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를 늘리는 것보다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준용 사장은 2월까지 기존 점포 관리를 위해 가맹사업을 잠시 중단할 예정이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www.bdstory.co.kr)도 그러한 사례다. 창업 초보였지만 진심과 정성으로 손님을 대하자 단골이 늘어났고, 창업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면서 서울 이태원의 23㎡(7평) 점포는 전국 60여 개로 늘어났다. 남다른 서비스로 소비자와 창업자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사로잡은 그의 인간미 물씬 풍기는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창업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프랜차이즈 사장이라고 하면 대개 넓은 사무실에서 서류를 뒤적이는 모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문준용 사장은 예외다. 그는 이태원 직영점에서 여전히 양파를 다듬고 칼질을 하다가 손님과 예비창업자를 만난다. 의외라는 반응에 그는 “포장마차 주인의 본분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창업시장에 발을 담근 지 11년이 되었지만 처음과 다르지 않은 그의 태도는 50㎡(15평) 점포를 일주일 평균 1000여 명의 손님이 다녀가는 이태원의 명소로 바꿔놓았다. 물론 이렇게 자리를 잡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야심차게 도전했던 유아용품 제조 사업이 외환위기를 맞아 크게 실패했죠. 생계를 위해 시작한 것이 실내포장마차였습니다.”
2000만 원으로 이태원 뒷골목의 23㎡(7평) 점포를 얻어 장사를 시작했다. 점포 앞에 오래된 버드나무가 있어서 상호를 ‘버들골이야기’라고 지었단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하루 매출이 1만~2만 원에 불과한 날이 이어졌던 것.
“외식업에 대한 경험이 없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죠. 보기는 좋은데 음식이 맛이 없었고요. 심지어 수족관의 멍게가 죽어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니까요.”
그러자 보다 못한 손님들이 ‘이 메뉴에는 이런 맛이 부족하다’ ‘이 메뉴에는 이런 재료를 더해보라’ ‘이 메뉴를 잘하는 음식점이 ○○에 있다. 배워보라’는 등 이것저것 조언에 나섰다. 그는 부족한 자신에게 비난은커녕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손님들에게 큰 힘을 얻었단다.
조언에 따라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음식이 제 맛을 찾으면서 점포를 찾는 손님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5개 테이블의 하루 평균 매출이 20만 원을 훌쩍 넘어서더니 어느덧 월 순수익 200만 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점포를 찾는 손님이 점점 늘어나면서 3년 뒤에는 26㎡(8평) 규모의 옆 가게를 인수, 50㎡(15평) 규모로 넓히자 일평균 매출도 90만 원을 넘어섰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은 더욱 늘었다. 현재는 하루 평균 10~40팀 정도가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할 정도란다. 일매출 역시 140만~19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2007년부터는 프랜차이즈로 사업 영역을 넓혀 지난해까지 60여 개의 매장을 개설했다. 그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남다른 사정이 있었다.
“1999년 포장마차를 시작하고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잠시 업종 전환을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생활정보지에 올라온 음식점 전수창업 광고를 보고 이거다 싶어 찾아갔죠. 그런데 전수 비용 60만 원을 요구하는 겁니다. 그때 제가 가진 돈이 20만 원이었어요. 나머지는 벌어서 갚겠노라고 절박하게 사정을 했는데도 매정하게 거절당했죠. 당시 어찌나 서럽던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결심했죠. 성공하게 되면 딱한 사정으로 손 내미는 사람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이태원 본점이 안정적인 운영에 접어들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포장마차 준비 카페에 다양한 조언과 격려의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점포로 직접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전수창업으로 이어졌다. 그가 전수창업으로 제시한 조건은 단 두 가지. ‘집안의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에 한하며, 창업 후 5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 살 것.’
초기에 17명의 생계형 창업자가 그의 도움으로 버들골이야기 분점을 개설했다. 그러나 사람만을 믿고 정(情)으로 시작한 사업에 문제가 발생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정해진 매뉴얼(재료와 조리법 등)을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운영하는 점포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자 처음의 약속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창업자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단다. 이에 철저하게 규정을 지켜야만 같은 브랜드를 내걸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형태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프랜차이즈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양심적이고 인간적인 외식업을 진행한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태원 직영점에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동안 가맹점도 늘고 메뉴도 7개에서 30여 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본사 매출 8억 5000만 원을 기록하고 경기도 성남에 990㎡(300평) 규모의 물류센터도 마련했지만 그의 일은 창업 초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더욱 긴장하게 된단다.
“매장 수와 메뉴 수를 늘리는 것보다 메뉴의 수준,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것. 그것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맹점주를 본사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제대로 된 장사꾼으로 만드는 것 역시 본사의 역할이고요.”
현재 가맹점은 50㎡(15평) 미만의 ‘정성매장’과 99㎡(30평) 이상의 ‘자연매장’ 두 가지 형태로 개설하고 있는데 모두 창업자가 조리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운영자가 주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기간은 한 달 정도로 다른 곳에 비해 긴 편. 올 2월까지는 기존 점포 관리를 위해 가맹 사업을 잠시 중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 사장은 “술집은 손님이 즐겁게 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도리다. 이를 위해 맛은 물론이고 분위기, 서비스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포장마차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