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19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KT의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들은 코퍼레이트센터장(부사장)에서 개인고객부문장으로 승진한 표현명 사장과 그룹쉐어드서비스(GSS) 부문장(부사장)에서 홈고객부문장으로 승진한 서유열 사장이다. 종전까지 개인고객부문장과 홈고객부문장을 맡아온 김우식 노태석 두 사장 모두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게 될 예정이다.
KT 조직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부문장을 맡게 된 표현명-서유열 두 신임 사장은 이석채 회장 취임 2년차 경영의 핵심에 설 전망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이석채 회장이 KT의 신임 CEO로 선임됐을 무렵부터 이 회장이 KT 경영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이론적 뒷받침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관료 출신인 이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KT 조직 내부에서조차 ‘낙하산’ 논란에 시달릴 때 이들 두 신임 사장이 이 회장에게 큰 힘이 돼 줬다고 한다. 이번 조직개편은 표현명 서유열 두 신임 사장이 이 회장의 전폭적 신뢰하에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조직 내에서 가장 큰 사업부인 개인고객부문을 총괄하게 된 표현명 사장에게 많은 눈길이 쏠린다. 개인고객부문은 과거 KTF 조직이 담당했던 무선통신분야를 주로 다루는 곳으로 향후 SK텔레콤과의 경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표 사장은 현 정권 출범 이후 각계에서 약진 중인 고대 출신인 동시에 이석채 회장의 경복고 후배이기도 하다. 조직 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석채 회장이 표 사장을 전면에 내세워 그동안 KT 조직을 쥐락펴락해온 경기고-서울대 출신, 속칭 ‘KS라인’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힘을 빼고 이 회장 자파 세력 확대를 통한 조직 장악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상철-이용경-남중수로 이어진 이 회장 직전까지의 전임 KT CEO(사장)들이 모두 KS라인으로 얽혀 있었던 만큼 KT 내에서 KS라인은 ‘성골’ 대접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회장 집권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핵심 보직을 맡은 인사들 사이에서 KS 출신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거나 주요 부문장이나 본부장, 센터장 등에 새로 발령받은 인사들 중 KS라인은 한 명도 없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외부 영입 인사들의 약진이 예상되고 있다.
▲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표현명 사장, 김일영 부사장, 표삼수 사장(왼쪽부터).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최고정보책임자(CIO)로서 기술전략실을 맡고 있는 표삼수 사장도 주목을 받는다. 표 사장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을 거쳐 현대정보기술 사장을 지냈고 명지대 교수를 역임하고 이석채 체제 출범 초기인 지난해 3월 KT에 들어왔다.
서비스디자인(SD)부문장을 맡아오다 이번 개편을 통해 KT의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오른 최두환 사장은 1990년대 말 KT에서 나와 네오웨이브를 설립해 성공을 거둔 뒤 지난 2006년 KT에 다시 영입됐다. 최 사장은 지난 19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위촉한 기술 자문단 위원에 KT 대표 자격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표삼수-최두환 두 사람은 2년 터울의 부산고-서울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그밖에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사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고검 검사 출신인 정 사장은 지난해 1월 KT에 영입돼 고강도 내부감사를 주도하면서 KT 본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의 비리를 대거 적발해냈다. 이후 경영진의 고발을 통해 검찰이 수사를 벌여 전·현직 임직원 147명의 부정 거래 혐의가 밝혀지기도 했다. 정 사장의 내부감사는 조직 내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경종을 울린 동시에 이석채 회장을 ‘낙하산’으로 폄하했던 일부 세력을 향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KT는 이번 개편을 통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본사 인력 700여 명 등 3000여 명을 영업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지난 연말 대규모 명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일각에선 추가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치열한 현장 평가 적용을 통해 KT 조직이 더 이상 ‘순혈들의 철밥통’이 아닌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조직임을 각인시키려는 이 회장의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KT는 지난 연말 6000명의 명퇴를 실시하면서 조직 슬림화 작업에 들어간 바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석채 회장 취임 2년차 KT의 핵심으로 거듭난 표현명 개인고객부문장과 서유열 홈고객부문장을 향해 이 회장은 공개적으로 “올해 목표 실적을 내지 못하면 짐 쌀 각오를 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조직개편 의도가 자파세력 양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이어 이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매출 20조 원 벽을 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악력을 높여가면서 조직 내에서 ‘낙하산’이란 수식어를 지워가고 있는 이 회장이 실적에서도 KT의 광고카피처럼 ‘올레’를 외칠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