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은 굉장히 활발하다. 상당수 여성들은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험한 직업도 당당히 꿰차고 있다. 직장 내 불평등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해소된 분위기다. 그렇다면 그녀들의 하루는 핑크빛일까.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여성 직장인 16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70%에 가까운 여성들이 ‘현재 근무 중인 기업이 여성이 일하기 편한 근무 환경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질문을 받은 남성들의 답. 남자들의 절반은 반대로 ‘현재 직장이 여성들이 일하기 편한 근무환경’이라고 답했다. 직장남녀 탐구생활, ‘그녀의 근무환경’ 편이다.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일하는 K 씨(여·29)는 큰 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에서, 그것도 여자로 일해 보면 여성 직장인들의 어려움을 금세 알 것이라고 말한다.
“회사 특성상 창업 설명회가 종종 열리는데 그때마다 신청 전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거든요. 작은 사무실에 여직원은 3명인데, 접수받고 위치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고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원래 하던 업무는 손도 못 대고 야근으로 이어져요. 그래도 남자 직원들은 전화벨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해요. 처음에는 눈치 보여서 띄엄띄엄 전화를 받던 남자 동기도 이제는 아무리 벨이 울려도 ‘너는 울려라 난 모른다’예요.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여직원이 커피를 내가야 하죠. 한창 일하는 사람 불러다가 꼭 그렇게 개인비서처럼 부려야 하는지, 정말 짜증날 때가 많네요.”
브랜드 마케팅 기획에 홈페이지 개편까지, 일은 일대로 하면서 잔심부름까지 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K 씨는 폭발 직전이다. 그녀는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을 하는 것인 양 구는 상사와 동료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미혼인 경우 낯 뜨거운 농담까지 눈물 삼키며 듣는 경우가 많다. 사회 초년병 일 때는 더욱 당황스럽다. 비영리단체 협회에서 일하는 L 씨(여·23)는 능글맞은 간부를 볼 때마다 징그러운 생각뿐이다.
“사무실엔 대부분 나이 지긋한 간부들뿐이에요. 여자라고는 저 하나인 것도 사실 불편한데, 날이 갈수록 농담이 심해지는 거예요. 남자친구 있느냐고 물어보기에 없다고 했더니 몸이 좀 아프다고 하면 양기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질 않나 버젓이 내가 자리에 있는데도 입에 담기도 싫은 경험담을 크게 이야기해요. 괜히 꼬투리 잡힐까봐 여름에도 짧은 바지 한번을 못 입었어요. 한번은 조금 붙는 티셔츠를 입고 갔는데 대뜸 A컵은 넘는데 B컵은 안되겠다는 둥, 남자친구 사귀려면 가슴 운동이랑 힙업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둥 조언이랍시고 하는데 미치겠어요.”
결혼을 했어도 직장 생활이 녹록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육아는 가장 큰 짐이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Y 씨(여·31)는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아이가 젖먹이였을 때도 이 사람 저 사람 도움 받아가면서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아이를 보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최근엔 보채고 우는 횟수가 많아졌어요. 짜증도 늘었고요. 상담 받아보니 엄마의 애정에 대한 욕구불만이 크다는데 이쪽 분야가 야근도 많고 일이 몰릴 땐 밤을 샐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아이 걱정에 집중도 안 되고 집중이 안 되니까 일도 지연되고 악순환이죠.”
중소기업에 다니는 E 씨(여·28)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산만 한 배를 안고 매일같이 출퇴근을 강행하고 있다.
“이제 예정일이 한 달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걱정이에요. 사정상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는데 출산 때문에 자리를 비우게 되면 이후에 계속 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회사에선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직원들이 아이를 낳게 되면 소리 소문 없이 작별이더라고요. 현실적으로 당당하게 육아휴직 요구할 수 있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어요.”
때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더 잘해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홍보기획사에 근무하는 M 씨(여·30)도 얼마 전 허망한 일을 겪었단다.
“나름 큰 프로젝트라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했어요. 열심히 한 만큼 반응도 좋았고요. 결정 전 대세는 거의 제 편이죠. 그런데 기획안 확정이 다가오는 어느 날 회식 때 좀 더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 다음날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더니 누가 봐도 제 기획안보다 미흡했던 남자동기의 기획안으로 결정돼 버렸죠. 하도 기가 막혀서 맥없이 인터넷을 하는데 비슷한 경험을 가진 한 여자 분이 이런 말을 하셨더라고요.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남자들도 이러한 여자 직장인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100% 수긍하고 공감하기가 어렵다. 중견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C 씨(30)는 사실 여자 동료들이 얄미울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일하는 여자 직장인들 많다는 건 알지만 저희 회사 분들한테 커피, 전화, 복사 이런 거 강요했다간 큰일 납니다. 혹 자잘한 일이라도 부탁하면 대놓고 민망한 소리가 돌아와요. 근데 이런 분들이 힘든 일은 하나도 안 해요.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이 한군데로 뭉치면서 대대적으로 회사 이전을 하게 됐는데 휴일에 사무실 정리하는 건 다 남자직원들뿐이더군요.”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근무하는 O 씨(31)도 비슷한 생각이다. 적어도 본인보다는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단다.
“부담이나 책임감이 덜해 보여요. 중요한 프로젝트 마감 중이어도 시간만 되면 퇴근하는 여자 동료들 많습니다. 정시 퇴근에 목숨 거는 모습 볼 때마다 그냥 시간 때우다 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솔직히 나오는 결과물이 그걸 증명해주기도 하고
요.”
이다영 프리랜서 dylee2@hanmail.net
이런 우라질네이션~ 능글이들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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