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의 힘’을 보여준 최계경 회장. 최 회장이 육회전문점 유케포차에서 포즈를 취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농업회사법인 ㈜다하누 최계경 회장(47)은 남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상권을 택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상권이 아닌,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시골마을을 택해 장사를 시작한 것. 점포비 인건비 식자재 비용은 줄이고 손님은 끌어오면서 한산했던 시골 마을은 연매출 780억 원을 기록하는 한우마을로 탈바꿈했다. ‘억’ 소리 나는 그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2007년 8월, 서울역 앞에서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복을 입은 60~70대 어르신 40여 명이 태극기와 ‘한우 300g을 8000원에 판매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섶다리마을’로 한우를 먹으러 오라며 두 시간 동안 퍼포먼스를 벌인 것.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어르신들의 이벤트와 파격적인 한우 가격 뒤에는 고향이 강원도 영월인 최계경 회장이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소식에 고민하는 고향 사람들을 보며 이들을 웃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최 회장은 스무 살에 상경해 정육점을 운영하다 벌꿀고추장구이를 개발, 자신의 이름을 딴 ‘계경목장’이라는 돼지고기 전문점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경력이 있다. 돼지고기에서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점에 눈에 들어온 것이 수입 쇠고기에 밀려난 한우 농가였다.
그는 우선 강원도 영월의 장점을 찾아봤다. 서울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점포 비용, 가족을 활용할 수 있어 인력 수급이 용이하고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 인근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용할 수 있어 식자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단점은 음식점 이용 고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죠. 외부 인구 유입이 적다보니 대부분의 음식점은 하루 1만~2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는 저가정책을 택했다. 산지에서 곧바로 들여온 고기를 정육점에서 손질, 식당에서 판매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고향 선후배들을 찾아가 설득에 나섰다. 그는 한우를 값싸게 파는 정육점과 식당이 있는 마을을 만들면 서울 사람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찾아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무슨 뜬구름 잡는 얘기냐”며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겨우 몇 사람을 설득해 정육점 1곳, 식당 3곳이 문을 열었다. ‘다 한우만 판매한다’는 뜻으로 ‘다하누촌’이라는 브랜드를 내걸었다. 이제 사람들을 끌어올 차례. 그는 영월군 내 42개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다하누촌 개장을 하루 앞둔 2007년 8월, 이들과 함께 서울역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개업 첫날 3000여 명의 손님이 몰려오더니 보름 후에는 수도권과 다하누촌을 잇는 관광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고향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너도나도 식당과 정육점을 하겠다고 찾아온 것. 1곳이었던 정육점은 12곳으로, 식당도 50여 곳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의 방문이 부쩍 늘어나면서 하루 몇 만 원 매출을 올리기도 어려웠던 식당 매출도 크게 올랐다. 다하누촌 매출은 2007년(5개월 영업) 47억 원, 2008년 127억 원, 2009년에는 78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직영점(정육점 3곳) 매출만 152억 원이란다. 지난해 다하누촌을 방문한 사람의 수는 150만 명이었다. 다하누촌에서는 손님들이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한 다음 근처 식당에서 1인당 3000원의 ‘차림비’를 내고 구워 먹는 방식이다. 소고기 안심 등심 제비추리 차돌박이 등 다양한 구이 부위를 모아놓은 ‘한 마리 세트’가 인기가 많단다.
영월의 다하누촌이 성공을 거두자 이번에는 경기도 김포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주민들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업거리를 찾아 나섰다가 다하누촌의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 그리고 지난 2009년 5월, 김포에 3곳의 정육점과 15곳의 식당을 갖춘 다하누촌이 문을 열었다. 올 5월에는 경기도 일산에 또 하나의 다하누촌이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육회를 전문으로 하는 외식 프랜차이즈도 시작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한우 등심과 갈비 등만 찾다보니 선호부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비선호부위(우둔 설도 국거리 등) 소비를 늘려야 등심과 갈비 등의 값이 제자리를 찾게 되고, 결국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맞아질 것”이라고 가맹사업 진출 이유를 밝혔다.
㈜다하누의 육회전문점 ‘유케포차’는 엉덩잇살을 활용하고 있는데 현재 23개 가맹점을 개설한 상태다. 일반 고깃집에서 육회를 먹으려면 보통 3만 5000~4만 원 정도 내야 하는데 그는 산지에서 곧바로 고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1만 5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또 육회뿐만 아니라 한우덴뿌라 한우떡갈비 한우육회주먹밥 등 메뉴를 다양화하면서 여성 고객층도 크게 늘었다고. 서울 논현점과 신촌점의 경우 50% 이상이 여성 고객이며 50㎡(15평) 규모 점포에서 하루 평균 50만~6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적이 좋다. 다하누촌은 이와 함께 한우의 뼈를 이용한 곰탕전문점과 스테이크 전문점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육회전문점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어 곧 사라지는 유행아이템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1970년대에는 푸짐한 양, 1980년대에는 싼 가격, 1990년대에는 맛, 2000년에는 건강식이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죽 전문점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성공을 거둔 사례다. 육회는 고급 건강식으로 이제 도입기에 들어선 상태며 앞으로 한 차례 정리기간을 거친 뒤 경쟁력 있는 브랜드만 살아남아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 생산에서부터 가공 유통 소비단계에 이르는 사업 일원화에 정성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다하누촌을 비롯해 유케포차 다하누곰탕 다하누스테이크 등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진행, 한우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