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펀드환매 지속 여부다. 지난해 국내 펀드시장은 사상 처음 설정액이 감소하는 등 성장세가 멈췄다. 올해 펀드 시장도 환매라는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펀드 투자자들이 지난해 부분적으로 원금회복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펀드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직 금융위기의 악몽이 깨끗하게 사라지지 않은 만큼 증시가 반등할 때마다 펀드에서 빠져나오는 자금들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펀드로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30조 원 이상 펀드 환매 물량이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는 코스피지수 1700선 이상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 매물이 26조 원, 중국 펀드 매물의 경우 홍콩시장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의 H지수 14000선 이상에서 7조 원가량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지금처럼 투자심리가 약하다면 지수 상승시 환매 물량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손 바뀜이 진행된 이후 하반기부터는 지수 조정시 저점에서 매수하는 ‘스마트 머니’의 유입이 크게 증가하는 등 펀드 환매 규모를 넘어서는 자금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에는 세계 경제의 본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증시가 조정을 보일 때에는 적지 않은 신규자금이 새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스피지수 1400선 근처에서 너무 일찍 환매한 투자자들은 다시 펀드에 들어갈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에는 해외보다는 국내,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관련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성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올해도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이익성장률 등을 비롯해 경제지표 전망 등 국내 주식이 신흥국과 선진국 주식보다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업종 중에서는 금융 철강 정보기술(IT) 등이, 각종 이슈와 관련해서는 중국 소비, 중동 인프라, 녹색 성장과 관련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우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변동성 위험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형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펀드 중에서는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책 부양 능력을 가진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에 투자하는 펀드가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주목을 받을 듯하다. 중국은 올해도 확장 기조의 정부 정책에 변함이 없을 전망이어서 증시 상승이 지속될 듯하다. 브라질 역시 출구전략이나 인플레이션 부담이 낮은 데다 올림픽 개최 등에 따른 경제 호전 기대감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펀드 환매 속에서도 자금이 몰린 펀드를 주목하라고 밝혔다. 지난해 1000억 원 이상 신규자금이 들어온 국내외 주식형 펀드는 총 6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한국운용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2(주식)’, 같은 회사의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 1(주식)(모)’, 삼성운용의 ‘삼성스트라이크증권투자신탁 1[주식]’, 트러스톤운용의 ‘트러스톤칭기스칸증권투자신탁[주식]’에, 해외주식형 중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은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H)’과 ‘JP모간천연자원증권자투자신탁(주식)’에 자금이 몰렸다. 이 펀드들은 50∼70%대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기 때문에 신규자금 유치가 가능했다. 이 펀드들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추천한 펀드 리스트에도 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상당히 회복됐지만 투자자들은 매우 신중해지면서 공격적인 성향의 펀드보다 안정적이면서 꾸준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펀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시장의 평균적인 수익률을 따를 수 있는 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한 곳에 베팅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다양한 인덱스, ETF 등이 등장하고 있다. ETF는 주로 지수에 투자됐으나 앞으로는 각종 섹터와 테마로 분야도 넓어질 전망이다. 또 해외 지수에 투자하는 ETF를 비롯해 국고채, 인버스, 레버리지 ETF 역시 진화하고 있다. 테마 펀드에서는 탄소 배출 규제, 에너지 자원 고갈, 환경오염 문제 등을 고려하면 대체·뉴에너지 관련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증시가 초반 상승 후 조정을 거쳐 하반기 다시 상승하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며 주식 비중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각사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올해 투자 유망 지역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를 가장 많이 꼽았고 브라질과 러시아도 함께 언급했다. 투자 유망 테마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각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집중될 녹색 환경 관련 테마가 꼽혔다. 또 내년에 돈이 몰릴 상품으로는 국내 대표 우량주 펀드와 적극적 펀드 투자자를 중심으로 펀드 내 투자 종목 수를 축소한 펀드, 대형 그룹주 펀드 등을 꼽았다.
김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연구원은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편입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성장형 대형주 주도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해 지난해와 달리 가치형 펀드와 성장형 펀드의 성과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팀장은 “올해 1분기까지는 IT와 자동차, 소비재가 유망하겠지만 2분기 이후는 건설과 철강, 기계 등 투자 관련 섹터가 괜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미국 고용시장이 회복되는 등 선진국 경기의 회복세진입으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펀드이동제' 아시나요
가입 3개월 후 판매사 변경 가능
오는 2월부터 시작되는 ‘펀드이동제’는 투자자들의 펀드 관리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이동제란 투자자들이 펀드 가입 후 3개월이 지나면 자유롭게 판매사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금융자산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높이고 금융회사들이 판매 후에도 질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펀드이동제 시행이 본격화될 경우 주요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서비스 개선과 펀드수수료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펀드이동제가 시행될 경우 120조 원대에 이르는 주식형펀드 가운데 10%가량은 판매사를 옮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