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주택가인 유엔빌리지 내 위치해 있는 박삼구 명예회장의 한남동 자택. 이 일대 박 회장의 부동산 가치는 100억 원대로 추산된다. | ||
박삼구 명예회장의 자택 주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1×-×00. 고급주택가인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에 위치해 있다. 이 일대는 서울 성북동과 더불어 재벌가 인사들이 많이 모여 살아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곳으로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지형을 갖추고 있다.
박 명예회장 자택은 562㎡(약 170평) 대지에 세워진 2층 주택. 건물 연면적은 544㎡(약 165평)에 이른다. 자택 옆에 붙은 주차용도 건물(한남동 1×-×59와 1×-×79)도 박 명예회장 명의다. 이 건물은 단층으로 394㎡(약 119평) 토지 위에 연면적 338.45㎡(약 103평)로 지어져 있다.
박 명예회장이 소유한 한남동 일대 부동산 시세는 족히 100억 원은 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대지면적 595㎡(약 180평)에 연건평 331㎡(약 100평)짜리 3층 주택이 매물로 나와 있는데 매매가가 54억 원에 형성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 단독주택들의 시세가 토지 면적 3.3㎡(약 1평)당 30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한다. 박 명예회장 자택, 여기에 맞붙은 주차용도 건물의 시세를 86억~87억 원 정도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곳 바로 옆에 붙은 한남동 1×-×99와 1×-×60 소재 토지 240㎡(약 73평)도 박 명예회장 소유다. 박 명예회장 자택에 붙어 있는 자투리 공간인 이 토지 가격을 3.3㎡당 2000만 원 정도로만 쳐도 박 명예회장 명의 한남동 부동산 가치는 1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 부동산엔 총 53억 9500만 원을 채권최고액으로 하는 근저당권 설정이 돼 있다. 근저당권자는 외환은행. 채권최고액 중 32억 5000만 원에 대한 채무자는 박 명예회장 아들 박세창 전략경영본부 상무, 나머지 21억 4500만 원의 채무자는 박 명예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경영전략본부 부장(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다.
이처럼 시세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 채권최고액으로 설정돼 있는 만큼 박 명예회장 명의의 부동산이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된다 해도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물론 <일요신문>이 파악하지 못한 부동산을 채권단이 찾아냈다면 얘기는 다르다.
실효성 논란과 더불어 부동산 담보 제공을 해야 하는 오너일가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아질 태세다. 박삼구 명예회장 명의의 재산만을 담보 범위에 넣을 것인지, 아니면 박 명예회장에 의해 석유화학부문 회장에서 밀려난 박찬구 전 회장의 재산도 포함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 것.
박찬구 전 회장 역시 박삼구 명예회장에 필적할 만한 부동산을 갖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자택은 박 명예회장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남동 7××-19에 위치해 있다. 지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된 3층 주택으로 대지면적은 1118㎡(약 339평). 건물 연면적은 489㎡(약 148평)에 이른다. 박 명예회장 자택과 마찬가지로 토지면적 3.3㎡당 3000만 원 시세로 환산해보면 박 전 회장 집의 가치 또한 1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집에도 거액의 담보 설정이 돼 있다. 채권최고액 36억 원의 근저당권 설정이 등기부에 나타나는데 채무자는 박찬구 전 회장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 근저당권자는 하나은행이다. 이 집 등기부에도 과거 고 박정구-박삼구-박찬구 형제가 수십억 원의 근저당권 설정을 하면서 은행에 담보로 잡혔던 내역이 남아 있다.
현재 경영에 참여 중인 박철완 부장 보유 부동산도 관심 대상이다. 박철완 부장 자택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1-× 일대 1068㎡(약 324평) 토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져 있다. 연면적은 565.64㎡(약 171평)로 지난 2002년 부친인 박정구 회장 사후 상속받은 집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박 부장 집 근처에서 토지면적 678㎡(약 205평)에 연면적 331㎡(약 100평)인 지하 1층, 지상 2층의 단독주택이 41억 원에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현지에선 박 부장 자택 규모를 감안할 때 적어도 50억~60억 원의 가치를 지닐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집에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채무자 명의는 박 부장 본인이며 채권최고액이 19억 2000만 원. 근저당권자는 우리은행이다.
3세 장손 박재영 씨 부동산 등기부의 비밀
공동채무 끝…'박찬구-박재영 연대'?
▲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아들 박재영 씨에게 물려준 한남동 주택. 작은 사진은 숙부 조카 사이인 박찬구 전 회장(왼쪽)과 박재영 씨. | ||
이 집 등기부에도 담보 대출 기록이 남아 있다. 집 주인 박재영 씨는 물론 고 박정구 회장 아들 박철완 부장, 박삼구 명예회장 아들 박세창 상무, 박찬구 전 회장 아들 박준경 부장 등 사촌들이 모두 이 집을 담보로 한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맺었던 것. 이들 사촌 4형제는 지난 2003년 근저당권자 신한은행을 상대로 각각 채권최고액 12억 원씩의 채무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2005년 네 사람의 채무계약 모두 동시에 채권최고액 9억 5000만 원으로 축소, 변경됐다.
그런데 이 집을 담보로 한 박재영 씨와 박준경 부장의 채무계약은 여전히 남아 있는 반면 박세창 상무와 박철완 부장은 지난해 8월 7일 동시에 채무설정을 해지했다. 빚을 다 갚은 것이다.
박세창-박철완 두 사람이 박재영 씨 집 담보 채무계약을 해지한 시점은 금호아시아나 형제경영이 막을 내리기 시작한 때란 점에서 관심을 끌 만하다. 지난해 7월 28일 박삼구 당시 그룹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를 소집해 박찬구 석유화학부문 회장을 전격 해임시켰으며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 측근인 박찬법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게 되면서 이는 사실상 박 명예회장의 박찬구 전 회장 밀어내기로 여겨졌다. 약 일주일 후인 8월 3일 박찬구 전 회장은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그룹 차원의 해임 조치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나섰다.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재계 관계자들은 적지 않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박재영 씨의 향후 스탠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 오너 형제들은 형제경영을 표방하면서 경영에 참여했던 4형제(고 박성용-고 박정구-박삼구-박찬구)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동등하게 나눠가져 왔다. 박정구 회장(2002년)과 박성용 명예회장(2005년) 사후엔 그 아들들이 지분을 물려받는 식으로 지분 분할구도를 유지했다.
그런데 지난 2007년부터 당시 지주사였던 금호산업에서 다른 오너일가 인사들의 지분율은 늘어가는 사이 장손 박재영 씨 지분율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예술 관련 공부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재영 씨가 향후 그룹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영에 관여하는 3형제 가족 중심의 지분구조 재편 전망이 대두됐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 직후 경영참여 중인 오너일가 형제들이 대우건설 지분 0.02%씩을 나눠가질 때도 박재영 씨는 배제됐다.
박재영 씨 지분율이 축소되는 동안 박삼구 명예회장 아들 박세창 씨는 같은 항렬에서 가장 먼저 상무직에 오르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고 박정구 회장 아들 박철완 부장도 박삼구 명예회장의 보살핌 속에 그룹에서 착실히 기반을 다져가는 반면 박재영 씨의 그룹 내 영향력은 계속 축소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까닭에 재계 일각에선 박삼구 명예회장으로부터 밀려난 박찬구 전 회장이 아직 그룹 내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박재영 씨를 아군으로 붙잡으려 할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공교롭게도 박찬구 전 회장이 박삼구 명예회장을 상대로 한 법적대응 의지를 발표한 직후 박재영 씨 집 근저당권 설정 목록에서 박세창 상무와 박철완 부장이 빠졌다. 반면 박찬구 전 회장 아들 박준경 부장은 ‘빚을 갚지 않고’ 박재영 씨 집 담보 근저당권 설정 목록에서 이름을 내리지 않았다.
박찬구 전 회장은 아직까지 별다른 공식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재계에선 조만간 그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껏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온 장손 박재영 씨가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갈등구도에서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하게 될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