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백종원 사장. | ||
서울 강남구 논현동 165-16 일대는 ‘더본코리아 타운’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는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16개 음식점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쌈밥 양념불고기 우삼겹 분식 짬뽕 자장면 해물떡찜 국수 포장마차 등 메뉴도 다양하다. 백종원 사장은 “갈매기살 전문점인 ‘알파갈매기살’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영점인데 한 곳에 모여 있다 보니 운영 효율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외식업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는 순전히 말실수 때문이었다고 한다. 군 제대 후 시작한 일은 인테리어 사업이었다. 그런데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러 “군대에서 간부식당을 관리했다. 어디 식당 할 만한 자리 없느냐”며 인사치레로 건넨 말이 화근이 됐다. 중개업소 사장이 “마침 좋은 자리가 하나 났다”며 쌈밥전문점으로 끌고 간 것.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했는데 다음날 그 가격에 식당을 넘기겠다는 전화가 왔다. 결국 1993년, 계약금 50만 원으로 식당을 인수했다.
“우연치 않게 식당을 인수했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잘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비빔밥 갈비탕 낙지볶음밥 빈대떡 등 여러 가지 음식이 뒤섞인 메뉴를 쌈밥 하나로 정리하고 쌈과 쌈장의 맛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죠.”
푸짐한 야채, 볶음 쌈장, 대패 삼겹살 등으로 구성한 쌈밥은 대박을 터뜨렸다. 이를 바탕으로 근처에 ‘원대포’라는 작은 고깃집도 열었다. 그러나 일찍 찾아온 성공은 오히려 식당에 대한 열의를 누그러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을 판다는 것보다 손님들 심부름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식당 운영에서 손을 떼기에 이르렀다.
쌈밥집 운영은 직원에게 맡기고 백 사장은 인테리어 사업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웬걸. IMF로 건축 사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렇다고 부도를 낼 수는 없었다. 자신의 돈은 물론 남의 돈까지 빌려가며 계약한 집을 짓다보니 17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빚만 남았다.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왔죠. 원대포는 권리금은커녕 시설비도 못 건지고 보증금만 받고 팔았어요. 쌈밥집도 팔아야 했지만 이거라도 잘해서 이자라도 내야겠다 싶어 남겨둔 겁니다.”
대박을 터뜨렸던 쌈밥집도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적자를 보고 있었던 것. 계산을 해보니 20년은 벌어야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고 쌈밥집으로 빚쟁이들을 불러 모았다. 음식점 운영을 통해 빚을 갚을 테니 식당만은 남겨달라고 사정했다. 다행히 진심이 통했던지 빚쟁이들은 그대로 물러갔단다.
▲ 백종원 사장이 이 책 두 권에 자신의 창업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했다. | ||
“당시 하루 일과가 끝나면 집 앞 실내 포장마차를 자주 찾았는데 아쉬운 점이 많더라고요. 안주 가격이 일반 식당보다 훨씬 비싼데 누구 하나 가격에 시비 거는 사람이 없었죠. 반면 안주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손님들로 넘쳐나고요. 이런 장점과 단점을 적절히 보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보자 싶었죠.”
백 사장은 불결함과 불편함 등을 없앤 대형 실내 포장마차를 열기로 결정했다. 대신 포장마차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식당의 삼면은 탁 트이게 설계했다. 카페 형태로 예쁘게 만들되 포장마차의 부담 없는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촌스러운 플라스틱 의자를 들여놨다. 주방과 홀 직원에게는 깔끔하고 단정한 요리사 옷을 입히고 모자와 스카프까지 두르게 했다.
여기에 주방을 오픈시켜 요리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이게 했다. 포장마차 이름은 80년대 초 잠원동 한신아파트 근처 큰 공터의 집단 포장마차촌을 떠올려 ‘한신포차’라고 지었다. 기존 포장마차의 개념을 깨뜨린 신선한 시도에 손님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붐비기 시작한 것.
이후 쇠고기 삼겹살을 개발, 우삼겹 전문점 ‘본가’를 론칭해 성공을 거뒀고 7분 돼지김치찌개(테이블에 타이머를 설치, 7분 동안 끓여낸 후 고기를 잘라주는 방식)로 유명한 ‘새마을식당’, 한신포차의 인기메뉴 해물떡찜을 별도로 내세운 ‘해물떡찜0410(숫자는 백 사장의 휴대전화 번호)’, 24시간 운영하는 만두전문 분식집 ‘행복분식’, 중식의 인기 메뉴를 특화한 ‘홍콩반점0410(짬뽕)’과 ‘마카오반점0410(자장)’ 등 후발 브랜드 역시 소비자와 창업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점포수가 240여 개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미국 중국 등 해외점포 18곳도 포함되어 있다.
백 사장은 신규브랜드를 내놓을 때마다 반드시 본사에서 가까운 논현동에 직영점을 내고, 충분히 시행착오를 거친 뒤 사업성이 검증되면 가맹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최근에는 창업자들을 위해 자신의 20년 현장 경험을 그대로 담은 <무조건 성공하는 작은 식당> <초짜도 대박나는 전문 식당>(이상 서울문화사)이라는 책도 펴냈다. 책에는 자신의 성공담, 전문 식당 경영 노하우, 그동안 그가 개발한 각종 음식 만드는 비법까지 공개되어 있다. 그는 “특히 신규 브랜드를 오픈한 후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예비창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사장은 전문 식당이야말로 앞으로 식당업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전문 식당은 메뉴를 단순화하여 전문화하므로 맛집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물림이 가능한 것도 전문 식당의 장점이라고. 그러나 초창기에는 매출이 일반식당보다 적고 느리게 오르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하단다. ‘음식 탐구가’로 불리기를 원하는 주방장이자 경영자 백종원 사장은 오늘도 새로운 식당을 꿈꾸고 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