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관 씨 | ||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본격적인 후계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하지만 김 회장의 나이(58)를 감안할 때 이는 성급하다는 평이 대세다. 한화 관계자는 “회장실에서 배우다가 1~2년 뒤 MBA(경영학석사)를 받으러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관 씨의 입사는 ‘첫경험’ 정도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동관 씨가 ‘대놓고’ 회장실로 발령을 받았다는 것. 이는 김 회장 개인사와 저돌적 성격의 합작품으로 분석된다. 사실 동관 씨가 전역하는 대로 입사시킨다는 것이 원래 김 회장의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부서와 직급. 이를 놓고 김 회장 주변에선 ‘아직 어리니 계열사부터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는 게 모양새도 좋고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지만 김 회장이 모든 걸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화그룹 내부 관계자는 “회장님이 20대부터 그룹을 물려받은 것이 작용해 당신이 직접 데리고 경영수업을 시키려고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1981년 부친 김종희 창업주가 타계하는 바람에 29세에 갑작스레 그룹을 물려받았다. 나이 어린 총수 시절의 힘든 경험 때문에 김 회장 자신은 ‘준비된 후계’를 배려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05년 비상장 시스템통합(SI)업체 한화S&C(에스앤시) 지분 이동으로 시작된 지분 승계 정지작업도 차근차근 진행돼 왔다. 동관 씨가 지분 50%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한화S&C는 그동안 광고대행사 한컴, 군자열병합발전(옛 한화종합에너지), 여수열병합발전 등을 자회사로 만들며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확실한 ‘실탄창고’를 꿰차고 있는 셈이다. 동관 씨의 ㈜한화 지분율은 현재 4.44%로 김승연 회장(22.46%)에 이은 2대주주다.
후계승계의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가 감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이미 ‘2005년 ㈜한화가 한화S&C 주식을 동관 씨에게 저가에 매각했다’면서 2008년 5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기각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가처분신청은 기각됐지만 끝나지 않은 문제”라면서 “주주들을 공개 모집해 주주대표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S&C의 몸집 불리기에 대해서도 계열사들의 유망한 사업 기회를 오너 일가가 가로채는 ‘회사기회 유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동관 씨는 미국 세인트폴 스쿨을 거쳐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뒤 공군 장교로 입대했다. 국방부 국제협력과에 복무 중이던 그는 지난 10월 방한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정운찬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 옆자리에 앉아 통역 보좌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관 씨에겐 남동생만 둘이 있다. 김동원 씨(25)는 세인트폴을 나와 예일대학을 졸업한 뒤 군복무를 하고 있고 삼남 동선 씨(22)는 미국 다트머스대학에 재학 중이다. 동원 동선 형제는 ㈜한화 지분 1.67%, 한화S&C 지분 2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