 롤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CJ헬로비전의 기존 매출액 점유율은 19.8%로 티브로드(22.8%)에 이은 2위였다. CJ헬로비전이 온미디어(2.6%)와 합쳐도 2위지만 점유율 차이는 불과 0.4%p로 줄어든다. 티브로드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방송 전체 가입자 수만 보면 티브로드(약 284만 명)가 CJ(약 255만 명)보다 30만 명 정도 많아 1위지만, 보다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번들상품’(유선방송+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CJ(약 47만 명)보다 한참 뒤진 약 25만 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티브로드의 번들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큐릭스와 합병한 후로 29만 9124명에서 25만 5783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러한 CJ의 공세에 직면한 티브로드에게 지난 한 해는 시련의 시간이었다. 지난 3월 터진 ‘성접대 로비 의혹’사건은 지금껏 독주하던 티브로드의 발목을 잡았다. 티브로드가 서울 지역 MSO인 큐릭스 지분 70%를 2500억 원대에 인수하는 시기와 맞물려 인수 청탁이란 의혹이 불거졌던 것. 이외에 지난 10월 장하성펀드의 이호진 회장 퇴임 요구도 쓰라렸을 법하다.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CJ미디어는 <슈퍼스타 K> 등 케이블 채널 자체제작 프로그램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그에 반해 티브로드가 보유하고 있는 PP는 드라마 폭스(FOX)채널과 버라이어티쇼 에프엑스(FX) 등 7개에 불과해 CJ에 비해 자체제작이 미흡한 편이다. 이제는 MSP 경쟁이기 때문에 티브로드로서는 차별적인 콘텐츠가 필요해 투자가 불가피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CJ 측은 계열사 연계사업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티브로드도 이에 자극을 받아 서로 경쟁을 통해 케이블 채널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J미디어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방송법시행령 제4조 5항은 특정 PP 매출액이 전체 PP 매출 총액의 3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CJ미디어와 온미디어의 매출 점유율이 31.9%나 돼 1.1%만 늘릴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방송법 시행령 53조에 따르면 특수관계자(계열 SO)에게 임대하는 채널의 수가 전체 운용 채널 수(아날로그 방송 기준)의 20%를 초과하지 못하게 돼 있다. 현재 케이블TV의 아날로그 방송 채널이 약 50개에 이르므로 CJ미디어와 온미디어가 보유하고 있는 채널 18개 중 계열 SO에는 10개를 초과해서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방송법상 규제로 인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CJ미디어의 온미디어 인수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미디어 사업이 확장되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CJ미디어가 종합편성 PP 참여를 통해 독보적인 지위 확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설도 계속돼 왔다. 그러나 CJ그룹 측은 이 같은 설들을 일축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공식적으로 종합편성에 참여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진 인턴기자 kkyy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