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라질네이션~ 능글이들 싫어!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일하는 K 씨(여·29)는 큰 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에서, 그것도 여자로 일해 보면 여성 직장인들의 어려움을 금세 알 것이라고 말한다.
“회사 특성상 창업 설명회가 종종 열리는데 그때마다 신청 전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거든요. 작은 사무실에 여직원은 3명인데, 접수받고 위치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고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원래 하던 업무는 손도 못 대고 야근으로 이어져요. 그래도 남자 직원들은 전화벨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해요. 처음에는 눈치 보여서 띄엄띄엄 전화를 받던 남자 동기도 이제는 아무리 벨이 울려도 ‘너는 울려라 난 모른다’예요.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여직원이 커피를 내가야 하죠. 한창 일하는 사람 불러다가 꼭 그렇게 개인비서처럼 부려야 하는지, 정말 짜증날 때가 많네요.”
브랜드 마케팅 기획에 홈페이지 개편까지, 일은 일대로 하면서 잔심부름까지 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K 씨는 폭발 직전이다. 그녀는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을 하는 것인 양 구는 상사와 동료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미혼인 경우 낯 뜨거운 농담까지 눈물 삼키며 듣는 경우가 많다. 사회 초년병 일 때는 더욱 당황스럽다. 비영리단체 협회에서 일하는 L 씨(여·23)는 능글맞은 간부를 볼 때마다 징그러운 생각뿐이다.
“사무실엔 대부분 나이 지긋한 간부들뿐이에요. 여자라고는 저 하나인 것도 사실 불편한데, 날이 갈수록 농담이 심해지는 거예요. 남자친구 있느냐고 물어보기에 없다고 했더니 몸이 좀 아프다고 하면 양기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질 않나 버젓이 내가 자리에 있는데도 입에 담기도 싫은 경험담을 크게 이야기해요. 괜히 꼬투리 잡힐까봐 여름에도 짧은 바지 한번을 못 입었어요. 한번은 조금 붙는 티셔츠를 입고 갔는데 대뜸 A컵은 넘는데 B컵은 안되겠다는 둥, 남자친구 사귀려면 가슴 운동이랑 힙업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둥 조언이랍시고 하는데 미치겠어요.”
결혼을 했어도 직장 생활이 녹록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육아는 가장 큰 짐이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Y 씨(여·31)는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아이가 젖먹이였을 때도 이 사람 저 사람 도움 받아가면서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아이를 보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최근엔 보채고 우는 횟수가 많아졌어요. 짜증도 늘었고요. 상담 받아보니 엄마의 애정에 대한 욕구불만이 크다는데 이쪽 분야가 야근도 많고 일이 몰릴 땐 밤을 샐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아이 걱정에 집중도 안 되고 집중이 안 되니까 일도 지연되고 악순환이죠.”
중소기업에 다니는 E 씨(여·28)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산만 한 배를 안고 매일같이 출퇴근을 강행하고 있다.
“이제 예정일이 한 달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걱정이에요. 사정상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는데 출산 때문에 자리를 비우게 되면 이후에 계속 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회사에선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직원들이 아이를 낳게 되면 소리 소문 없이 작별이더라고요. 현실적으로 당당하게 육아휴직 요구할 수 있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어요.”
때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더 잘해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홍보기획사에 근무하는 M 씨(여·30)도 얼마 전 허망한 일을 겪었단다.
“나름 큰 프로젝트라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했어요. 열심히 한 만큼 반응도 좋았고요. 결정 전 대세는 거의 제 편이죠. 그런데 기획안 확정이 다가오는 어느 날 회식 때 좀 더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 다음날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더니 누가 봐도 제 기획안보다 미흡했던 남자동기의 기획안으로 결정돼 버렸죠. 하도 기가 막혀서 맥없이 인터넷을 하는데 비슷한 경험을 가진 한 여자 분이 이런 말을 하셨더라고요.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남자들도 이러한 여자 직장인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100% 수긍하고 공감하기가 어렵다. 중견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C 씨(30)는 사실 여자 동료들이 얄미울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일하는 여자 직장인들 많다는 건 알지만 저희 회사 분들한테 커피, 전화, 복사 이런 거 강요했다간 큰일 납니다. 혹 자잘한 일이라도 부탁하면 대놓고 민망한 소리가 돌아와요. 근데 이런 분들이 힘든 일은 하나도 안 해요.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이 한군데로 뭉치면서 대대적으로 회사 이전을 하게 됐는데 휴일에 사무실 정리하는 건 다 남자직원들뿐이더군요.”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근무하는 O 씨(31)도 비슷한 생각이다. 적어도 본인보다는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단다.
“부담이나 책임감이 덜해 보여요. 중요한 프로젝트 마감 중이어도 시간만 되면 퇴근하는 여자 동료들 많습니다. 정시 퇴근에 목숨 거는 모습 볼 때마다 그냥 시간 때우다 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솔직히 나오는 결과물이 그걸 증명해주기도 하고
요.”
이다영 프리랜서 dyle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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